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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Sep 22. 2020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하는데

운동에 관한 우리들의 수다

2.5단계 거리두기가 2단계로 내려간 주, 다섯명이 단출하게 모여 운동에 관한 수다를 떨었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하는데>라는, 어쩐지 아침 이부자리에서 우리가 하는 말을 녹음한 것 같은 제목의 책을 읽고 모였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각 회원들의 운동이력에 대해 잠깐 설명하고 넘어가자.

포 _ 카포에이라 10여년 차. 브라질에서 연수받을 정도로 카포에이라를 좋아하며, 요가 포스터를 만들어 팔고 있음. 모임 내 유일한 남자이며, 근육으로 탄탄한 몸 소유자. 약간 운동중독자.

옥 _ 방탄커피와 키토식의 전파자. 요즘도 밥(탄수화물)은 안먹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함. 식당에서 "밥은 안주셔도 돼요!"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최강의 식사' 발제자.

윤 _ 여자치고는 큰 키. 요즘 필라테스에 빠져 있으며 여러 운동을 두루 섭렵.

진 _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하는데'를 달고 살며, 왠만하면 운동 안하고픈 오늘의 발제자.

정 _ 먹는 거 좋아하고, 뚱뚱하고, 움직이는 거 싫어하는 전형적인 체포자(체육포기자). 이 글 쓰는 사람.

쓰고 보니, 다섯명이 이렇게 제각각이기도 쉽지 않다 싶다. ㅋㅋ


Q1 _ 이 책에 대한 감상과 공감했던 부분을 이야기해봅시다.

포 _ 운동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 책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같잖다". 저자가 남 눈치를 보며 운동하는 것 같다. 자신이 왜 운동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목적이 없고, 남의 눈치를 보고 남 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마녀체력>이 훨씬 재밌었다. 이 책은 말하자면 '여성 운동과 자기 반성의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약 남자가 이런 원고를 썼다면 과연 출판할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이에 대해 여성회원들은 남자들은 이런 책을 쓰지도 않을 뿐더러 읽지도 않기 때문에 출판이 안되는 거라고, 쓰라고, 우리도 남자들의 운동실패기를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체육인 포가 필라테스와 요가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필라테스는 움직이지 못하는 전쟁 포로들의 운동을 위해 개발된 운동이고, 요가는 참선을 오래 하기 위해, 즉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오래 있기 위해 개발된 운동이라 둘은 비슷해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설계되었다고 했다. 


진 _ 공감되고 재밌었다. 나의 나태함과 의지 박약에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기보다는 나 같은 초보 운동인을 위해 쓴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이어 요즘은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를 읽고 있다.

정 _ 재밌고 공감했다. 약간 짝퉁 김혼비스러운 글이었다. 나름 열심히 유머를 넣긴 했는데, 기본적으로 유머가 많은 사람은 아니라 김혼비만큼 웃으며 보지는 못했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강추!

옥 _ 학교 다닐 때 친한 친구가 체육을 들어서 그 친구 따라다니며 온갖 체육 수업을 섭렵했다. 테니스, 볼링, 수영. 나도 운동 유랑민이라 이 저자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는데,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을 이 저자는 느끼는 부분이 좋았다. 내가 불편하면서도 왜 불편한지 몰랐던 것, 그때는 그냥 뭔지 모르고 넘어갔던 것들을 짚어줘서 좋았다. 예를 들어 남자 트레이너와 수강생의 썸타는 부분이라든가 운동하며 철벽치는 부분 같은 것들.

Q2 _ 나의 운동에 얽힌 시도, 실패 등 운동 방랑기를 이야기해봅시다. 

정 _ 때는 바야흐로 18살 때. 남들 다 20점 맞는 체력장을 18점 맞은 사람이 나야나. 초등학교 운동회 때 오래달리기를 하면 같이 출발한 우리팀 꼴찌가 아니라 우리 뒤에서 출발한 팀의 꼴찌를 하던 사람이 나야나. 여섯살 때 무릎이 성한 날이 없었는데, 왜냐면 넘어져서 한쪽 무릎 다치고 그 무릎이 나을 때쯤 넘어져서 다른 무릎 다치던 사람이 나야나. 서울 올라와서 직장생활 초기에 압구정 한복판의 재즈댄스 학원에서 연예인을 보며 같이 재즈댄스를 배웠는데, 남들 다 까만 재즈복 입고 동작 잘 하는데 혼자 회사 추리닝 입고 튀게 못해서 다음주에 바로 재즈복 산 경험도 있다. 한달 했는데 재즈댄스 1분 연속동작도 못채웠다. 이랬던 내가 37살에 자전거를 배웠고, 수영과 요가는 햇수로 10년 이상 꾸준히 했으며, 햇수 아니라 나간 날만 쳐도 1년은 한 사람이 됐다.

윤 _ 어려서부터 키가 큰 편이라 사람들의 기대가 있었다. "쟤는 운동 잘할 거야" 하는 기대. 그 기대가 컸기 때문에 운동을 못하는 편은 아닌데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자격지심이 있었다. 정말 온갖 운동을 웬만큼은 다 해봤는데, 20대 때 엄마가 조혜련의 태보 다이어트 비디오 테이프를 사줘서 그것도 따라해봤고, 스쿼시도 해봤다. 나름 온갖 운동을 하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는 체력이 방전됐다. 그런 상태로 회사에서 등산을 갔는데, 나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고, 심지어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경영지원부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는 일이 벌어졌다. 그때 체력을 길러야겠다 결심했고, 등산을 잘 하기 위해 PT를 받았다. 다음해, 산에서 날아다녔다. (고맙다, 경영지원부!) 그리고 지금은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벌써 5~6년차가 됐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운동을 한 2주 쉬었더니 온 몸이 쑤시고 찌뿌둥하다. 

진 _ TV드라마 같은데 보면 스쿼시가 멋져 보여 배운 적이 있는데, 한번 해보고 이건 내가 할 운동이 아니라고 느껴 엄마에게 양도했다. 엄마가 더 잘 했다. 나에게는 요가 같은 운동이 맞다.

포 _ 1년에 한번은 쓰러지는 남자였다. 그러다 복싱을 하고 싶어 체육관을 찾아갔는데 지하의 체육관 문을 여는 순간 팍 풍겨오던 땀냄새. 바로 문닫고 도망쳤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냄새, 싫어한다. 나는 헬스장 가서도 무리하게 들지 않고 내가 할 수 있을만큼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카포에이라를 좋아한다.

옥 _ 정적이고 견디는 운동은 싫어한다. 헬스, 필라테스, 요가는 그래서 재미없다. 스쿼시나 카포에이라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치고, 주고받는 에너지가 큰 운동을 좋아한다. 회사 다닐 때 남자직원 3명과 함께 스쿼시를 치러 다녔는데 굉장히 재밌었고, 스윙댄스도 몇년 했다. 댄스야 말로 주고받는 에너지가 큰 재밌는 운동이다. 파트너에 따라 그게 잘 맞는 파트너도 있고 안맞는 파트너도 있다. 근데 그때 남편이 된 사람과 연애 중이었는데, 남편이 딴 남자 손 잡고 춤추는 걸 질색해서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져 운동복 이야기로 건너갔다. 요가복 중에 광고를 섹스어필하게, 모델 몸매만 부각해서 광고하는 브랜드(안**)에 대한 못마땅함, 그런 브랜드에 비해 건강하게 기능성과 움직임에 편하게 설계된 부분을 강조하는 브랜드(오**) 찬양, 수영복도 예전에는 섹시하고 손바닥만한 것만 팔다가 요즘은 여성수영복도 반바지 형식도 나온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책을 읽고 내 안의 고정관념이나 편견 중 깨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운동선생님이 친절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건강한 몸이 디폴트가 아니라 아픈 몸이 디폴트라는 부분에 대해 다들 공감했다. 

또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엉덩이가 안떨어질 때 자신만의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포는 방법이 없다. 돈과 건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말을 했고, 진은 운동이 끝난 뒤의 훈녀 될 것 같은 기분, 뿌듯함을 상기한다고 했다.

Q3 _ 나에게 운동이란 무엇이며(운동의 의미, 목적), 운동을 통해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싶은가? 

진 _ 나는 공연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공연을 보는 것에도 체력이 필요하다. 공연 볼 때 기침이 터져나오면 낭패다. 주변인들에게도 민폐고. 그래서 겨울에 감기 안걸리기 위해 노력한지도 벌써 몇년 됐다. 그러므로 나에게 운동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오래 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운동하다보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 근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것도 좋다.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유연성. 나는 좀 더 가볍게 움직이고 싶다.

옥 _ 키토식을 하고 식단 관리를 하고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우면 일할 때 능률이 오른다. 최근 식단관리도 대충하고 운동도 안했더니 밤에 잠도 잘 안오고, 생활도 엉망이 되더라. 내 생활의 베이스를 만드는 것이 운동이다. 

윤 _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생활근육을 기르기 위해, 생활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설거지 등 집안일도, 아이를 키우는 육아도 전부 체력이 필요하다. 이 체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자꾸 아픈데, 내 주변에 아프다는 사람들이 많다. 자꾸 아프다, 니가 부럽다 하지 말고 운동을 하지... 개인적으로 춤에 대한 로망이 있고, 근육을 더 키우고 싶다.

포 _ 운동을 하면 일이 잘 풀린다. 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기보단 카포에이라를 하기 위해 일을 하는데, 그 일이 잘 풀린다. 요즘은 카포에이라를 못해서 우울하다. 이사하고 우리집 계단이 높낮이가 달라서 불편한데, 이럴바엔 차라리 두 계단씩 오르자 하면서 요즘은 계단을 오를 때 한꺼번에 두계단씩 오른다. 이게 습관이 돼서 지하철에서도 회사에서도 자연스럽게 두 계단식 오르게 된다. 레벨업하는 느낌도 나고 좋다. 보완이라기보단 나는 좋아하는 운동을 오래, 길게 하고 싶다.


Q4 _ 나의 운동로망이 있다면?

윤 _ 줄넘기 2단 뛰기와 서핑.

정 _ 스쿼시, 아쿠아로빅, 커브스 등을 하고 싶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 각각 애로사항이 있어서 간접경험했다치고 로망을 접기로 했다.

포 _ 클라이밍, 폴댄스, 인라인하키(아이스하키 대신).

진 _ 수영.

옥 _ 프리다이빙.


여기서는 해양스포츠에 능한 옥의 설명이 이어졌다. 서핑을 할 때는 서프보드에 발을 묶는데, 그게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하자, 넘어질 때 보드에 부딪치지 않도록 피하는 훈련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더라도 옆에서 타는 사람의 보드까지 피하는 건 힘들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양양 바닷가 같은 곳에서 서핑하는 건 비추라고. 내가 조심해도 상대 차가 돌진하는 걸 막을 수 없는 교통사고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보드의 날이 날카롭지 않은 보드를 타야 한다고. 프리 다이빙은 장비 없이 다이빙하는 것인데, 장비 다이빙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몸에서 힘을 빼고 물에 뜨는 게 소원이라는 진에게 영은 몸의 힘을 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귀에 물이 들어오는 걸 용납하는 거라고 가르쳐주었다. 사주를 조금 아는 포는 "넌 바위(경금)라 물에 못떠"라는 망발을 했고, 이래저래 진은 수영에 대한 로망을 포기하는 듯 보였다.

사람 없는 성수의 한 카페에서, 운동할 수 없는 코로나 기간에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2시간 꽉꽉 채워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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