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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Sep 08. 2024

과연 내가 이걸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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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에 글과 함께 그림 한 컷을 싣기로 했어요. 질문에 그림으로도 답하고 싶었거든요. 그리하여 오랜만에 애플펜슬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런데 레터 발송 당일까지도 이렇다 할 그림을 그리지 못했어요.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지 도무지 손이 움직이질 않더라고요.


무엇도 그리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니 점점 검은 감정이 마음에 가득차기 시작했습니다. '레터에 그림을 싣겠다는 건 나의 욕심일까?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데 왜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 걸까?'에서 시작해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는 나의 엉성한 그림을 레터에 싣는 게 괜찮을까?'에 이르렀습니다. 점점 그림 그리기에 자신이 없어졌는지 '레터에 그림을 싣지 말자'라는 생각마저 했고요.


그러다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이라는 책에서 질문 하나를 만났어요.


# 책에서 만난 질문

과연 내가 그림을 그려도 될까?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p.14


과연 내가 '그림'을 그려도 될까?'라고 묻고 있었지만, 그림이라는 자리에 내가 망설이는 모든 단어를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레터를 시작할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거든요.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 레터를 만들어도 될까? 괜히 구독자님의 메일함 용량만 축내는 건 아닐까? 나를 알아가는 레터를 만들 수 있을까? 나도 아직 나를 잘 모르는데? 내가 과연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가만히 떠올려보니 저는 무언가 처음 시작할 때면 매번 이런 생각을 반복해 왔던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의 이유를 자기 객관화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했고요. 나의 능력을 부풀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기에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신중한 것이라고요.


물론 신중함이 실패의 구덩이에서 저를 여러 번 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나친 신중함은 스스로에 대한 의문만을 키우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앗아가 버리는듯 했어요.


그래서 레터를 쓰고 그리는 일만큼은 스스로를 마음껏 오해해보려고 해요. '나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려!'라면서요. 물론 레터를 봐주는 이가 없어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발송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고, 엉성한 그림을 보고 떠나가는 구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죠. 레터를 만드는 시간이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또 모르죠. 그 반대일 수도요! 그 결과는 '과연', '내가', '이걸' 해봐야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가끔은 나를 마음껏 오해해보자


# 책에서 만난 대답

지금 나는 당장 과거의 나에게 돌아가 대답을 해주고 싶다. 당연하지, 뭐라도 그려! 종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크레파스 닳는 일에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뭐든 그려. 네가 지금 아끼고 있는 그 크레파스는 나중에 영영 찾을 수 없으니까 있을 때 마음껏 좋아하는 색깔을 써둬.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p.14


과연 내가 이걸 해도 될까, 망설이는 일이 있나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이 글은 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자기만의 대답>은 나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기 권장 레터예요. 레터를 구독하시면 익명의 '교환 일기장'을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언제든 놀러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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