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 Aug 31. 2021

호캉스의 정석

쿠바 여행기 13 : 산타 마리아

까요 산타 마리아는 트리니다드에서 차로 5시간 걸리는 곳에 있었다. 고속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았던 탓에 차는 계속 덜컹거렸고, 엎친대 덮친 격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길은 흙길에서 진흙길로 바뀌었다. 차는 더욱 더디게 이동했고, 차 안으로 비가 새어 들어왔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진흙 길을 따라 6시간이 넘게 걸려 마침내 까요 산타 마리아에 도착했다. 까요 산타 마리아는 제방 위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바다 위의 긴 길을 따라 들어가야 했다. 길쭉한 섬에는 길을 따라 리조트가 위치해 있었다. 여러 개의 리조트를 지나 우리가 예약한 곳에 도착했다. 리조트는 쿠바의 다른 건물들과 다르게 화려했다. 멋스러운 장식과 새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휘날리는 하얀 커튼은 이곳이 휴양지임을 뽐내는 듯했다.


로비 앞에 택시가 멈춰 섰다. 캐리어와 짐을 챙겨 로비로 들어갔다. 넓게 펼쳐진 바닷가가 눈앞에 들어왔다. 로비 건물은 문과 벽이 없었고 건물의 동그란 기둥들 사이로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로비 옆에 위치한 카페에는 사람들이 시끌벅적 떠들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영화에서만 보았던 휴양의 천국 같은 곳이었다. 로비 곳곳에 설치된 하얀 커튼이 바람에 휘날렸다. 체크인 순서를 기다리며 커튼 아래 넓은 소파에 앉았다. 여유롭게 바다를 바라보며 바닷바람을 맞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체크인을 마친 후 전동 카트에 캐리어를 싣고 객실 건물로 이동했다. 객실은 대궐 같이 넓었다. 큰 화장실에 큰 침대 2개가 자리 잡고 있었고 냉장고에는 마실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냉장고에 있는 음료는 물론 모두 무료였다. 객실 건물 근처에는 수영장이 있었고 바로 앞에는 작은 바와 레스토랑이 있어 수영을 하고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객실 바로 앞쪽으로는 해변가가 있어 물놀이를 하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로비 근처에는 뷔페, 양식, 일식 등 5개의 레스토랑이 있어, 전화로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면 어떤 식당에서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로비 아래층에는 넓은 바와 클럽이 있어 밤이면 공연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바에서 칵테일과 양주를 마시며 공연을 즐겼고 작은 클럽에서는 사람들이 춤을 추며 시간을 보냈다.


리조트 구경을 마치고 일식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일식이라기보다는 퓨전 음식에 가까웠다. 어느 나라 음식인지 헷갈리는 퀄리티였지만 그래도 쿠바에서 맛볼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저녁이었다. 먹고 싶은 음식들을 모두 주문했다. 와인도 마음껏 마실  있었고 나름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1층 바 옆의 공연장에서는 댄스 공연이 한창이었다. 바에 앉아 종류별로 칵테일을 맛보는 사이 우리 또래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어? 나는 캐나다에서 부모님 따라 여행을 왔어.”

20살이었고 부모님을 따라 쿠바를 여행 중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동양인은 흔하지 않아서였는지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정신없는 바를 빠져나와 객실로 걷기 시작했다. 조용한 거리에는 수영장이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피곤한 하루를 보낸 우린 객실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찬바람이 불며 어제와는 다르게 수영장과 바닷가는 텅텅 비었다. 조식 뷔페를 배불리 먹고 유유자적 리조트 안을 걸었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 리조트에서   있는 것이라고는 먹는 것 밖에 없었다. 밥을 먹고 바에 들러 칵테일을 마시고, 다시 스낵바에 들러 간식과 맥주를 마셨다. 아침은 뷔페 음식을, 스낵바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점심은 양식 레스토랑에서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먹었다. 카페에서 받은 커피와 케이크를 들고 로비의 넓은 소파에 앉아 바다를 보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리조트 내에서도 인터넷을 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와이파이 카드를 사용해야 했다. 아바나와 트리니다드에서는 한 번에 3장씩 밖에 살 수 없었던 와이파이 카드를 이곳에서는 마음껏 살 수 있었다. 아직 많이 남은 일정이 있었기에 카드를 넉넉하게 구입했다.


3박 4일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아무 생각 없이 휴식만 취하며 보낸 4일이었다. 쉬면서 먹기만  우린 살이 퉁퉁 올랐다. 아무 생각 없이 쉬는 지금이 좋았지만 우린 결국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C 뉴욕 관광 잘했을까?, 막내는 지금  하고 있을까?"

쿠바에서 함께 여행을 했던 친구들이 생각나고 그리웠다. 호화로운 이곳에서 쉬는 것도 좋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여행했던 날들이 자꾸 떠올랐다. 이 완벽한 호캉스를 끝내고 아바나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또 어떤 즐거운 일이 펼쳐질지 기대하며..

이전 12화 트리니다드를 떠나는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