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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Oct 09. 2018

QR 코드의 부활과 출판 O2O

[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여섯 살 아들과 서점에 들렀다. 아들 책은 인터넷으로 사주곤 하는데, 책 냄새 직접 맡아보며 고르게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형형색색 책들을 보자 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들은 다섯 권의 책을 골랐다. 나도 서점 온 김에 세 권을 집어 들었다. 손에 드니 무거웠다. 아이들 책은 표지가 두껍고 반짝였다. 내 책보다 두 배는 무거웠다. 집에 갈 일이 걱정됐다. 지하철 타고 왔다. 한 손은 아들 손잡고, 다른 한 손에 책 꾸러미 들고 다닌다면, 손가락 마디가 아플 것 같았다. 혼잡한 강남역에서 환승도 해야 했다.


손에 들었던 책 중 여섯 권을 다시 서가에 꽂았다. 1) 스마트폰을 켰다. 2) 인터넷 서점 앱에 접속해 3) 책 이름을 검색했다. 4) 같은 책인지 확인한 후 장바구니에 넣었다. 5) 모두 모아서 한 번에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6) 서점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책은 다음날 집으로 도착했다.


서점에선 두 권만 결제했다. 아들과 내 손엔 집에 가면서 읽을 책이 손에 한 권씩 들려있었다. 집에 가는 길 손은 가벼웠지만, 서점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의 행동을 되짚어봤다. 손이 무거워 앱으로 주문했다. 그 과정도 간단하진 않았다. 6단계를 거쳤다. 책 이름을 일일이 검색하는 것부터 번거로웠다. 그 책이 꼭 필요하지 않았다면, 과정이 귀찮아 포기할 수도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책을 검색하는 사이 아들은 장난감 코너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왜 책 파는 곳에 토이저OO만큼 매력적인 장난감 코너가 있는 것인가) 집에 있는 장난감과 비슷한 걸 또 사달라고 했다. 실랑이하다가 결국 불필요한 지출을 했다. 아들은 책보다 장난감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에 더 만족했다.


과정의 단축과 O2O


IT 플랫폼은 ‘과정의 단축’으로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준다. 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영상 콘텐츠를 꾸준히 추천해준다.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검색 플랫폼 구글은 검색어를 입력창에 치면 이용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보여준다. 두 번 세 번 찾아보지 않게 최적의 결괏값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한 번의 클릭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검색 결과 값 첫 페이지 화면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이 또한 ‘과정의 단축’이다.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방식이다. 커머스 영역에서 시작된 O2O지만 현재는 많은 산업 영역에서 활용된다. 교통을 포함한 모빌리티 분야의 성장이 빠르다. 오프라인에서 복잡했던 과정을 온라인이 줄여주면서 이용자들이 몰리고 있다.


그동안의 콜택시는 1) 콜센터에 전화하고 2) 상담사에게 나의 위치를 알리고 3) 배차된 기사님에게도 내 위치를 설명하고 4) 택시 기사님께 콜비 1천 원까지 지불해야 했다. 이 과정을 1) 앱으로 택시를 부른다 2) 기사님을 만난다, 2개로 줄였다. 과정을 줄였지만 콜비도 받지 않았다.  카카오택시는 ‘과정의 단축’ 백미다. 이용자는 2000만 명이다.


‘과정의 단축’이 서점에서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이른바 ‘출판 O2O’다. 종이의 물성을 가진 책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온라인과 연결될 수 있을까. 연결의 매개가 필요하다.


중국발 QR 코드의 부활


QR(Quick Response) 코드

사진, 동영상 등의 온갖 정보들을 담을 수 있는 2차원의 격자무늬 코드. 특정 상품의 이름이나 제조사, 가격 등 간단한 정보만 담을 수 있는 바코드와 달리 QR코드는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인식 기능으로 흑백 격자무늬 패턴의 이 코드를 스캔하면 여기에 담겨있는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QR코드를 처음 개발한 일본의 덴소 웨이브가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아 누구나 자신의 활용 목적에 부합하게 QR코드를 쉽게 제작하고 이용할 수 있다. (출처 : 다음 백과)


QR코드는 2010년쯤 처음 접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연결될 수 있는 획기적인 수단이라고 했다. 신기했다. 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하면 링크로 연결됐다. 당시 결혼이란 걸 했는데, 청첩장에 QR 코드를 넣었다. 스캔하면 결혼식 장소의 지도 링크로 연결된다. 하객들이 얼마나 QR 코드를 활용했는지는 수집하진 못했다. 청첩장에 오시는 길을 상세히 적어놨기에, 아마도 나만 해봤을 것 같다.


‘우와 신기하다’ 그 이상의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링크를 연결해 약속된 페이지만 하나 뜰뿐, 우리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꿔주지 않았다. 당시 데이터 전송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고, 스마트폰에서 구현할 수 있는 페이지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QR 코드 스캔이라는 과정은 신기했지만, 그다음 액션이 시시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졌던 QR코드가 최근 부활했다. 시작은 중국이다. 중국인은 더 이상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QR코드 기반 간편 결제가 빠른 속도로 보급됐기 때문이다. 낮은 신용카드 보급률과 결제 단말기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카드나 지폐를 보관하는 지갑 자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2016년 세계 핀테크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5대 핀테크 기업 중 4개가 중국 기업이다. 시장조사기업 ‘입소스’에 따르면 중국인의 약 77%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사용한다. 이중 대부분이 QR코드 결제다.


중국의 QR코드 결제 성장의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중국은 신용카드 이용률이 낮다. 은행 업무의 제약이 커 금융 인프라가 부족하다. 우리나라처럼 신용카드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당시 시장의 니즈를 파악한 알리페이 등은 신용 거래 필요 없는 직거래 방식의 간편 결제 수단으로 QR 코드를 선택했다.


중국은 PC 기반의 인터넷 산업을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로 갔다. 우리나라 2000년대 초 닷컴 벤처 열풍처럼 2010년대 중국은 모바일 벤처 열풍이 불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IT기업은 모바일 전략을 먼저 선택했고,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의 큰손으로 올라섰다.


모바일에 집중하다 보니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능도 다양해졌다. QR 코드로 연결된 기능이 이용자들에게 ‘과정의 단축’이라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자연스럽게 QR 코드 결제가 대세로 떠올랐다.


IT 인프라는 세계 최고라 인정받는 한국도 모바일 결제 분야에선 뒤쳐져있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결제 총액은 약 15조 원이다. 같은 기간 중국의 모바일 결제 총액은 무려 약 9390조 원, 미국은 약 200조 원이다. 인구를 감안해도 큰 차이다. 낮은 수치는 오히려 기회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성장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QR 결제 시장의 성장


최근 QR 코드 결제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촉발된 계기는  정부의 ‘소상공인 보호 정책’이다. 신용카드의 수수료가 소상공인의 이익을 줄인다고 판단해 QR코드 결제 방식을 이용해 소상공인을 위한 ‘수수료 제로’ 정책을 공언했다.


간편 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는 소상공인을 위한 QR 코드 결제 키트를 보급하고 있다. 소상공인이 카카오페이에 신청하면 QR 코드가 담긴 키트를 준다. 물건을 사는 소비자는 본인의 카톡이나 카메라로 코드를 촬영한다.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담긴 카카오페이에서 자동으로 결제된다. 소비자가 담아둔 돈이 소상공인에게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수수료는 0원이다. 고스란히 판매자에게 전달된다.


이렇게 제공하는 키트가 3개월 만에 10만 개를 돌파했다. 이용자들의 결제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QR 결제 키트가 시중에 배치되기 시작한 8월 실적은 전월 대비 결제건수 3.7배, 거래액 4.2배가 늘어났다.


이용자 연령대 비중은 20대 49.2%, 30대 31.5%, 40대 11.4% 순으로,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이용률이 확대되고 있다. 결제 금액은 1만 원 미만이 전체의 61%를 차지해 현금 거래가 많은 소액 결제 상황에서 부담 없이 QR 결제로 편리하게 결제하는 양상을 보였다.


1만 원 내외의 책을 판매하는 서점들은 QR 코드 키트를 잘 활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출판 O2O는 QR 코드로


현금 들고 다닐 일이 점점 사라진다. 신용카드나 스마트폰 간편 결제면 충분하다. 둘 다 안 되면 스마트폰 계좌 이체로 보내주면 된다. 최근에는 중고 거래도 QR 코드 결제 방식을 쓴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 QR 코드만 보여주면 쉽게 송금이 가능하다.


지역에서 열린 한 도서 축제에 갔다. 좋은 책들이 많았다. 하필 현금이 부족했다. 사고 싶은 책을 다 못 샀다. 도서 축제 부스마다 QR코드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서점에서도 책마다 QR 코드를 넣고 ‘지금 모바일로 결제하면 이 책을 내일 집으로 보내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주면 어떨까? 독자는 무거운 손을 걱정할 일 없이, 바로 책을 받아 볼 수 있다. 책 파는 사람들은 더 많은 책을 팔 수 있다.


QR 코드 기반의 O2O 개념이 적용된다면 서점은 일종의 ‘쇼케이스’ 형태가 될 것이다. 모든 책을 서가에 꽂아놓을 필요 없다. 한두 권씩만 두면 된다. 공간을 절약할 수 있고 큐레이션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판매용 아닌 QR 코드 붙인 테스트용(?) 책을 전시하면 책 훼손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책 마케팅에도 QR 코드를 적극 활용해볼 수 있다. QR 코드로 작가의 영상 메시지나, 책 소개 영상을 연결해주면 책 구매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의 글판은 매번 화제가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글판의 문구는 책에서 나온다. 글판 옆에 QR 코드가 있다면, 사진을 찍으며 QR 코드도 스캔해볼 수 있다. 자연히 그 문구와 관련된 책 구매 페이지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도시 여기저기 배치된 글판에 모두 적용해볼 수 있다. 지난 9월 17일 박원순 서울 시장은 서울 지하철역에서 모든 상업 광고를 없애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공공 공간을 미술관, 예술 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학도 하나의 예술이다. 문학 작품의 글귀를 전시하고 QR 코드로 책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용인시와 광명시 등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문학 자판기’와도 결합이 가능하다. 지하철역과 관공서에 설치된 문학 자판기는 버튼을 누르면 시, 수필 등 문학작품이 인쇄된 종이가 나온다. 짧은 시간 스마트폰 대신 책에 담긴 내용을 감상하자는 취지다.


문학 자판기는 파리, 런던 등 유럽의 지하철역 등에 설치돼 호응을 얻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도서전’에 첫 선을 보여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용인시민인 나는 종종 문학 자판기를 이용한다. 책의 문구만 나올 뿐 책의 구매로 연결하는 동선은 없다. 글 아래 QR코드가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정부-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오프라인 정책이 온라인과 결합한다면 더 큰 시너지 낼 수 있을 것이다. ‘소상공인 보호’ 정책과 궤를 같이 할 수도 있다.


출판 O2O의 연결고리는 ‘QR 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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