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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쓰는미리 Jan 26. 2021

2. 자궁외 임신? 혹시... 쌍둥이?

두줄이긴 두줄인데

두줄이 선명하게 뜬 테스트기를 들고 울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꿈인가 싶어 허벅지를 꼬집어 보기까지 했다. 울다가 웃다가 또 울다가 웃다가. 옆에서 누군가가 봤다면 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보였을 거다. 두줄이 선명한 테스트기를 들고 이 소식을 남편에게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행복한 고민이다. 두근두근 요동치는 심장과 아랫배를 번갈아서 어루만지며 고민했다.



종이와 펜을 꺼내 들었다. 아무래도 말로 전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분명 입을 떼기도 전에 목이 메일 게 뻔한 나란 사람. 그만큼 나에게 임신은 간절했다.



나는 당신과 결혼해서 진심으로 행복하며, 앞으로 함께 하는 삶도 기대한다. 그간 힘든 상황 속에서 당신이 없었다면 난 이겨내지 못했을 거다. 예민한 모습으로 힘들게 만들었던 것 미안하다. 난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며 내 '아이'의 아빠가 되어주어 고맙다고 적었다.

 


퇴근한 남편을 붙들고 빨리 손만 씻고 소파에 앉아보라고 했다. 이 일생일대의 중요한 장면을 동영상으로 남겨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핸드폰도 세워놓았다. 어리둥절해하는 남편에게 수줍게 편지를 건넸다.  미소 지으며 편지를 읽던 남편이 마지막 줄을 읽으며, 당황했다. 그래 당황할 만 해. 사색이 된 얼굴이 조금 밉지만 이 행복한 순간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임신 자체는 너무나 행복한 소식인데 본인이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가족을 책임질 생각을 하니, 어깨가 무거웠다고 한다. (그런데 한 아이가 아니고 셋 아이일 줄은 아무도 몰랐지.)



남편은 날 안아주고 난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남편은 말했다. 고맙다고 수고 많았다고.



그 행복한 기분을 양껏 느끼고 싶지만 혹시나 상처 받을까 싶어 남편에게 무심히 말해본다.

'혹시 또 몰라, 자궁 외 임신이나 비임신일 수도 있어. 병원에 가봐야지 뭐."




당장 다음날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하고 싶었지만 한해의 마지막  두줄을 봤기에 이틀 뒤에나 병원 진료를   있었다. 특별할  없는 새해  날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스페셜리  하루였던 2016 1 1. 괜히 아랫배가 뻐근하고 묵직한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아랫배에 자꾸만 손이 간다.



2016년 1월 2일, 아침부터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병원에서는 아무 때나 피검을 하러 오라고 했다. 그 길로 병원으로 출발했다. 가는 내내 설레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자동문이 열리고 차가운 공기가 또 한 번 나를 휘감았다. 최대한 조용히 피검을 하러 왔다고 알리고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맞는 감정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임신이 간절한 사람들 사이에 앉아있으니, 괜히 내가 죄인이라도 된 느낌이었다. 얼마나 간절한지 알기에.



피검을 하고 몇 시간 뒤에 전화를 준다고 했다. 오후 중에 전화를 준다고 했는데 병원 진료가 다 끝나갈 때까지 연락이 없었다. 연락 주기로 한 걸 잊었을까 뭔가 착오가 있지 않았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먼저 연락을 해볼까 했지만 혹시라도 비임신이라는 결과에 상처 받기 싫어 그만두었다. 10분이 하루 같고 1시간이 1년 같은 인고의 시간 끝에 전화벨이 울렸다.



"이미리 님, 일단 피검 결과가 나왔는데요. 수치가 721 정도로 나왔어요. 아마 임신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 시기에 이렇게 높은 피검 수치는 자궁외 임신일 가능성도 있어요. 만약 임신이 맞다면 쌍둥이일 가능성도 있어요. 일단 몸조심하시고요. 일주일 뒤에 초음파 검사하러 내원하세요."


다행이다. 아예 임신 가능성도 없을까 봐 걱정했었는데 한시름 놓았다. 임신일까 아닐까 혹시나 자궁외 임신이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아랫배를 쓰다듬어 보았다.




"아가야, 엄마에게 꼭 붙어있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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