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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Mar 30. 2022

트리니다드를 떠나는 날

쿠바 여행기 12 : 트리니다드

매일 밤이면 트리니다드 메인 거리에 있는 마트에 들러 먹을 것을 샀다. 마트는 트리니다드 중심부에 있었고, 가장 큰 마트여서 물건의 종류도 많았다. 마트 진열대에는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들이 가득 차 있었다. 가격은 꽤 비싼 편이어서인지 주로 관광객들만 찾는 것 같았다. 해가 지고 나면 할 것이 없는 조용한 마을이었기에 우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칵테일을 만들어 마셨다. 칵테일의 가장 좋은 재료는 역시 아바나 클럽 럼주로 이 마트에서 6~7 쿡 정도면 구입할 수 있었다. 


칵테일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콜라에 럼주를 부으면 칵테일이 완성됐다. 구하기 힘든 얼음 없이 미지근한 칵테일을 그냥 마셔도 맛이 참 좋았다. 매일매일 사람들과 함께 칵테일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쿠바 여행의 꽃이었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관광을 하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길을 걷다 보면 건물 옥상을 통해 한국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말에 서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아까 와이파이 공원에서 봤었어요."

"맞아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잠깐 스쳐 지나간 것뿐인데도 우린 서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쿠바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크루즈 여행을 하고 있다는 노부부, 고등학생인 딸과 남미를 여행하고 있다는 부녀,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온 사람들. 우연히 만난 많은 사람들과 거리에 서서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곤 했다.  


트리니다드에서 1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밤에는 '아바나 클럽'을 가운데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일상 속에서 트리니다드에서 머무는 것이 점점 익숙해졌다. 그리고 곧 우리도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A형, B와 함께 다음 목적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날 우연히 만난 친구들이 간다는 곳에 같이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고민 끝에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를 경험한 것은 트리니다드의 앙콘 해변에서였다. 해변에서 놀다 화장실을 찾아 우연히 들어간 리조트에서였다. 리조트에서 머물고 있던 한국 사람을 1층 바 앞에서 우연히 만났고, 그는 그가 마시려고 받은 칵테일을 우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저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니까 이거 드셔 보세요."

쿠바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는 하루 10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커플이나 휴양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는 쿠바 여행의 필수 코스이기도 했다. 호텔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가 궁금해졌다.


차매로 까사에서 저녁을 먹으며 아저씨에게 어떤 곳의 리조트가 좋은지 물었다.

“내가 가본 곳 중에 가장 최고는 까요 산타 마리아야. 바라데로는 별로였어. 그곳은 산타 마리아의 푸른 물만큼 깨끗하지 않았거든.” 

차매로는 작년 휴가차 다녀왔다는 까요 산타 마리아를 추천했다. 아바나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바라데로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는 굉장히 유명하다. 짧은 기간 쿠바로 여행을 온 여행자라면 바라데로는 꼭 들리는 휴양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린 차매로의 추천을 믿고 아바나와 트리니다드에서 5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까요 산타 마리아에 가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매일 밤 들리는 마트 주변에는 상점과 은행, 여행사 등 많은 상점들이 있다. 은행 앞은 언제나 환전을 하려는 관광객들로 붐볐고 여행사 안에는 호텔이나 버스를 예약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리조트를 예약하기 위해서는 여행사를 통해야 했다. 마트에 항상 들를 때 보았던 여행사 직원이 생각났다. 마트 입구 한쪽에 책상과 의자를 가져다 놓고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빈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책상 위에는 여행 팸플릿들이 가득했고 전화기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는 작은 책상에 앉아 쿠바 여행과 관련된 모든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작은 여행사에서 올인클루시브 호텔과 도시를 이동하는 버스, 택시 예약도 가능했다.


마트에 들러 저녁에 마실 '아바나 클럽' 럼주와 음료수를 하나 샀다. 그리고 지루한 듯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직원 앞에 서서 물었다.

"까요 산타 마리아의 리조트 예약을 하고 싶어요. 내일 가능할까요?"

"물론이죠! 앉아봐요."

직원은 팸플릿의 여러 리조트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는 1박에 120 쿡(120,000원)이에요. 내가 추천하는 곳은 이 리조트입니다. 5개의 레스토랑, 5개의 바, 디스코가 있는 5성급 리조트예요."

우린 책상 앞의 의자에 앉아서도 계속 고민을 했다. '바라데로로 갈까? 산타 마리아로 갈까?' 긴 고민 끝에 직원이 추천해 주는 까요 산타 마리아의 리조트로 예약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차매로에게 부탁하여 산타 마리아행 택시를 예약했다.


다음날 짐을 챙겨 거실로 나갔다. 거의 일주일간 묵었던 숙소의 여사님은 거실에서 우리를 마중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여사님과 작별인사를 했다. 여사님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 덕에 B와 나도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버렸다. 대화는 온전히 통하지 않았지만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얼굴을 맞대고 수다를 떨며 정이 들었던 것이다. 얼굴이 타면 쓰려고 챙겨 온 수분팩은 여사님께 모두 드렸다. 공산품이 귀한 쿠바에서 수분팩은 여성에게 정말 큰 선물이라고 했다. 사장님은 딸과 함께 쓰겠다며 기뻐하셨다. 메일로 한국의 사진을 보내달라는 여사님과 작별의 포옹을 하고 숙소를 나섰다. 우리가 발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까지도 눈물을 글썽거리는 여사님을 뒤로하고, 배웅을 나온 차매로 아저씨와 인사를 하고 우린 택시에 올라 트리니다드를 떠나 까요 산타마리아로 향했다.


쿠바 트리니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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