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연습

긍정의 언어로 바꿔 말하는 연습

by tripall


환갑을 넘기면서 아픈 곳이 많아졌다.

오십견인지 오른쪽 어깨가 아파서 팔을 움직이지 못했다. 젓가락질도 할 수 없었다. 몇 달이 지나면서 점차 좋아지고 있는데 왼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인대가 늘어났다고 한다. 못 걷는 건 아니지만, 앉았다가 일어날 때 통증이 느껴지고 왼쪽 다리를 잘 구부리지 못한다.

게다가 오른쪽 눈에 광시증이 생겼다. 밤에 번쩍거리는 게 보이는 데 이런 증상도 처음이고 이런 병명이 있다는 것도 몰랐었다.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일상적으로 불편한 일들까지 적자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리가 들리는 이명이나 어지럼증이 심한 이석증, 빈뇨나 통뇨를 느끼는 방광염 등도 나이 들면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것만 보면 나이 드는 게 우울해진다. 그렇다고 나이를 먹지 않기로 내 마음대로 작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면 울적한 것보다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게 낫겠다 싶다.


생각하기 나름

나는 크기 감각이 부족한가 보다. 주전자 뚜껑과 냄비 뚜껑이 있을 때, 조그만 주전자 뚜껑으로 커다란 냄비를 덮으려고 하는 행동을 곧잘 한다. 크기가 어이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서 그런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이 코미디 같다. 혼자서 깔깔거리며 웃게 되고, 그러고 나면 기분도 좋아진다. 실수가 우울함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이렇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하나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이다.


자꾸 까먹는 일이 많아지고, 그럴 때 ‘바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나 자신을 바보라고 말하면 내 의도에 비난을 담고 있지 않아도 부정적인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이젠 ‘깜빡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깜빡깜빡 잊어먹으니, 깜빡이가 맞다. 자동차의 방향지시등도 깜빡이라고 한다. 갈 방향을 알려주는 꼭 필요한 기능이다. 그러니 깜빡이라고 부르면 긍정적으로 들린다. 깜빡했다는 걸 알았다면 잊었던 걸 기억해 낸 것이니, 깜빡이를 켠 것처럼 갈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폐경이 되면 여자들은 울적해지기도 한다. 생리적으로 여성의 역할이 끝났다는 것보다 내겐 뼈가 약해지고 아픈 것이 걱정되었다. 막상 겪어보니 대수로울 건 없었다. 열감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몸을 후끈 덥혔다가 사라졌다. 언제까지 갱년기인지 모르겠지만 열감은 빈도가 줄어들긴 해도 없어지진 않았다. 여자가 겪게 되는 이 과정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폐경의 좋은 점을 찾아보았다. 상대적으로 생리를 하면 불편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이젠 아무 때나 흰 바지를 입을 수 있다. 수영 강습에 빠질 요인이 하나 없어졌다. 온천에 가거나 물놀이할 때 날짜를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임신에 대한 염려 없이 섹스할 수 있다. 여행 갈 때 생리대를 챙길 필요가 없다. 크기별로 생리대를 갖춰 놓을 필요가 없고, 생리통으로 아파할 일도 없다.


나이가 들면 여러 경험을 해서 그런지 감탄하는 일이 적어진다. 무뎌진다. 반면에 두려움이나 조바심도 줄어든다. 젊었을 때의 치열함이 없지만, 집착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별로 없다. 실패나 포기에서 오는 상처가 그리 깊지 않다. 세상 이치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것 같다.

좋고 나쁨을 딱 하나로 정의해버릴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치료제로 쓰는 약에 부작용이 있는 것처럼 좋기만 한 것도 없다. 나쁘다고 알았던 일이 나중에 좋은 일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나쁘다고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일이라도 거기서 좋은 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걸 찾으려고 시도하지 않으면 못 찾는다.


나이 들면 눈이 침침해지는 게 파트너의 주름을 가려주고, 귀는 어두워져서 상대의 잔소리를 듣지 못하고, 촉각이 둔해져 탄력이 없어진 살을 못 느껴 서로에게 더 편안해질 수 있다고 한다. 노화로 신체기능이 저하되지만, 이것이 사랑을 유지하는 요인이 된다.


내 아픈 증상들은 그 부분에 신경 쓰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조심하게 된다. 아프기 전에는 무관심했던 몸에 감사하는 마음도 생긴다. 내 몸이 말하고자 한 게 그거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면을 찾고 그걸 말하면서 스스로 기분을 올리면 웃을 일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나이 드는 게 즐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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