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행은 30대 여행과 다르다

[프롤로그]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by 로건
20대의 여행은 무모했다.


6월의 인도는 더웠다. 40도를 웃도는 날씨였다. 아그라에서 타지마할을 관람하고 나온 시각이 오후 2시. 진을 치고 있던 릭샤도 잘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릭샤가 보이긴 했다. 기사는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 낮잠을 자고 있었다.


델리로 돌아가는 기차는 오후 6시.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야 했다. 지도를 보니 걸어서 30분이면 아그라성까지 갈 수 있었다. 일단 걸었다.


10분을 걸으니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났다. 20분을 걸으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30분을 걸어 도착했고, 잘 먹지도 않던 코카콜라 355ml를 샀다. 쉬지도 않고 한 번에 들이켰다.



2월의 캐나다는 추웠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반이 얼었다. 폭포가 떨어지며 생기는 물방울은 튀어 오름과 동시에 얼었다. 얼음 알갱이는 내 뺨을 때렸다.


'단돈 10달러'가 아쉬워 1시간을 걸었다. 택시 타면 금방 갈 거리, 대학생 배낭 여행자에게 10달러는 두 끼 식사 값이었다.


콧물이 얼었고, 콧구멍이 얼었다. 온몸의 구멍이 다 얼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거울을 봤다. 사람 모양의 빙수가 하나 서있었다.

30대의 여행은 무료했다.


7월의 태국은 습했다. 아무리 습하고 더워도 방콕 라마다 스쿰빗 호텔의 에어컨은 힘차게 돌아갔다. 한여름 한국에선 입지도 않는 카디건을 꺼내 입었다.


여행 첫날부터 호텔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아까워 미친 듯이 돌아다니던 20대의 여행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료한 시간'


회사에서 가장 에너지 넘쳐야 하는, 위로는 상사 눈치보고 아래로는 후배 다독이느라 순간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는 30대 직장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탈이다.


여행은 나에게 일탈을 허락한다. 그래서 나는 틈만 나면 여행한다.



20대의 여행과 30대의 여행은 다르다. 20대의 여행은 다이내믹 하고 버라이어티 했다. 미국-캐나다 횡단 2달, 인도 배낭여행 1달, 태국-베트남 배낭여행 2주..


고생을 사서 했고 고생을 자처했다. 고생해야 기억에 남았고, 어쨌든 그 고생은 내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됐다.


새벽 6시에 일어났고, 밤 10시까지 걸었다.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셔도 아침 7시에는 일어났다. 시간을 쪼개 썼고 숙소는 잠시 눈 붙이는 곳에 불과했다.


30대는 일주일 이상 여행 가기 힘들다. 길게 휴가를 내고 싶어도 그동안 '밀릴 일'을 생각하면, 일주일이 나 자신과 타협할 수 있는 최장 기간이다.


20대의 여행은 숙소비를 아끼고 이동 시간 아끼는 것이 최대 이슈다. 야간 열차 및 야간 비행을 일삼았다. 30대가 20대처럼 여행했다가는 병만 얻는다.


도미토리, 게스트하우스, 유스호스텔.. 20대 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30대는 잠자리가 편해야 계획했던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잠을 푹 자도 힘들어서 카페에서 두세 시간 멍 때리며 체력을 보충하곤 한다.


그래서 30대의 여행은 숙소가 중요하다. 20대의 여행이 일정 짜기와 경비 절약에 집중되어있다면, 30대의 여행은 숙소가 반이다. 숙소를 어디 잡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이 달라진다.




'로케이션'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숙소 기준이다. 그 도시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 근처 숙소를 잡는다.


홍콩에서는 레이저쇼를 방안에서 보기 위해 'YMCA 솔즈베리'에 묵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는 매일 밤 구시가지를 걷고 싶어, 성벽 안쪽의 apartment를 렌트했다. 이스탄불에서는 블루모스크를 보며 잠들었다.




짧은 여행 기간, 이동 시간을 신경써야 한다. 그에 따른 비용과 체력 소모도 따져봐야 한다.


매일 아침과 밤, 마치 내 집처럼 '그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숙소로 돌아갈 때 난 "집에 간다"고 한다. 숙소는 여행지에선 '우리 집'이다. 여행은 낯선 곳을 '우리 집'으로 만들어 주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여행을 못 끊는다.


'유혹의 하룻밤' 연재를 시작한다. 여행에서 우리집처럼 편하게 당신을 맞아줄 숙소를 소개하려 한다. 개인의 취향만 내세우진 않겠다.


많은 블로그나 카페에서 - 난 특히 카페의 정보를 신뢰한다 - 검증된 곳 중, 내가 직접 묵어본 곳만 소개한다.


여행 정보 알아볼 시간조차 나지 않아, 비행기표만 끊어놓고 숙소 고민하고 있을, 우리 30대 직장인들을 위한 연재다.




여행은 즐겁지만, 일상으로의 복귀는 힘들다. 보통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많이 우울하다고 한다. 나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음 여행 계획을 짠다.

집으로 돌아올 때, 나는 더 설렌다.

[유혹의 하룻밤 프롤로그]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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