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법고전 산책>
<조국의 법고전 산책>은 대학 1학년 때 듣는 '법학개론' 같았다. 법에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책 15권을 뽑아 쉽게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자유, 평등, 민주주의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가르쳐준다. 5명이 참석한 단출한 모임에서 책만큼이나 영양가 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던 예는 주변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 이후로 표지를 싸서 갖고 다니며 읽었다 하고, 대구 본가에 내려가는 길에 이 책을 들고 갈까 고민하던 정은 결국 다른 책을 들고 갔다. 대구에서 '조국의~'로 시작되는 책을 읽을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 대체 뭣이관대...-.-;;;
Q 책을 읽은 전체적인 소감
우 _ 1장이 진도가 안나가서 과감히 건너뛰고 2장을 읽었는데, 그때부터 쭉쭉 속도가 나서 달렸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한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해서 놀랐다. 재밌게 읽었다.
예 _ 영화 '12인의 배심원들' 나오는 예 좋았고, 그런 식으로 아는 영화나 내용들이 나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법학개론 같은 책이었는데, 교양수업 치고도 꽤 재밌는 편이었다.
광 _ 뒷편으로 가면 자기 상황에 빗대어 말하는 게 많아서 조국판 '소크라테스의 변명' 같은 느낌이었다.
옥 _ 어떤 일을 원류부터 알아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재밌게 읽었다. 특히 루소, 밀 등 원류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때 좋았고, 뒷편은 약간 자기(조국) 이야기를 갖다 붙인 느낌이라 앞부분이 더 좋았다.
정 _ 조국의 '가불선진국'도 읽다 말았는데, 역시 나랑 안맞는 작가라는 생각. 이 책도 교과서 같아서 재미는 없었다.
Q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법의 가치 중 중요한 것은 뭐라 생각하는가?
정 _ '법의 말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관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법의 말은 어려우면 안되고, 명확하고 쉬워야 한다는 점. 그와 더불어 이 책에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유시민의 책에서 봄) 법은 권력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현실에선 국민을 압제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본다.
우 _ 토마스 페인이 현재의 기본소득처럼 여러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자고 구체적으로 적시해놓았는데, 그 중 실패한 상인도 있다. 200년 전에도 실패한 상인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우리나라는 두번째 기회가 없는 나라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만일 이런 지원이 있다면 한번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예 _ 법의 여러부분을 짚어주는 게 좋았다. 전국민이 이 내용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회 나오면 쓸데도 없는, 골치아픈 수학 공식 외우게 하지 말고 이런 법조항이나 빌라왕에게 전세사기 안당하는 방법 같은 것들을 교과서에 실어서 다들 알게 하면 좋겠다.
광 _ 토마스 페인이 했던 '귀족제는 인간이라는 종을 타락시키는 경향을 갖고 있다. 어떤 소수가 사회 전체에서 분리되어 자기들끼리만 결혼하면, 그런 인간의 종은 퇴화한다'는 말. 이게 <재벌집 막내아들> 이야기 아닌가? 한국은 한 집안이 5대 권력(입법 사법 행정 언론 재벌)을 독점하고 있어 권력이 권력을 견제할 수 없다. 말만 삼권분립이다. 페인의 말 중 가장 좋았던 부분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헌법과 국가를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세상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의 빈민은 행복하고, 그들에게 무지와 불행이 없으며, 감옥에는 죄수가 없고, 거리에는 거지가 없으며, 노인들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고, 세금이 과중하지 않으며, 우리는 세계의 행복과 친구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세계가 우리의 친구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렇다.'
옥 _ '진실을 옹호하는 사람이 그들의 적대자보다 항상 더 순수한 원칙을 갖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부분 좋았다. '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선에 협조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시민불복종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밀의 '자유론'에서 소수의 의견이 진리이든 거짓이든 그게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을 설파한 부분(만일 그 의견이 옳다고 하면, 인류는 오류를 진리와 바꿀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반대로 그 의견이 그르다고 해도 인류는 마찬가지의 엄청난 이익, 즉 진리가 오류와 충돌함으로써 생기는 진리에 대한 더욱 명확한 이해와 더욱 생생한 인상을 상실하게 된다)도 좋았다.
인용한 부분 중 어떤 사람은 3루수에서 태어났으면서, 자기 노력으로 3루타를 친 줄 안다는 말이 모두에게 인상적이었는데, 광은 그걸 야구선수가 아닌 미식축구 감독이 했다는 데 놀랐다고 했다. ㅋㅋ
구체적인 질문으로 들어가서 배심원제와 추첨제, 형벌, 소수자 억압과 개선 방안, 자기를 파괴할 권리, 사적복수, 입법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배심원제와 추첨제는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사람들이 많았고, 어렴풋이 알고 있다가 정확히 알게 된 사람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배심원들의 판결을 법관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배심원제가 전체 재판의 1%도 안되며, 배심원들의 판단은 참고사항일뿐 법관이 양형 결정을 한다. 이런 부분이 임시방편이나 방탄조끼 같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법감정을 느린 법원이 따라가지 못하니 배심원제가 역할을 하는 것 같고,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법'을 보니 배심원을 하면서 스스로 가해자였다는 걸 돌아보게 되는 면도 있더라는 의견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판사와 검사도 선출직으로 뽑았으면 좋겠고, 일정 교육을 이수한 후 배심원제를 진행한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낸 사람도 있었다.
추첨제는 말 그대로 권력자를 선거가 아닌 제비뽑기해서 뽑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뽑아도 현재의 50~60대 이상 남자들로 바글바글한 국회보다 일을 더 잘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추첨제는 꼭 예산권을 가지고 있는 직책에 뽑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 현재 국회의원 300석 의석 중 100석은 선거로, 100석은 비례대표로, 100석은 추첨으로 뽑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형벌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을 읽기 전 연극 <베니스의 상인>을 본 예는, 예전에 봤을 때 지혜로운 판결을 했던 남장여자 이야기로만 기억하고 있다가 다시 보니 기독교 사회에서 소수자인 유대인이 박해받는 내용이라 무척 놀랐다고 했다. 이에 옥은 <범죄도시>에서 '진실의 방으로'가 나만 불편한 것이냐며 그걸 어떻게 유머로 생각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광은 공평하다고 생각되는 판사들의 경우에도 노동법 보다 상법을 전공하는 이가 10~100배 정도 많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노동자보다 상인(기업가)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판결이 나온다고 일침을 놓았다.
소수자 억압과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하는 자리에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우가 무조건 법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광범위한 사회복지 서비스로 편입해서 해결하자는 의견을 말해 공감을 샀다. 굳이 남녀, 성소수자 등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광범위한 서비스가 행해지면 필요한 사람에게 갈거라고 했다. 비례대표석을 늘리는 방안, 군대 대신 여호와증인을 위한 방위라든가 결혼 대신 생활동반자 등의 대안이 있어준다면 좋지 않겠냐는 방안 등이 나왔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말한 '자기를 파괴할 권리'에 대해서는 격론이 오갔다. 자살이 과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행위인가 묻는다면 가족과 혈연, 지인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이고, 도박과 마약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걸 법이 아닌 치료로 접근해 중독에 대한 의무 치료 조항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고, 마약에 대해서도 이미 우리나라가 청정국은 아니지만 대마 합법이 되는 순간 문이 열어젖혀지는 것이니 금지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총기허가에 대해서는 다들 반대. 자살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너무 쉬쉬하는 분위기, 자살자라는 낙인이 더 문제이므로 공론화하고, 죄악시 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더 글로리>와 <모범택시>등 콘텐츠의 소재가 되는 사적복수와 청부복수에 관해서는 현재 검찰과 판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자꾸만 이런 소재가 등장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런 일이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슬프고, 잘못 재판해놓고도 재심이 너무 어려우니까 사적복수에 나서는 것 아니겠냐며, 이런 드라마들을 보면 복수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데, 그럼에도 복수한다면 그건 정말 억울해서 아니겠냐는 의견들이 우세했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추천된 이가 아들 학폭 떄문에 난리를 겪고 있었다. 미국에선 총기가 있어서 우리나라처럼 심한 학폭이 안된다는 설도 나왔다. 우리처럼 안 참고 쏴버리니까 그런 심한 학폭을 안한다는 논리...
마지막으로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떤 법을 입법할 것인가 이야기했다. 생활동반자법, 중대재해처벌법, 살찐 고양이법(한 기업내 임금 차이가 10배 이상 나지 않게), 배드파파법, 노란봉투법, 낙태죄폐지(만약 처벌한다면 남자도 같이 처벌), 횡령금액에 따른 처벌(무전유죄 유전무죄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나왔다. 그 중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똑같은 노동형으로 처벌하자는 의견이 공감을 얻었다.
2023년 2월 25일
조국의 법고전 산책 (조국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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