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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Jan 15. 2018

그래서 컴퓨터가 뭔데?

[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한 아이가 아이패드를 하고 있다. 지나가는 어른이 묻는다. “또 컴퓨터 하니” 그러자 아이는 대답한다. “컴퓨터가 뭔데?” 애플 아이패드의 새로운 광고 한 장면이다. 

이 광고를 보고 머리가 멍 해졌다. PC는 시대를 호령했다. 삶의 곳곳에 파고들었다. ‘애플이 또 하나의 도구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리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PC는 타자기 같은 인간에게 다양한 도움을 주던 도구를 쓸모없게 만들었다. 이제 애플의 태블릿 아이패드가, 그렇게 잘 나가던 PC에게 작별을 고한다. 


‘상상력이 뛰어나다’며 코웃음 치며 넘길 수도 있다. 근데 애플이 그렇게 얘기하니 또 그런 세상이 올 것만 같다. 애플은 그래 왔다.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만들어 워크맨이라 불리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와 CD 플레이어를 아날로그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전화기에 MP3 플레이어 기능을 넣어서, 스스로 아이팟을 부정했다. 전화기, 즉 아이폰(iphone)에는 고성능 카메라 기능을 넣었다. 디지털카메라가 맥을 못 추게 했다. 디지털카메라는 100년 가까이 되는 세월, 우리의 얼굴과 풍경을 담아주던 필름 카메라를 사라지게 한 장본인이다. 


기술의 발전이 도구의 진화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컴퓨터가 뭔데?’라고 묻는 건 MP3 플레이어가 사라지는 충격과 다르다. 컴퓨터는 인간에게 하나의 편의만 제공하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단순히 음악 듣는 기능만 제공하지 않는다. 디지털과 매우 친해진 현대 인류는 컴퓨터로 일하고, 컴퓨터로 공부하고, 컴퓨터와 함께 삶을 살아간다. 미디어를 소비하고, 구매-예약 등 수많은 상거래 행위를 가능케 한다. 컴퓨터는 라이프, 즉 삶 자체다. 디지털화된 인간과 공생하며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그랬던 컴퓨터에게 애플은 작별을 고한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 집에 같이 사는 여섯 살 아들만 봐도 그렇다. 세상에 태어난 지 만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빠의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잠금 상태에선 왼쪽으로 손을 쓸어 올리며 스와이프(swipe) 해서 사진을 찍는다. 홈 버튼을 길게 눌러 시리(siri)를 불러낸다. “오늘 날씨는 어때?”라든지 “애플 주식은 얼마야?”하고 묻는다. 왜 저런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나 봤더니 시리의 가이드에 적혀 있었다. 간혹 방심하는 사이 잠금이 풀리면 다양한 앱을 작동한다. 한 번은 카카오톡의 회사 팀 전체 인원이 상주해있는 단톡 방에 “마피뿌”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남겼다. 주말 밤 본의 아니게 테러를 저지른 셈이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디바이스는 여섯 살 아이도 너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UI(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을 갖췄다. 


모바일 디바이스를 먼저 접한 아이들이 나중에 컴퓨터라는 걸 접했을 때 얼마나 답답하고 적응이 안 될까? 컴퓨터는 부팅을 해야 하고 그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한다. 스크린을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을 것이다. 손으로 하나하나 움직여줘야 하는 마우스라는 물건도 얼마나 번거로울까. 이런 아이들을 ‘모바일 네이티브(Mobile Native)라 부른다. 모바일을 모국어처럼 처음 접한 아이들이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아이들에게 영어가 어색하듯, 모바일 네이티브는 나중에 접하는 컴퓨터가 어색할 것이다. 사용하는 기기의 변경 정도로 생각하기엔, 그 변화의 급이 다르다. ‘컴퓨터가 뭔데?’라는 말은 애플의 단순한 도발이 아니다. 이미 이뤄지고 있는, 예상 가능한 미래다.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10대들이 포털 대신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이유


카카오 스토리펀딩은 20대 이용자가 많지 않다. 큰 고민 중 하나다. 인연이 닿은 대학생들에게 물었다. “왜 20대는 스토리펀딩을 많이 이용하지 않나요?” 대학생들은 친절하게 20대 친구들에게 설문조사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줬다.


“20대들이 가장 친숙한 미디어 조사를 해봤는데요. 영상> 오디오> 사진> 글 순이었습니다. 영상과 오디오가 압도적으로 높았고요. 사진과 글은 매우 낮았어요.”


스토리펀딩의 형태는 ‘글> 사진> 영상> 오디오’ 거의 반대다. 20대가 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콘텐츠의 형태에 대한 고민 없이 왜 20대가 오지 않느냐며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10대는 궁금한 게 있을 때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당연히 검색은 포털, 특히 네이버라 생각한다. (다음 ‘팩폭’ 미안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내 주변 사람들, 내 또래인 30대, 나보다 윗세대인 사람들이었다. 젊은 사람들, 특히 10대는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와이즈앱이 2017년 11월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0대가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다. 10대들만 놓고 보면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그리고 네이버의 사용 시간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유튜브에 사용에 할애하고 있다. 10대는 영상이라는 문법이 매우 친숙한 세대다. 2000년대 후반 데이터 가격이 매우 싸지면서 누구든 어디서든 동영상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라는 말은 이미 오래됐다.


그래도 검색은 다르지 않냐고 반박할 수 있다. 단순히 이용 시간만으로 10대가 유튜브로 검색을 많이 한다고는 볼 수 없다. 검색은 ‘쌍방향성’이다. ‘단방향성’의 미디어와 다르다. 미디어는 생산자가 있고 수요자가 있다. 검색은 질문하는 사람이 있고 그에 대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람이 있다. 질문자가 생산자가 될 수 있고 생산자도 질문자가 될 수 있다. 생산자와 수요자의 경계가 모호하다.


유튜브엔 10대들이 원하는 정보가 있다. 10대들이 가장 친숙한 ‘영상’ 형태로 담겨있다. 10대들이 궁금한 게임 공략법이라든지, 뷰티 팁이라든지, 음식 리뷰라든지, 다양한 콘텐츠들이 유튜브엔 종류별로 다 있다. 그것도 10대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10대들이 만든 콘텐츠들이다. 10대들은 또래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며 수익을 얻는다. 유튜브의 영상을 보기 위해선 광고를 봐야한다. 이 광고비의 일부는 가뜩이나 용돈이 궁한 10대 크리에이터들의 짭짤한 수입이 된다. 이런 수요자-생산자-광고주의 선순환 생태계가 형성됐다. 10대들은 그래서 포털 대신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기존의 문법들이 깨지고 있다. 10대들은 포털에서 텍스트가 아닌 영상을 검색하고 있다. 아직 열 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컴퓨터가 뭐야?’하고 물어보고 있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컴퓨터 사업과, 포털 사업도 이젠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리패키징과 리폼, 책의 기회


아날로그, 오프라인, 책 하면 떠오르는 말이다. 책은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10대들은 영상과 오디오를 좋아한다는데, 책은 글이 중심이다. 


기회는 분명히 있다. 사례가 많진 않지만, 플랫폼을 활용해 책을 영상-음성 등 다양한 형태로 디지털화하고 있다. 일정 부분 성과도 거뒀다. 디지털화보다는 ‘모바일화’라는 표현이 맞겠다. 모바일 문법에 맞게 리패키징(repackaging) 했다. 영상과 오디오 형태에 맞게 리폼(reform) 했다. 


스토리펀딩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 프로젝트는 책에 담긴 고전을 모바일에서 잘 소비될 수 있도록 5분 내외의 형태로 압축(리패키징)하고 영상의 형태로 리폼했다.


‘동물농장, 시민 불복종, 레미제라블, 젊은 베르터의 슬픔, 오만과 편견, 그리스인 조르바, 안네의 일기’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하지만 읽은 기억이 없거나, 시간이 지나 기억이 사라진, 위대한 고전을 영상화하는 작업을 했다. EBS 지식채널e의 형태로 짧지만 강렬한, 하지만 메시지는 묵직한 영상을 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강신장 대표의 말이다. 


“저는 고전 중에서도 인류가 남긴 위대한 책들 즉 '그레이트 북스(Great Books)' 500권을 선정하고, 한 권을 '5분의 영상'으로 제작하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고전5미닛>은 고전의 주요 내용과 가치를 아주 짧은 시간에 파악하고, 바쁘게 사느라 '나'조차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나'를 만나고 '더 좋은 삶'을 꿈꾸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물론 많은 분들은 이 영상을 통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원작을 손에 잡게 될 것입니다.


과학자 뉴턴은 비록 난쟁이일지언정, 거인의 어깨 위에 오른다면 더 멀리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부족한 점은 많지만 고전이란 큰 봉우리를 오르는데 작은 징검다리가 됨으로써, 우리들 모두가 삶의 지혜를 깨닫고 상상력의 두께를 높여 거인의 어깨 위로 오를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


이렇게 만든 영상은 스토리 펀딩,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세 개의 플랫폼을 통해 유통했다. 동영상 유통 플랫폼 카카오TV에는 10여 개의 핵심 작품을 무료로 공개해 독자들에게 프로모션 형태로 제공했다. 콘텐츠 유료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에서는 영상을 25개에서 150개 단위로 묶어 유료 패키지를 판매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스토리펀딩에서는 유료 패키지 상품을 함께 팔았고 약 83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전의 가치는 영원하다. 텍스트로 전달되던 고전의 가치를 요즘 문법은 모바일과 영상에 맞게 리패키징-리폼했고,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활용해 성과를 거둔 사례다.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책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었다. 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는 100명의 배우들이 100편의 한국 중단편 소설을 낭독한 것이다. 문소리, 최민식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커뮤니케이션북스-한국 연극인 복지재단-EBS가 함께 진행했다. 총 낭독시간은 104시간 10분이며 한 편당 18분에서 길게는 2시간 33분까지다. 그동안 음원을 도서관 등에 보급해오다 100편의 작품을 한데 모아 작년 8월, 처음으로 USB 메모리에 담아 출시했다.


이렇게 만든 오디오 콘텐츠를 카카오의 주문생산 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에 팔았다. 모바일로 미리 주문을 받아 최소 생산 수량을 넘기면 생산하는 방식인 주문생산 플랫폼이다.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오디오북은 2017년 8~9월 네 번에 걸쳐 앙코르 판매를 했다. 200개에서 500개 정도의 수량을 판매했고 모두 열흘 만에 완판 됐다. 

가격이 7만 원 정도로 싸지 않았다. 오디오북은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친숙한 제품이 아니다. 불리한 여건을 콘텐츠의 힘으로 극복해 큰 성과를 거뒀다. 이제 사람들은 책을 종이로만 읽는 경험을 하지 않는다. 영상으로 보기도 하고, 오디오로 듣기도 한다. 


책의 근간은 ‘텍스트’다. 모든 콘텐츠의 근간 또한 텍스트다. 텍스트는 수용자를 이끄는 힘이 있다. 영상-오디오, 어떤 형태라도 텍스트만 잘 살린다면 그에 맞는 리패키징과 리폼이 가능하다. 물론 모바일 문법과 영상-오디오 호흡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읽는 것보다 보고 듣는 게 더 친숙한 모바일 네이티브들이 경제적 주체가 되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인쇄물이라는 형태, 종이 책이라는 껍질을 깨고 ‘텍스트의 유통’ 측면에서 출판을 바라본다면 분명 기회는 있다. 플랫폼은 질 좋은 콘텐츠를 받아줄 준비가 돼 있다. 텍스트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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