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연습

기억하기 좋게 단순화시킨다

by tripall


잃어버린 수많은 물건

중요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뭔가 잃어버린 적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내게 먼저 떠오른 것은 버스에 놓고 내린 우산과 양산들이다. 모자를 자주 쓰는 편인데, 어딘가에 두고 오거나 떨어뜨리거나 한 모자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개다.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비행기에 타고서야 신용카드가 주머니에서 빠져나간 걸 알게 되어 중간 경유지에 도착해서 카드를 분실 신고하기까지 가슴 졸였던 적도 있다.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물건들을 보면 나만 칠칠치 못한 게 아니다.


들고 다니는 물건의 수를 가능한 한 적게

지닌 물건 모두에 신경을 쏟고 있는 게 아니므로 의도치 않게 분실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물건을 빠뜨리는 일이 훨씬 자주 발생한다.


이런 실수를 줄이려면 여러 가지를 들고 다니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물건들을 가방 하나에 다 넣도록 한다. 쓰고 있던 선글라스나 모자, 장갑은 벗으면 들고 있지 말고 가방에 넣는다. 의자에 둔 것은 눈에 잘 띄지 않아서 놓고 오기 쉽고, 탁자 위에 올려놓아도 못 챙길 수 있으니 가방 안에 넣으면 신경 쓰지 않아서 좋다.

가방은 닫을 수 있는 잠금장치가 있는 것이 쏟아질 염려가 없어서 안전하다.


가방이 없는 경우에는 가능하면 몸에 그대로 걸치고 있는 게 좋고, 벗어야 한다면 주머니에다 넣도록 한다. 나와 있는 물건들이 여러 개면 기억이 분산돼서 분실의 우려가 있다. 갖고 다니는 물건의 수를 적게 하면 그만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숫자로 기억하기

크기가 커서 가방에 넣지 못하는 것일 때는 내가 챙겨야 할 물건을 숫자로 기억하면 좋다. 가방과 우산을 갖고 다니고 있다면 ‘가방과 우산’을 기억하기보다는 ‘두 개’라고 기억하는 게 더 쉽다. 물건이 여러 개일수록 이 작전은 효과적이다.


이동할 때는 이 숫자를 기억해 내서 자신이 그 숫자만큼 들고 있는지 확인한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나오기 전, 볼일을 보고 나가기 전에 숫자만큼의 물건을 센다.

이에 덧붙여서 이동하기 전에 자신이 앉았던 곳을 돌아보는 것은 아주 좋은 습관이다.


숫자로 기억을 단순하게 하는 방법은 외출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밖에 나갈 때 꼭 갖고 나가야 하는 물건을 숫자로 기억해 놓는다.


나는 나갈 때 기본적으로 챙기는 것이 신용카드, 안경, 휴대전화이다. 3을 기억하고 세 가지 물건을 가졌는지 확인한다. 급하게 나갈 경우 경황이 없을 때도 숫자로 기억하면 빠른 시간에 세 가지만 챙기면 된다. 물건으로 기억하고 있으면 이미 세 가지 물건을 모두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나가면서 ‘뭔가 빠뜨린 게 없나’ 찜찜한 마음을 갖게 된다.


숫자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지만 대개 3 정도의 수일 것 같다. 코로나 때는 마스크가 추가되어 숫자가 늘었다.

다음 날 준비물은 문 앞에 미리 챙겨놓기

다음날 외출할 준비는 전날 하는 게 좋다. 학교 다닐 때 가방을 미리 싸놓지 않고 늦잠 자다가 서둘러 등교하면서 분명 안 갖고 간 것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없도록 가방을 미리 챙겨 놓는 것이 나이 들어서는 더욱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보니 방금 생각했던 것도 기억나지 않는 일이 종종 있다. 안방에서 거실로 갔는데 왜 나왔는지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전화하려고 휴대전화를 켰는데 떠 있는 메시지들을 확인하면서 전화하려던 걸 까먹기도 한다.


그러니 준비물을 챙길 때는 뭘 가져가겠다고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생각날 때 그 물건을 챙겨 놓도록 한다.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싸야지 하다간 모두 기억해 내지 못할 수 있다. 그때그때 챙겨 놓으면 그 기억은 지워버려도 되고 그 외의 다른 것을 기억할 자리가 생길 것이다.


가져갈 물건들은 문 앞에 놓아서 눈에 잘 보이게 해야 두고 가는 일이 없다. 다음날 가져가려고 준비한 물건을 냉장고에 두고 안 챙겼던 경험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자신의 기억력을 장담하지 말아야 한다.

냉장고 안에 있는 것을 챙겨야 한다면 어떤 표시를 남겨놓는다. 갖고 가려고 준비해 놓은 짐 위에 잘 보이도록 메모를 해놓든지 한다. 여러 가지를 기억하려면 뭔가 빠뜨릴 가능성이 커진다. 기억할 거리를 단순화시켜야 기억을 잘할 수 있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물건

단순화시키면 좋은 게 기억만이 아니다.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기억을 분산시킨다. 기억할 것이 많을 때 잊어먹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여러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뭘 가졌는지 일일이 기억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필요 이상의 많은 것을 갖고 산다. 그래도 여전히 뭔가를 구매하고 상대적으로 버리는 것도 많다. 상업 광고는 그 물건을 사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느끼게 한다. 새로운 물건들이 나오기도 하고, 더 편리하거나 더 용량이 크거나, 성능이 좋거나 해서 구매를 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니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는데 구매하기도 한다. 아파트에 수납공간을 많이 만드는 게 이런 물욕이나 과시욕과 관련 있을 것이다.


냉장고가 생겨 음식을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이 욕심을 부리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 물건을 많이 샀거나 요리를 많이 했을 때, 냉장고가 없다면 다른 사람과 나눌 생각을 할 것이다. 적어도 적은 분량을 다루려고 할 거고 낭비되는 일을 줄일 것이다. 냉장고가 있으면서 분량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다.

쟁여놓을 것이 많아질수록 냉장고의 용량은 점점 더 커가고, 요즘은 큰 냉장고를 두 개나 갖고 있는 집을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는 김치냉장고까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 보관하려고 냉동실에 넣어놓은 것들은 전기세만 축내다가 버려지는 일이 다반사다.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있는 물건을 또 사 오기도 한다. 저장할 공간이 많은 것이 욕심과 연관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살림살이를 조금씩 줄여나가자

60세까지 살면서 계속 사들였다면 60이 넘으면서는 조금씩 줄여나가며 살아보는 것이 좋겠다. 새로 사들이기보다 먼저 갖고 있는 물건을 활용해 보도록 하자. 새로운 쓰임새를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 특히 버릴 물건들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을 때 더욱 그렇다. 만드는 과정의 재미도 쏠쏠하다.


불필요한 물건은 정리한다. 그냥 버리지 말고, 다르게 쓰일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 보고, 그중 쓸만한 물건은 다른 사람에게 주면 좋다. 나에게 쓸모없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겐 필요한 것일 수 있다. 요즘은 중고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으니 거기에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꼭 사야 하는 물건이 있다면 유행을 따라서 선택하기보다 자신의 필요성에 맞는 걸 고르도록 한다. 쉽게 버릴 것을 사는 게 아니라 오래 쓸 것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재활용하는 쓰레기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쓰레기처리는 심각한 문제여서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살림살이를 단순화하면 물건의 효용성이 높아지고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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