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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Mar 27. 2020

급락 장에서 바닥을 찾아내는 법

카페에서 두 명 이상이 HTS를 보고 있는 장, 일단은 고점에 도달?

오늘은 급락장에서 바닥이 형성되는 과정과 원리를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다만,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냥 일반적인 하락장이 아닌 요즘 같은 폭락장에만 해당되는 전략입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10년 주기 위기설>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달러는 기축통화인데요, 달러의 색깔이 고와서 기축통화가 된 것은 아닙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국제 거래에서 결제 통화로 달러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해외에서 석유를 사와도 달러로 결제를 합니다.석유를 받아 오고나서, 댓가를 지불하지 못한다면 약속 불이행, 즉 부도가 나는 것이죠. 그래서 모든 국가들은 기본 결제 수요를 위한 달러를 보유해야만 합니다. 평상 시에는 달러가 딱히 부족하지 않은데요, 시장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 달러의 가치는 급속도로 상승합니다.물론, 각국 정부들은 외환 보유고를 적절히 운용하고 있는데요, 정작 위기가 오면 달러를 제외한 다른 통화들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달러 위기를 맞게 되면, 정부는 또 다시 이런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달러 위주로 보유 외화의 비중을 조절하려 하지요. 

모든 나라가 1인 독재라면 주기적인 달러 위기는 필요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달러 세상에서 살고 있는 대다수의 정부들은 대부분 민주적 국가이기 때문에 대략 10년이면 정부가 교체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정권이 바뀌게 되고 과거 정권에 겪었던 달러 위기를 망각하게 되지요. 결국, 혹독한 달러의 교육이 재개 되고, 그 잔인성을 실감한 이후에야 달러 사재기에 나서게 됩니다. 


실제로 신흥국들은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 달러를 쟁여두기 시작했는데요,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은 작년 말 기준 2조5,000억 달러로 금융 위기 직전 대비 무려 7배 이상 증가했으니까요. 각국에서 달러 보유를 늘린다는 것은 기축통화로서의 권력이 강화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보유한 달러가 휴지가 되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각국 정부가 감히 달러를 우습게 보고 버르장머리가 나빠질 때를 즈음해서, 달러 위기가 온다는 것이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기의 10년 주기설>의 근간입니다. 그 말이 진실이듯 혹은 터무니 없는 음모론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실제로 그런 위기로 인해 달러의 지배력이 강해진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고의로 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위기가 생겼을 때 고의로 방치해두었다는 흔적은 도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예를 들어볼까요? 이번 주에  발표된 연준의 부양책을 좀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미 국채 477조원(3750억달러)어치와 부동산담보증권(MBS) 318조원(2500억)어치를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주택뿐만 아니라 상점, 오피스빌딩, 쇼핑몰 등에 대출이 이뤄진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Commercial MBS)도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이 부분을 단단히 기억해두세요. 잠시 후에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만, MBS라면 금융 위기 때 위기의 진원지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아니죠.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계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쓰였던 TALF(기간 자산유동화증권 대출 창구)기억 하시죠? 이를 부활시켜서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 신용카드 대출 채권을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ABS 시장을 살리겠다는 의도지요. 이 밖에도 대기업 지원을 위한 회사채 매입 방안도 밝혔는데요, 이 정도면 지난 주의 양적완화 정책에 이어서 매머드급 정책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또한 이 때문에 최근 주가가 상승했었다고 믿고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저는 늘 새벽에 깨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결과만 보시지만, 저는 어떤 뉴스가 시장에 임펙되었을 때의 반응을 모두 살필 수 있습니다. 연준의 정책이 나온 시기는 정확하게 화요일 새벽 미 증시 시작 직전이었습니다. 그날 미 증시는 하락 마감했구요, 심지어 연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가는 물론 장중에서조차 큰 도움을 주지도 못했었습니다. 정작 주가 급등은 그 다음 날인 수요일 새벽이었습니다. 정부의 재정 패키지 소식과,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FDA로부터 조기 임상 승인을 얻었다는 뉴스 때문이었지요. 최근 연준의 행동들이 발표되었던 날의 주가 반응을 매칭해서 보신다면 그들의 유동성 공급이 시장을 살리기 위한 해독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해낼 수 있습니다. 


하긴, 제가 달러를 관리하는 사람이라도 굳이 먼저 해독제를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목이 마른 사람에게 달라는대로 물을 주면 그 물의 고마움과 위대함을 느끼지 못하잖아요?잘 이해가 가지 않으신다면, 과거 금융위기 때를 설명드리면 되겠군요.아시다시피, 2008년의 금융 위기는 부동산 위기로부터 왔습니다. 엄청나게 주택가격이 상승했고, 은행들은 더 오를 것을 전제로 대출을 거의 100% 가깝게 해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MBS 시장이 부실하게 되지요.탐욕스러운 금융 자본은 MBS를 CDO라는 상품 안에 밀어넣고는 신용공여를 통해 모든 금융권을 하나로 묶어버립니다. 그리고는...일시에 터트렸지요.


위기가 어디로부터 시작되었다구요? 2008년 금융위기가 부동산 위기로부터 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럼 해독제는 "MBS에 대한 무제한 매수" 밖에는 없었을 겁니다. 그런 기초적인 것을 연준의 노련하고 영민한 노인들이 정말 몰랐을까요? 하지만 금융 위기 초기에 연준은 그 위기의 진앙지에 대해서는 전혀 건드린 적도 없습니다. 오로지 그들이 한 일은, 돈만 찍어 뿌렸지요. 앞서 거론해드렸듯이, 위기가 커지면 달러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고 했었는데요, 원인 치료는 하지 않고 그 수요에만 반응한 겁니다. 


지난 화요일 새벽에 발표된 연준의 정책에는 MBS에 대한 매입 계획이 분명히 있었잖아요? 지금은 주택 시장이 전혀 부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말이죠. 지금도 쉽게 되는 것을 지난 금융위기 때에는 왜 못했었을까요? MBS에 대한 매입 계획을 조금만 일찍 발표했더라도, 금융 위기를 조기에 잡을 수 있었는데도 말이죠. 지난 2008년 여름, 위기로 인해 시장이 곡소리가 날 때쯤, 우선 외환 스왑 거래를 선진국 5개국과 체결합니다. 

하지만 이머징과의 달러 스왑은 하지 않습니다. 좀 더 위기를 방치해 둔 것이죠. 실제로 당시 부도 직전까지 몰린 우리나라에서는 강만수 씨가 달러를 좀 달라고 엄청나게 애원했지만 모른 척하다가, 결국 2008년 10월 말, 우리 경제가 거의 초죽음 상태에 와서야, 스왑거래가 허가됩니다. 스왑 거래가 열리고 나서 우리네 시장은 치솟던 환율이 잡히면서 잠시 반등을 주었지요. 일반적으로 스왑거래가 시작되면 목적의 80%는 달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가는 반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뼈에 사무치지 않고서는 버르장머리를 고칠 수 없거든요.  


당시, 미국의 자동차 3사에 대한 위기설로 인해 시장이 좀 더 공포스러진 이후에, 그러니까 달러에 대한 비난이 모두 찬양으로 바뀌었을 때를 즈음해서 슬쩍~ MBS에 대한 매수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게 2009년 3월이었고, 그날 이후 시장은 진정한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작합니다. 연준이 가지고 있던 해독제는, <달러 찬양>이라는 목적이 완벽하게 달성된 이후에나 투입된 것이죠. 그 이전에 수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나 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은 모두 고통을 잠시 잊게하는 진통제였을 뿐 진정한 해독제는 아니었다는 말이죠.  연준은 늘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해독제는 결코 주지 않았었다는 것은 그 이전에 여러 위기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달러 스왑 이후에도, 진짜 해독제가 나오는 지를 끝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수 주 동안 반복적으로 강조드립니다만, 지금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그냥 달러에 대한 수요에만 반응하는 겁니다. 그냥 달러가 대량으로 필요해졌으니 달러를 그 수요에 맞춰 공급하는 것이지요.


박문환 페이스북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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