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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Feb 27. 2023

시를 말하다

<인생의 역사>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는 표지에 써 있듯 '공무도하가'에서부터 이영광의 '사랑의 발명'까지 시를 이야기하는 비평서다. 평소 시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시 한편 한편을 쉽고도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시가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 우리의 픽을 받은 시 몇편을 적어둔다. 


우리를 충격의 도가니로 속으로 몰아넣었던 시는 첫시였던 브레히트의 시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 나는 정신을 차리고 / 길을 걷는다 /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틀림없이 낭만적인 사랑시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브레히트 자신이 아니라 그의 연인인 베를라우였고,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광은 차라리 이 해석을 읽지 않는 편이 나았다고 했다. ㅋ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는 이영광의 '사랑의 발명'황동규의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 였다.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 나라도 곁에 없으면 /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 취해 말했지 //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부동산은 없고 / 아버님이 유산으로 내리신 동산 상자 한 달 만에 풀어보니 / 마주앙 백포도주 5병 / 호주산 적포도주 1병 / 안동소주 400cc 1병 / 짐빔 반 병 / 품 좁은 가을꽃 무늬 셔츠 하나 / 잿빛 양먈 4켤레 / 그리고 웃으시는 사진 한 장 // 가족 모두 집 나간 오후 / 꼭 끼는 가을꽃 무늬 셔츠 입고 / 잿빛 양말 신고 / 답답해 전축마저 잠재우고 / 화분 느티가 다른 화분보다 이파리에 살짝 먼저 가을물 칠한 베란다에 / 쪼그리고 앉아 / 실란 꽃을 쳐다보며 앉아 있다 / 조그맣고 투명한 개미 한 마리가 실란 줄기를 오르고 있다 / 흔들리면 더 오를 생각 없는 듯 멈췄다가 / 다시 타기 시작한다 / 흔들림, 멈춤, 또 흔들림, 멈춤 / 한참 후에야 꽃에 올랐다 / 올라봐야 별볼일 있겠는가 (하략)


압도적인 표를 얻은 이 2편의 시 외에 2표 이상을 얻은 시들은 W.H.오든의 '장례식 블루스', 윌리스 스티븐스의 '아이스크림의 황제', 나희덕의 '허공 한줌'이었다.

Q 이 책을 읽고나서 하고 싶어진 것?  

정 - 영화 <패터슨> 보기. (실패)

달 - 윤상 노래를 여기서 추천하는 순서대로 들어보기. 신형철의 다른 책 사기.

영 - 황동규, 이영광 시집 사보기.  

은 - 화분을 오르는 개미를 구경해 봐야겠다 생각.

우 - 시를 좀 더 읽어봐야겠다. 김수영, 한강 등

진 - 무언가를 깊이 있게 공부해보기.  


Q 나의 글에 담고 싶은 가치는?

정 - 밥과 노동의 가치. 밥은 여성을, 노동은 노동자를 의미하는데, 이제껏 글에서는 50대 이상 주류 남성 권력자들의 가치가 너무 과대평가 되어왔다. 밥해주는 사람, 일하는 사람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옥 - 아이러니. 인생에서 일어나는 아이러니에 꽂혀 있다.

광 - 괴담이 인간의 짓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것에 관심 있다. 나는 의심하는 인간이므로. 이런 미스터리를 한편 쓰고, 영국 코난 도일의 생가에 가보는 게 꿈이다.

영 - 나는 사회적인 가치보다 개인적 가치를 중시한다. 그래서 불안과 평온을 글에 담고 싶다.

은 - 요즘 죽지 않는 삶, 목숨이 3개인 사회에 대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다.

달 – 평정. ‘작은 발견’과 호기심.

진 - 욕망 소유 집착.  


Q 최근 나는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가? 

우 –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다스리면서 살 수 있을까?

광 - 과연 이것은 당연한 것인가? 

달 - 나는 남은 나날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사십대에 바짝 벌기 위해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영 - 지금 내가 뭘 하고 싶지? 

은 - 먹어도 살 안 찌는 방법이 있을까? 식욕을 줄이는 방법이 있을까?

진 -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옥 - 진짜? 왜? 아닌 것 같은데? 


Q 나를 정의내려 보자. '나는 00하는 인간이다.'

광 - 나는 의심하는 인간이다.

달 - 나는 연결하는 인간이다. 

영 - 나는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인간이다. 

옥 - 나는 삐딱하게 보는 인간이다.

우 - 나는 자책하는 인간이다. 

은 - 나는 사랑을 발명하고 싶은 인간이다.

진 - 나는 집착하는 인간이다. 

정 - 나는 읽고 쓰는 인간이다. 


2023년 2월 11일 

신형철 <인생의 역사>

달, 은, 영, 우, 광, 옥, 진, 정 (총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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