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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Sep 01. 2024

애매한 나의 재능, 포기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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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취미와 특기란을 마주하면 취미란은 대강 채웠지만 특기란 앞에서는 한참을 망설였어요. '난 이것을 잘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일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아직 뾰족한 재능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어요.


나에게 뾰족한 재능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르겠다고요.


도무지 반가울 수 없는 깨달음이기에 모른 척 마음 한구석에 미뤄두고 살다 수미 작가의 <애매한 재능>에서 질문 하나를 마주했습니다.


# 책에서 만난 질문

그나마 잘하는 것을
움켜쥐었다고 생각했는데
남들과 비교해 애매하다는 판단이
들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루라도 빨리 포기해야 할까,
아니면 끈기를 가지고
좀 더 노력해 봐야 할까?
<애매한 재능> p.4


그나마 잘하는 것을 움켜쥐었는데 남들과 비교해 애매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면? 애매한 재능을 여럿 가진 저에게는 이미 너덜 해진 마음을 쿡쿡 찌르는 아픈 질문이었어요. 나에게는 해당 없는 일이라며 대답 없이 슥- 지나치고 싶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구석으로 미뤄둔 나의 애매한 재능들을 꺼내 답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하지만 행간을 읽어내는 능력도, 매끄럽고 울림을 주는 글을 써내는 능력도 애매해요. 애매한 재능은 '애매한 노력'에서 오는 건지도 모른다며 스스로를 괴롭혔습니다. 애매한 재능으로는 밥 벌어먹고 살기 어렵다며 스스로를 채근했고요. 어느덧 저는 스스로에게 좀처럼 너그럽지 못한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나는 정말 애매한 재능을 가진 걸까? 스스로를 애매한 사람으로 여긴 연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것이더라고요. '이 사람은 책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저 사람은 글쓰기를 정말 잘하네, 나는 이것도 저것도 부족한데...' 타인의 뾰족한 재능 옆에 나의 뭉툭한 재능을 바짝 붙여놓고 비교하며 '애매한 재능'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버린 것이죠. 


용기내어 타인과의 비교를 걷어내자 애매한 재능은 내가 좋아하는 일, 도전해 보고 싶었던 일, 나를 웃게하는 일, 보람을 느끼는 일, 의미 있는 일, 실패해도 괜찮은 일, 그저 하고 싶은 일 등... 다른 이름표를 달고 나타났습니다.


그것들을 한데 모으자 그 자체가 '나'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애매한 재능을 포기한다는 것은 나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 같았고요. 애매한 재능을 하나씩 포기하다 보면 결국 저는 텅 비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나의 애매한 재능을 좀 더 움켜쥐며 살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뾰족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애매함의 귀퉁이를 무리하게 깎아내진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전처럼 스스로를 괴롭히고 채근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비교를 걷어내보니...!


# 수미 작가의 대답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가진 그릇이 작고 겸손해 보일지 모른다. 더 큰 그릇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더 좋은 것을 담아야 한다고 성화를 부릴 수도 있다.

지금 나는 세상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가진 그릇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연습 중이다.
비로소 '무언가 되지 못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스스로에게서 거둘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애매한 재능> p.205


자기님에게도 애매한 재능이 있나요? 포기하셨나요, 아니면 여전히 움켜쥐고 계신가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이 글은 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자기만의 대답>은 나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질문 레터에요. 오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레터로 보내주세요. 그럼 레터를 통해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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