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아 Sep 12. 2024

서울 탈출이 어려운 이유 4가지

가족, 일, 교통, 익숙함

경기도 한달살기를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경기도로 온 이유는 남편이 업무차 강남에 여러 번 가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인데요. 혼잡한 강남 근처에서 머무르긴 싫으니 이참에 서울에 접근 가능한 경기도에서 한 달을 살아보자 마음먹었죠.


이즈음 이미 깨닫고 있었어요. 저희는 아무래도 서울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요. 호기롭게 서울 탈출을 결심하고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를 외치며 전국 8도를 돌아다닐 계획을 세웠지만 두 번의 타지 살이를 경험하고 나니 현실적인 문제들이 보이더군요.


제가 경험한 서울 탈출이 어려운 현실적 문제를 말씀드려 보자면요,


1. 양가 가족이 모두 서울 근처에 거주하고 있다.

아무래도 저와 남편의 가족 모두 서울 혹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어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그리 문제 되는 일일까? 싶다가도 저희 부부만 타 지역에 사는 것이 그리 마음 편하지도, 유용하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곧 추석이라 양가 방문도 해야 하고, 10월엔 조카 돌잔치도 예정되어 있는데 만약 저희가 진주에 살고 있었다면? 쉽지 않겠죠.


또, 얼마 전에 친언니와 대화를 나누는데 그러더라고요. 얼굴을 자주 보고 살아야 진짜 가족 아니겠냐고요. 이제 부모님 연세도 있는데 조금이라도 가까이 살면서 서로 자주 봤으면 좋겠다고요. 요즘 들어 아픈 가족이 생겨서인지 그 말에 더 공감이 됐습니다.


2. 협업하는 회사들이 서울에 있다.

회사를 다니지 않기에 서울에서 마냥 멀어져도 문제없을 것 같았는데 또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백수부부라고 했습니다만 남편과 저는 이래저래 여러 일을 하고 있어요. 특히 남편은 여러 회사와 협업하는 일이 많아 종종 미팅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는데요. 놀랍게도 미팅을 제안한 회사는 모두 서울에 위치하고 있었어요.


무엇이든 사람이 하는 일은 실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실제로 미팅 후 남편에게 더 많은 기회들이 생기기도 했고요. 여러 기회를 잘 잡기 위해서라도 서울과는 너무 멀어지지 말아야겠다 싶었죠. 


3. 운전을 못한다.

저는 장롱면허 소지자예요. 스무 살 때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추가하겠다며 땄던 운전면허증은 현재 저에게 그저 신분증의 역할만을 하고 있습니다. 운전면허 도로주행 당시 옆자리에 앉아있던 감독관님의 호통을 들으며 핸들을 빼앗겼고 그날 집에 울며 돌아왔던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로는 도저히 운전을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운전을 하면 대형 사고가 날 것만 같아서요.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여전히 이기지 못하고 있기에 운전능력이 꼭 필요한 서울 밖의 삶을 꿈꾸기가 어려웠어요. 따라서 어느 정도의 교통 인프라가 저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4. 살던 곳이 주는 편안함

경기도로 입성하던 첫날, 마음이 아주 편안했어요. 서울과 멀지 않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작용했던 것일까요? 서산과 진주에 한달살기를 하러 가던 첫날은 낯선 지역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바짝 긴장을 했었는데 말이에요. 길을 잃으면 카카오 지도로 금방 목적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어디든 버스를 타고 슝 이동하면 될 것 같고, 부모님 댁도 그리 멀지 않으니 언제든 갈 수도 있을 것 같고. 여러 심리적인 요소가 작용하더라고요.


이럴 거면 그냥 서울에 살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닌가 싶죠. 그런데 오랜만에 서울에 잠시 올라갔다가 복잡한 서울의 모습을 보고는 '맞아, 서울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지' 다시금 깨닫고 돌아와 버렸지 뭐예요. 


떠나고 싶지만 떠나기 어려운 애증의 도시 서울, 과연 떠날 수 있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