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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유승민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지지자 중 37%는 탄핵에 찬성한다?

by 삼중전공생

국민의힘 지지자 중 탄핵 찬성 비율이 중요한 까닭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홍준표, 나경원, 오세훈 같은 인물들, 특히 애당초 정치 기반을 태극기 부대로 잡은 김문수 같은 인물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나오면 이재명은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고 보수층이 결집하던 1월을 제외하면 계엄 사태 이후 지금까지 줄곧 민주당 정당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앞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윤석열이 기어코 8:0으로 탄핵까지 된 마당이라면, 대선 지형은 구조적으로 민주당에게 유리하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복잡했던 계엄 사태와 관련한 모든 쟁점에서 윤석열이 '나빴다'는 것을 헌법재판소가 시원하게 확정 지어주면서,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 하에 상황을 관망하던 중도층들이 입장을 정하는 데 있어 정보 비용(information costs)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즉 중도층이 윤석열과 반탄 여론을 주도한 정치인들에게 등을 돌릴 개연성이 커졌습니다.


보수 진영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신박한 전략이나 신선한 인물이 필요한데, 위에서 언급한 인물들은 그런 게 없습니다. 신선하지 않은 인물인 건 둘째 치고, 계엄 사태 이후 국면에서 윤석열을 옹위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이후 공격적인 중도확장 전략을 세우는데 제약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대선은 결국 누가 더 중도층을 많이 데려오느냐의 싸움임을 상기한다면, 아무리 이재명이 비호감형 인물이더라도 이들이 이재명 보다 본선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볼 합리적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한편 보수 진영에는 그런 인물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한동훈은 윤석열을 사실상 탄핵시킨 장본인입니다.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정세상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고 실제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건 보나 마나 대체로 친한파였기 때문에, 이런 세간의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또 유승민은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이제 존재감이 거의 없어져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진영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내 가장 각을 세워온 인물로 강력한 중도확장성을 가진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정치 지형을 딛고 이재명으로부터 신승을 거둬 정권 교체를 막기 위해서는 한동훈, 유승민 같은 인물이 대권 후보로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언뜻 보기에 쉽지 않다는 게 이슈입니다. 현재 보수 진영의 지지율 1등 잠룡은 김문수입니다. 제가 언급한 모든 인물 중 가장 극우에 가까움에도 1등이라는 것은, 현재 국민의힘 지지층이 얼마나 우경화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게 의외로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 그런지 근거를 설명하겠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탄핵 찬성 비율 추산하기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해서 모두 다 윤석열 탄핵을 반대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도 분명 윤석열 일당과는 결이 맞지 않는 부류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찬탄 정치인들인 한동훈이나 유승민이 보수 진영 대권 후보로 올라서려면, 이런 지지자 혹은 당원들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럼 추산해 봅시다. 이들은 과연 국민의힘 내에서 얼마나 될까요?


지금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자 중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사람의 비율입니다. 즉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탄핵 선고 직전 한국갤럽에서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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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보는 각각 다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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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수식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P(찬성|성향, 국힘), 즉 국힘 지지자 중에서도 성향별 찬성률은 우리가 알 수 없고, P(성향|국힘)도 모릅니다. 즉 탄핵 찬성과 국민의힘 지지 사이의 교차는 성향 분포를 매개로만 주어져서, 우리가 직접 계산하기 위해서는 특정 성향의 탄핵 찬성률이, 국민의힘 지지자이면서 특정 성향을 가진 경우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을 해야 합니다. 즉 보수 성향인 사람은 국힘을 지지하든 아니든 22%의 확률로 탄핵을 찬성했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나중에 언급할 한계도 있겠지만, 일단 이걸 전제로 식을 세워보겠습니다.


우선 베이즈 정리를 이용해 특정 성향의 국민의힘 지지율을 통해 국민의힘 지지자 중 특성 성향을 비율을 추론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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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35%이니, 이걸 분모로 해서 다음과 같이 계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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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민의힘 지지자 중 보수, 중도, 진보, 모름의 비율을 각각 알았으니, 아까의 가정을 전제로 성향별 찬성률을 합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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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성향별 탄핵 찬성률이 국힘 지지자에게도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국민의힘 지지자 중 탄핵 찬성 비율은 약 37.1%로 추정됩니다. 물론 이것은 추정치이고 실제로는 국힘 지지자는 더 보수적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37.1%는 다소 과대평가된 수치일 수도 있고, 제대로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30% 이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힘 내 찬탄 37%가 유의미한 이유


이 37%가 이변을 만든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일까요? 바로 2021년 국민의힘 1대 당대표 선거입니다.


8.png 출처 : https://www.chosun.com/politics/assembly/2021/06/11/SGEBC764RVDVJCLTRMS222ISVE/


이때 이준석이 당원들로부터 받은 표가 기막히게 딱 37%입니다. 경선룰이 어떻게 짜이느냐 그리고 반탄 표심이 어떻게 분산되느냐에 따라서 반전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몇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1) 한동훈과 유승민의 단일화


국힘 내 찬탄 37%가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이것만으로 무언가를 해보기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이 표심을 갈라먹어서는 둘 다 망합니다. 둘 간의 사이가 썩 좋지는 않지만 더 큰 비전을 위해서는 원팀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물론 둘 모두 이번 대선에 정치 인생의 중대고비가 걸려있기 때문에 양보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2) 홍준표, 나경원, 오세훈, 김문수 등 반탄 후보의 난립


2021년에는 주호영이 TK 당원 표심을 좀 잡아둔 것 외에는 당심은 나경원으로 쏠렸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홍준표, 오세훈, 김문수 등은 당내 입지나 인지도가 조경태, 홍문표에 비할 바가 아닌 분들입니다. 당원 표가 고르게 분산된다면 37%의 찬탄 표심으로 신승이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3) 경선룰 확정 시 민심 반영 비중 늘리기


반탄 후보들이야 당원 100% 경선룰로 가고 싶겠지만, 윤석열이 탄핵된 마당에서 그런 룰을 밀어붙일 명분은 부족합니다. 안팎에서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그걸 명분 삼아 한동훈이나 유승민이 민심 반영 비중을 늘리자는 경선룰을 주장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일이 적절히 잘 풀린다면, 찬탄 국힘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민심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2021년의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한동훈, 유승민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여기서는 본선 경쟁력은 따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지금 말하고 있는 건 홍준표, 나경원, 오세훈, 김문수가 출전하면 필패가 전망되기 때문에, 변수를 만들려면 적어도 한동훈, 유승민 정도는 나와줘야 한다는 것 정도뿐입니다. 그리고 이 게시물의 취지는 보수 진영이 과연 그런 변수를 만들 수 있을지를 확인해 보자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어렵지만,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동훈이나 유승민을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당내 극우 지지층을 끌어안으려는 전략을 쓰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는 건 대한민국의 미래에 도움 될 게 없다고 봅니다. 본선 경쟁력이 없는 건 차치하고, 만에 하나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임기 내내 극우 지지층에 끌려다닐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한번 더 강조하자면, 제가 한동훈과 유승민의 정치적 미래를 가늠했다고 해서 이재명을 비토하는 사람인 것도 아닙니다. 현시점에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일 뿐입니다. 그건 누구나 쉽게 직관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탄핵 이후 중도층 표심이 갈길을 정하고 여론조사가 본격적으로 돌아가면 이재명의 굳건한 입지는 더욱 분명히 드러날 것입니다. 누구나 알 수 있고 할 수 있는 얘기를 하는 건 안 하니만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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