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은 포기 못하지!
저희는 처음부터 '호수 공원'을 중심으로 살고 싶은 곳을 찾고 있었어요. 몇 년 전, 광교 호수공원에 놀러 갔다 그 여유로운 분위기에 마음을 빼앗겼던 경험이 있는데요. 이후 오흐리드 호숫가 근처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서산 호수공원을 매일밤 산책하며 꼭 호수 근처에 살아야겠다 다짐했었죠. 실행에 앞서 카카오맵을 이리저리 살피며 눈에 띄는 호수공원을 다이어리에 모조리 적기도 했습니다.
호수공원을 따라 처음 방문한 곳은 친언니가 살고 있던 A지역이에요. 호수공원 바로 앞에 숙소를 잡았는데 저녁 산책을 할 때면 이곳에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활의 편리함과 쾌적함 모두 마음에 쏙 들었거든요. 바로 이곳에 살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지만 더 좋은 곳이 있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호수공원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답사를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방문한 B지역은 아마도 호수공원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근처엔 백화점과 대형마트 그리고 지하철 역이 있어 차 없이 살기도 좋아 보였죠. 남편이 원했던 조건 중 하나인 문화 시설도 많고 도서관도 근처에 다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리단길'이 조성된 곳이라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기에도 딱 좋을 것 같았어요. 여러모로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언가 1%씩 채워지지 않는 사소한 문제들을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직주근접을 이뤄내기 어렵다던지, 비슷한 업종의 공간이 근처에 이미 존재한다던지 말이에요. 카카오맵으로 찾아보았을 때 제 마음속 1순위 지역이었기에 많이 아쉬웠지만 다른 곳을 더 찾아보자 싶었습니다.
다음으로 방문한 C지역 역시 넓고 큰 호수공원이 있으며 도서관, 대형 마트가 근처에 있고 집값이 저렴한 편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처음 방문한 낯선 지역이라 한달살기 하며 분위기를 좀 더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한 달을 살만한 숙소가 거의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아파트가 대부분인 지역이라 단기임대 공급이 부족한 듯했어요. 또 남편은 너무 붐비지도 너무 한산하지도 않은 '적당한 인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조금은 한산한 편에 속했던 C지역의 분위기를 아쉬워했고요. 둘이 함께 살 곳을 고르 것이기에 C지역은 제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기로 했습니다.
D지역은 호수, 역세권, 마트, 도서관, 공간을 오픈할 위치 등등 모두 마음에 드는 곳이었어요. 딱 한 가지, 집값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사실 저희는 작은 집을 선호하기에 당장은 문제가 없을 것 같았는데요. 하지만 아이가 생기거나 큰집으로 이사 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D지역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D지역은 서울과 아주 가까운 위치였기에 경제적인 쾌적함은 누리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서울과 멀어지며 경제적 부담을 조금은 덜고 싶었으니까요.
인천의 한 신도시와 한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라는 세종에도 방문해 보았습니다. 그중 세종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세종은 특징이 너무도 명확한지라 이름을 밝혀요.)
카카오맵으로 먼저 만난 세종은 넓은 수목원과 호수공원 그리고 국립 세종 도서관이 있어 살기 좋아 보였어요. 실제로 방문해 보니 공원이 많아 쾌적해 보였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있다는 점, 서울의 오피스텔 월세 값에 넓고 쾌적한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는 점이 제 마음을 두근 두근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집을 하나 보고 왔는데 쏙 마음에 들었거든요.
다만, '공무원 도시'라는 지역색이 얼마나 강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긴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부동산에 연락하자마자 '공무원이세요?'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임대인도 공무원이며 세입자로도 공무원을 원한다고요. 또, 두 곳의 부동산 모두 제가 하고 싶은 오프라인 공간의 업종을 말씀드리자 '공무원이 많은 도시 특성상' 힘들 것 같다며 고개를 저으셨어요. 공무원 인구가 많다는 것이 저희 부부에게 진입장벽이 느껴져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돌아와야 했습니다.
결국, 호수공원을 따라 여러 지역을 비교해 본 끝에 정착지로 한달살기를 하고 있던 A지역을 선택했습니다. 살고 싶은 도시를 찾기까지 최소 6개월은 예상했던 터라 생각보다 빠른 선택에 저희도 놀랐어요.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조건 하나를 선택해 관련 지역을 쏙쏙 둘러보니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살고 싶은 도시의 조건에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조건 하나를 선택해 도시 여행을 떠나보는 일, 살포시 추천드려 봅니다.
p.s 특정 지역에 관련된 글을 쓰다 보니 해당 지역의 주민분들이 댓글을 많이 남겨주시더라고요.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모두 다른 것인데 저의 글에 혹여나 기분 상하지 않으실까 싶어 지역 이름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추론되는 곳이 있더라도 마음속으로만 생각해 주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