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홍등가, 우리의 이야기만 남았다

[유혹의 하룻밤 1편] 대만 지우펀 '산해관'

by 로건



이런 상상을 해보자. 북적이던 놀이공원, 사람이 하나 둘 빠져나간다. 반짝이던 조명도 하나씩 꺼진다.


화려함의 기운이 남아있는 고요함 속에 우리 둘만 남는다. 설렘이 가득했던 곳, 그 설렘 그대로 간직한 우리 둘만 남는다면?


대만 지우펀은 그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보통 지우펀은 택시 투어나, 일일 버스 투어로 많이 간다. 타이베이에서 1시간 남짓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예스진지’는 대만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택시 투어 프로그램이다.


기암 괴석이 매력적인 예류 (Dandelion님의 브런치에 자세히 소개됐다 '시간에 스쳐 변하는 예류' ), ‘꽃보다 할배’ 풍등 날리기로 유명해진 스펀, 옛 금광 지역이었던 진과스, 그리고 지우펀을 함께 묶어 ‘예스진지’라 부른다.


택시로 타이베이 근교의 명소들을 둘러보는 투어 코스로 4인을 다 채운 택시 요금이 약 12만 원, 1인당 3만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대만 여행 카페에서 동행자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세런디피티? 뜻밖의 인연을 만날 수도 있다. (유부 제외) 지우펀은 보통 마지막 코스로 1~2시간 남짓 둘러보고, 타이베이로 돌아온다.


지우펀은 수많은 투어 인파가 빠진 후 숨겨둔 매력을 발산한다. ‘유혹의 하룻밤’ 첫 번째 편으로 지우펀을 소개하는 이유다. 하룻밤을 보내야만,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지우펀 하룻밤의 매력


택시 기사에게 작별을 고했다. 우리와 동행한 커플은 아마도 편하게 타이베이에 돌아갔을 것이다. 하룻밤 보낼 산해관으로 향했다.


길은 찾기 쉬웠지만, 가는 길은 험난했다. 차가 들어올 수 없는 ‘보행자 도로’를 짐 들고 걸어 가야 한다. 사람이 없으면 10분도 안 걸릴 거리지만, 인파에 휩쓸려 20분 넘게 걸렸다.


지우펀에 숙박할 생각 있다면, 배낭은 필수다. 길이 울퉁불퉁하고 사람이 많아 트렁크 끌고 가면 중도 포기할 지 모른다.


낑낑대며 숙소에 도착했다. 마침 해질 무렵이었다. 숙소의 창 밖으로 노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든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산해관은 깨끗한 시설을 갖췄지만 민박의 느낌을 살린 숙소다. 나무로 된 테라스가 있고, 빈티지스러운 소파도 함께 있다. 나무 바닥은 밟을 때마다 삐그덕 댔다. 그 소리가 정겨웠다.


침대는 적당히 포근했고, 욕실은 리모델링해서 깨끗했다. 하루 숙박비는 8만 원이 채 안된다. (조식 포함)



보통 오래된 숙소에 가면 온전한 휴식을 포기하곤 한다. 노후한 침대와 욕실 때문이다. 산해관은 오래됐지만 포근한 느낌을 준다. 동시에 휴식하기도 좋다. 괜찮은 숙소다.


주변이 바닷가고 숲이라 벌레가 많다. 나무 테라스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기와 파리들이 내 얼굴 팔 다리를 공략했다. 점점 생각이 많아졌다. 그 호사는 10분 만에 끝이 났다.



뜻밖의 저녁 식사


지우펀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티브가 된 곳이다. 지우펀에 대한 소개는 yoon님의 브런치에 자세히 소개됐다. '지우펀으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 3가지'


우리나라에서는 SBS 드라마 ‘온에어’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드라마엔 이런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든 비좁은 길을 수많은 인파가 지나가는 모습.


정확히 오후 8시, 그 인파는 썰물처럼 빠진다. 남아 있는 사람은 지우펀 동네 주민과, 무모하게 이곳에 숙박을 결정한 여행객뿐이다. 사실 무모하다기보다는 쉬고 싶었다. 네 곳을 동시에 여행하긴 힘들다. 지우펀에 남아 쉬고 싶었다.


홍등이 하나 둘 꺼졌다. 인파가 빠지니 허전했다. 배가 고팠다. 사람이 많아 식당 찾기도 힘들었다. 불야성을 이루던 식당도 하나 둘 문을 닫았다. 어서 식당을 찾지 않으면 펑리수(대만 공식 기념품, 파인애플로 만든 파이)로 연명해야 했다.



동굴 같은 골목을 지나니, 노란 불을 밝힌 식당이 보였다. 다행히 영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메뉴를 보여달라고 했다. 전부 중국말이었다. 다른 곳을 찾아야 하나 싶었다. 모르고 시킨 중국 음식에 이미 내상을 몇 번 입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렸다. 메뉴를 읽지 못하더라도 이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 풍경을 보며 먹는다면 어떤 중국 음식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옆 테이블 모녀가 어떤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세임 세임’ 신공으로 같은 걸 시켰다. 수육 비슷한 돼지고기와 볶음밥이었다. 입맛에 맞았다.


가격도 착했다. 우리 돈으로 1만 5천 원 정도.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특별하지도 않고 기억에도 남지 않을 점심 둘이서 먹으면 1만 5천 원이다.



밥은 항상 먹는다. 기억에 남는 식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식사가 있다. 기억에 남아도 1년 이상 가는 경우는 드물다. 먹는 끼니수가 많아질수록 더 그렇다.


지우펀에서 뜻밖의 저녁 식사, 10년은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가 떠난 지우펀, 우리의 이야기만 남았다.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산해관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으러 갔다. 걸어서 3분 거리에 산해관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지우펀의 매력은, 출입구에서 보면 예상할 수 없는 뷰가 펼쳐진 다는 것이다.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밤의 그것과 또 다른 느낌의 지우펀 아침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도 그렇다. 겉으로는 볼 수 없는 매력, 가까이 다가서면 보인다.



새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짭쪼름한 베이컨의 맛, 이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오전 10시가 되자 투어 버스가 들어왔다. 관광객들이 밀려들 때쯤 우린 지우펀을 떠났다.


* 지우펀 산해관 예약 및 대만 여행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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