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상처 내는 일을 줄이자
기억나지 않는 상처들
자다 일어나서 팔이나 몸에 긁혀 있는 걸 본 적이 있고, 샤워하다가 멍이 나 있는 걸 알게 된다. 언제 어디서 다쳤는지 기억이 없다. 가볍게 다친 것인데 덧나기도 하고 오래 아프기도 했다. 젊었을 때와는 달리 회복되는 속도가 느려졌다.
내 몸에 상처 내는 일을 줄이고자 먼저 한 일은 손톱을 자주 깎는 거였다. 어릴 때부터 손톱을 길게 자르는 편이어서 금세 자랐다. 긴 손톱이 손을 더 예뻐 보이게 하지만 그 손톱에 긁히는 일이 자주 벌어지면서 조금 길다 싶으면 깎는다. 나이가 드니 손톱 자라는 것도 달라진다. 끝이 들려서 자라는 게 있어서 더 상처를 주나 보다.
덜렁대는 편도 아닌데 어딘가 부딪치고 걸리는 일이 많다. 집안에서도 그러는데 대부분 같은 곳에 반복적으로 부딪친다. 그 위치에 놓인 물건이 내 동선에 걸리는 거다. 그렇다면 물건의 위치를 바꾸는 게 좋다.
그럴 수 없다면 뾰족한 부분을 처리해 두는 게 필요하다. 스펀지처럼 된 것을 다치는 부분에 덧댄다. 부딪쳐도 아프지 않게. 조금 날카로운 것은 잘라내거나 손톱 다듬는 줄로 갈아서 끝을 무디게 한다. 긁히는 곳엔 테이프를 붙이거나 매니큐어를 칠해 덮는다.
다칠 만한 물건은 조심히 다룬다
요리할 때 늘 사용하는 칼조차도 주의해야 한다. 노안이 오면서 가까운 데 있는 것을 볼 때면 안경을 벗어야 잘 보여, 집안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채소를 다듬다가 어느 땐 눈 가까이에서 칼질하고 있는 자신을 알아채기도 하는데 깜짝 놀라서 다시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망치질할 때도 손으로 못을 잡기보다 펜치로 잡아주는 게 좋다.
의자 위나 높은 곳에 올라갈 때는 흔들림 없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움직인다. 의자 위에 올라가서도 적당하게 손이 닿는 범위에서 일하도록 한다. 발꿈치를 든 채, 있는 데로 손을 뻗어서 일하다가 다칠 수 있다. 균형감각이 떨어진 데다가 어지럼증이 갑자기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손이 안 닿는 곳은 긴 도구를 활용하든가 그냥 두는 편이 낫다.
물건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두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날카로운 물건은 안전한 위치에 둔다. 어느 정도의 흔들림에는 떨어지지 않도록 잘 놓는다.
주방 도구를 사용할 때는 손에서 놓치는 일을 줄이도록 서두르지 않는다. 뜨거운 냄비도, 유리나 사기그릇들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지만 떨어뜨리면 위험해진다. 김치통이건 기름병이건 뚜껑이 잘 닫혔는지 먼저 확인하여 물건을 쏟는 일이 없도록 한다.
안전장치를 설치한다
가구를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 앉은뱅이 탁자를 책상으로 바꿨더니, 앉고 서기가 훨씬 편해졌다.
신발 끈을 묶을 때 쪼그리고 있는 게 힘들었는데 낮은 의자를 현관에 놓아서 해결했다. 끈이 없는 신발이어도 신으려면 구부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긴 구둣주걱을 두는 것도 좋겠다.
신발을 신는 현관도 그렇고 욕실에서는 더욱 넘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 곳에는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면 좋다. 변기에서 일어나면서도 위험할 수 있어 그 옆에 손잡이를 설치하기도 한다. 안전 손잡이 설치가 어렵다면 잡을 수 있는 단단한 끈을 묶어 두는 것도 좋다. 스트레칭할 때 쓰던 줄이 늘어나 쓸모가 없어졌는데, 욕실에 묶어놓고 잘 사용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 아파트가 세워진다고 하는데 공급이 충분치 않을 것이고, 작은 장치들이라도 나라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해 준다면 사고 발생을 줄이고 의료보험 지원으로 나가는 비용도 줄 것이다. 아직은 그런 정책이 시도되고 있지 않으니 각자 해야 한다.
반복되는 불편함을 방치하지 말고, 간단히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스스로 한다. 내가 생각해 내서 설치한 끈이나 앉은뱅이 의자는 집에 있는 물건을 활용한 것이라 돈 한 푼 들지 않았지만, 그 효과는 아주 크다. 일상생활에서 다칠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 다독이기
몸에 상처를 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지만, 마음도 그렇다. 이미 벌어진 실수나 실패에 대해 지나치게 자신을 후벼 파는 건 마음에 상처를 내는 것이다.
다른 사람 탓을 하는 것이 더 나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갔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관련된 일을 처리한다. 그 일이 벌어지게 된 상황을 되짚어 정리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거기까지이다. 그 이상으로 계속 곱씹고 후회하는 일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좌절감은 사람을 더 가라앉게 한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누구나 작든 크든 실패를 경험하고 실수를 한다. 그로 인해 스스로 깊은 상처를 내는 일이 없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