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기 14 : 쿠바 바라데로
까요 산타 마리아의 마지막 날 아침, 조식 뷔페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부렸다. 어젯밤에 미리 싸놓은 짐만 챙겨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타면 되었다. 이틀간 비가 내려 물놀이 한 번 할 수 없었지만 떠나는 날이 돼서야 해가 쨍쨍하고 따스한 바람이 불었다. 물놀이를 하기에 아주 좋은 날이었다. 여행하는 내내 날씨가 좋을 수는 없기에 스스로를 위로하며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았다. 소파 위에 길게 늘어진 커튼이 바람에 휘날렸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아쉬움이 가득했다.
전날 방문한 까요 산타 마리아의 시내에서 바라데로에 가기 위해 택시를 예약했다. 시내는 리조트에서 미니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었다. 낮에 방문한 상점 거리는 한산했다. 레스토랑, 상점, 나이트클럽이 있었고 관광객 몇몇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문을 닫은 상점들도 많았고 원체 작은 탓에 시내 구경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광장 한편에 앉아 리조트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옆에 택시 한 대 가 섰다. 택시는 중국제 브랜드로 쿠바에서 여태 보지 못한 새 차였다. 보통 30~40년 된 차를 타고 다녔던 이곳에서 낯선 차였다. A형은 ‘우리 내일 저 새 차 타고 가자.’라고 말하며 택시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내일 산타 클라라에 가는데 갈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체크아웃 후 택시를 예약한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로비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더 마셨다. 3일 동안 불어댄 찬 바람 때문에 바닷가에는 발도 담그지 못했지만 나름 편안한 휴식을 취한 탓에 새롭게 시작하는 여행이 설레었다. 택시를 타고 도로를 거침없이 달렸다. 4시간을 달려 산타 클라라에 도착했다. 산타 클라라에 머물며 체 게바라의 흔적을 따라 여행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바라데로로 이동했다.
바라데로도 날씨가 썩 좋지는 않았다. 우린 리조트에서 미리 소개받은 까사를 찾았다. 짐을 풀고 빨래를 하기 위해 까사 주인에게 빨래를 부탁했다. 세탁 요금을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 거실에서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거실에서 수다를 떨었다. 뒷문이 열리고 주인의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왔다.
"빨래는 내일 아침까지 해서 줄게요. 여기 거스름돈이요."
우리가 받아야 할 거스름돈은 0.5 쿡(600원)이었지만 내 손안에 있는 동전은 0.05 쿡(60원)이었다.
동전을 확인하고 그 남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 한 번 하더니 들어왔던 문을 향해 걸었다. 나는 그를 불러 세웠다.
"거스름돈이 틀린데요?"
0.5 쿡을 달라는 나와, 0.05 쿡이 맞다는 그는 한참을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새 주인아주머니가 합세했고, A형과 B는 나를 도왔다. 10분이 넘게 우린 서서 실랑이를 했고 결국 제대로 된 거스름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막 쿠바에 도착한 때였다면 어리바리하게 그냥 속았거나,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60원, 600원 차이니까 크게 신경 쓸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쿠바에서는 이런 소소한 돈 때문에 피곤했다. 0.5 쿡, 1 쿡 이런 소소한 돈으로 관광객인 우리를 속이려는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이 모든 일들이 익숙해졌다. 거스름돈으로 장난을 치는 사람, 주문을 대신해준다며 자기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 술을 사라며 옆에 죽치고 앉아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한 다스는 만났다. 하지만 바보처럼 당하고 싶지 않았고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한 우리의 몸부림은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