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 Zina's Eatery / Veganista
채식요리자격증이 있는 변호사, 어느 지역을 가든 따뜻한 독립서점과 맛있는 채식식당을 찾는 그의 ‘몸은 가뿐하게, 마음은 충만하게’ 여행하는 방법
#해외 4- [오스트리아 빈 북카페 PHIL과 채식 브런치 Zina's Eatery, 비건젤라테리아 Veganista]
Zina's Eatery, Veganista : 비건 논비건 모두 맛있게!
오스트리아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뭘까?
사실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같은 유럽 다른 나라들에 비해 미식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 그나마 얇은 돈가스 격의 ‘슈니첼’, 그리고 갈비탕과 비슷한 ‘타펠스피츠’ 정도가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꼽힌다. 여기에 옆나라 헝가리의 영향을 받은 ‘굴라쉬’ 그리고 그 유명한 ‘비엔나소시지’ 정도가 더해진다. 오 세상에, 모두 고기다!
오스트리아는 유럽 대륙 중앙에 위치해 영토 어디도 바다와 맞닿은 곳이 없다 보니 해산물보다는 육류 섭취가 발달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로 600년간 유럽의 중심이었던 부유한 도시 빈에서 마주한 이 육류 위주의 비교적 빈약한 대표 음식 리스트에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은 빈을 포함해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채식을 지향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꼭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최대한 육류섭취를 줄이고 채식 위주의 생활을 하는 나 같은 (느슨한)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빈에서 채식 옵션이 있는 식당 혹은 채식전문식당을 찾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으며 오히려 선택지가 너무 다양해 다 경험해 보지 못했다.
빈의 관광중심이자 구도심인 링슈트라세 밖의 지역과 사랑에 빠진 우리는 북카페 Phil(전편 ‘빈- 노트북대신 독서, 몽상, 키스를!’ 참조)에서 도보 4분 거리에 있는 브런치 카페 ‘Zina’s Eatery’를 발견했다. 비건 옵션의 음식이 주를 이루고 있는 ‘Zina’s Eatery’는 평일 오전에도 웨이팅이 있을 만큼 로컬들에게 사랑받는 식당이다. 유럽의 어느 식당이나 마찬가지로 테라스 자리가 훨씬 인기 있으니 실내에 앉겠다고 하면 웨이팅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우리는 두부 스크램블 아보카도 토스트와 팔라펠(병아리콩, 마늘, 양파 등을 함께 갈아 둥글게 튀긴 중동음식) 샐러드를 시켜보았다. 한 폭의 그림처럼 플레이팅 된 음식은 빈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식당의 슈니첼보다 맛있었고, 무엇보다 신선하고 건강했다. 이곳에는 채식음식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논비건인 일행과 함께 와도 모두가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비건 브라우니, 비건 당근케이크 등 매장 내 진열대 가득 디저트가 있었지만 꾹 참고 나섰다. Zina’s Eatery에서 불과 도보 8분 거리 미술관 카르티에에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비건 젤라토 전문점 Veganista가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 카르티에(미술관 지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곤쉴레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레오폴드 미술관, 그리고 현대미술관 MUMOK, 콘서트홀 등이 모여 있는 복합문화지구다. 합스부르크 제국 시절 왕실의 마구간이 있던 자리라고 하는데, 옛날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 정비된 이곳 한가운데 비건 젤라토 전문점 Veganista가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한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이곳에 들러 젤라토 콘 하나씩을 들고 미술관 카르티에 곳곳의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2013년 채식주의자 자매가 자신들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비건 젤라토를 만들겠다며 시작한 Veganista는 10년이 지난 지금 빈에만 1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전국의 마트에 비건 젤라토를 납품하는 성공한 기업이 되었다. 귀리, 아몬드우유 등을 사용해 만드는 Veganista의 18가지 맛 젤라토 모두가 비건이기 때문에 쿠키, 바질, 라벤더, 말차, 시나몬 등 수많은 옵션을 앞에 두고 어떤 맛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숙소 근처의 한 마트에 냉동고에 다양한 맛의 Veganista 젤라토 파인트가 가득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오스트리아의 많은 사람들이 채식 지향의 삶을 살고 있다는 기사가 생각나며 부러운 마음이 가득해졌다.
이번에 엮어서 소개한 북카페 Phil과 브런치 식당 Zina’s Eatery가 있는 동네에는 Superfood Deli 1060, Secret Garden처럼 모든 음식이 비건인 채식전문 식당도 있다. 빈을 방문해서 링 안에서 슈니첼과 타펠스피츠를 먹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에곤쉴레와 클림트를 만나러 링 밖으로 나오는 날에는 꼭 도보 8분 거리 이 동네를 방문해 맛있는 채식 식사와 비건 젤라토, 그리고 책 한 권에 커피 한 잔 곁들이며 링 밖의 자유로움, 현재의 빈을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글 김숲, 사진 Hajin
서점
* 이름 PHIL
* 위치 Gumpendorfer Str.10-12, 1060 빈 오스트리아
* 책방 주요 큐레이션 소설, 에세이, 여행책, 영어서적, 빈티지 가구 조명
식당
* 이름 Zina's Eatery
* 위치 Gumpendorfer Str.36, 1060 빈 오스트리아
* 카페/ 식사 주요 메뉴 및 가격대 두부스크램블 아보카도 토스트 11.9유로, 비건 팔라펠 볼 13.9유로
* 이름 Veganista MQ (겨울에는 임시 휴업)
* 위치 Musieumplatz 1/Haupteingang, 1070 빈 오스트리아
* 주요 메뉴 및 가격대 젤라토 1 스쿱 2.3유로, 2 스쿱 4.4유로
* 주요 장소들과의 거리 레오폴드 뮤지엄, 뮤지엄 카르티에 도보 4분, 빈 분리파 전시관 제체시온 도보 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