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둘인가요? 아니 셋입니다.
아기집이 무려 세 개
몸이 이상했다. 속이 울렁이고 머리가 띵하고 아랫배가 쏴한 게 평소와 달랐다.
임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게 상상임신인가 싶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애써 무시했다. 남편과 함께 밥을 먹으려다가 갑자기 속이 뒤집혀 변기통을 붙잡고 애원했다. 소주 3병을 안주 없이 먹고 태풍이 부는 바다 한가운데 쪽배를 타고 서 있는 듯했다. 변기도 돌고 천장도 돌고 나도 돌았다.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렇게 눕고 저렇게 누워도 불편한 속은 나아지지 않았다. 신 걸 물고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신랑에게 부탁해 새콤달콤과 자두맛 사탕을 입에 물었다. 자두맛 사탕은 그나마 상태가 괜찮을 때, 새콤달콤은 금방이라도 화장실로 달려갈 듯한 상태일 때 입에 물고 있었다. 난 입덧할 때 불편한 속도 속이지만 잠에 들지 못하는 게 너무나 힘들었는데 새콤달콤을 물고 있으면 불편한 속이 조금은 가라앉아 쪽잠이라도 잘 수 있었다. 새콤달콤을 입에 물고 잠들었다가 1시간 후에 깨는 걸 반복했다. 며칠을 그렇게 새콤달콤을 물고 있었더니 혀와 입천장이 다 까질 지경이었다.
드디어 대망의 초음파 찍는 날,
바쁜 남편은 월차를 쓰지 못했고 친정엄마와 병원으로 갔다. 뚜벅이인 엄마는 일산에서 잠실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오셨다. 엄마 손을 잡고 병원으로 향하면서 혹시나 내가 쌍둥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웃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 그 마음을 알기에 진료실에서 받은 초음파 사진도 무조건 가방 안에 넣고 나와야 하고 절대 임신이나, 입덧, 아기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
진료실에 들어가 나는 초음파실로 향했고 엄마는 의사와 마주 앉았다. 누워있는 내내 마음이 쿵쿵 울렸다. 입덧하는 걸 보니 임신을 맞겠는데 설마 쌍둥이일까? 내심 기대했다. 어릴 적부터 난 쌍둥이를 낳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드디어 그게 현실이 되는 건가 싶었다. 초음파를 보던 의사가 일단 축하한다며 임신이 맞다고 말했다. 임신이라는 두 글자가 나의 이야기가 되다니, 심장이 저릿했다.
밖에서 앉아 계시던 엄마가 의사에게 물었다.
"혹시 둘인가요?"
"아니요. 셋입니다.
"네???"
"아기집이 세 개예요. 그런데 아기집 하나가 조금 작아요. 상태를 지켜봐야 하고 도태될 가능성도 있어요. 그건 다음 주에 와서 확인해 보도록 하죠."
뭐라고? 셋이라고? 맞게 들은 건가 싶어 나도 다시 물었다.
"셋이라고요? 정말요?"
"네 셋입니다. 만약 셋이면 위험할 수 있어요. 특히나 이미리님은 심장병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고요. 일단 지켜보고 다음 주에 이야기 나눕시다."
이런 저런 설명을 듣고 진료실을 나오는데 웃음이 나왔다. 셋? 대한민국만세 처럼 셋? 기가 막혀 웃음이 터졌는데 엄마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내가 그-렇게 신신당부해놓고 웃어버렸다.
기가 막힌다.
임신을 한 것도 놀라운데 아기집이 셋이란다.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