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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빈에서 만난 셰익스피어

오스트리아- 빈 Shakespear & Company / Veggiezz

by 김숲 Jan 04. 2025

채식요리자격증이 있는 변호사, 어느 지역을 가든 따뜻한 독립서점과 맛있는 채식식당을 찾는 그의 ‘몸은 가뿐하게, 마음은 충만하게’ 여행하는 방법



#해외 5- [오스트리아 빈 독립서점 Shakespear & Company 그리고 채식식당 Veggiezz]


클래식의 대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아르누보 미술의 거장 구스타브 클림트, 천재 화가 에곤 쉴레,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히트까지. 빈을 기반으로 활동하여 세계에 이름을 날린 이들이 참 많다. 600년간 유럽의 중심이 되었던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이자 그 제국을 다스렸던 합스부르크 가문이 있던 곳인 만큼 모든 예술과 학문의 흐름이 빈으로 집중되었던 덕일 것이다. 심지어 히틀러도 빈 왕립 미술아카데미에서 미술을 전공하려 했지만 입학에 실패했다는 기록이 있다.

 

히틀러가 입학에 실패한 빈 왕립 미술 아카데미 - 동상에 졸업생인 에곤쉴레의 이름이 보인다히틀러가 입학에 실패한 빈 왕립 미술 아카데미 - 동상에 졸업생인 에곤쉴레의 이름이 보인다


이 중 지그문트 프로히트는 태어난 곳도, 세상을 떠난 곳도 빈이 아니지만 무려 70년이란 긴 세월을 빈에서 보냈다. 빈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한 뒤 신경전문의로 개원하여 그 유명한 ‘꿈의 해석’을 집필했는데 빈의 구도심인 링슈트라세 안에는 그가 48년 동안이나 살면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한 건물이 박물관형태로 남아있다. 빈에서 프로히트의 책 한 권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영어책을 파는 서점을 찾아보던 중, 아주 익숙하면서도 뜻밖의 이름을 가진 서점이 눈에 띈다. “Shakespear & Company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빈 Shakespear & Company - 멀리서도 셰익스피어가 보인다 빈 Shakespear & Company - 멀리서도 셰익스피어가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서점인 프랑스 파리의 Shakespear & Company와 똑같은 이름의 독립서점이 빈에도 있다. 파리의 그곳은 서점이면서 동시에 헤밍웨이 같은 파리를 찾은 문인들이 훌륭한 작품을 집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책을 마음껏 볼 수 있게 하고 무료로 숙소를 제공한 역사로 유명하다. 알고 보니 주인장이 파리로 여행을 갔다가 영감을 받아 똑같은 이름의 서점을 빈에도 만들었다고 한다. (법적으로 괜찮은지 의문이 들었지만 1982년부터 40년째 평화롭게 운영 중인 것을 보면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은 듯하다.) 이곳 빈의 서점은 파리처럼 문인들을 위해 숙소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영어서적 전문이라는 점, 나무 위주의 아주 오래된 인테리어 콘셉트는 아주 유사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독일어권 세상에서 영어책 서점을 만나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독일어권 세상에서 영어책 서점을 만나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프로이트 박물관에서 도보 15분, 슈테판 대성당에서 도보 5분이면 도착하는 이 작은 서점의 미로 같은 실내를 탐색하다 보니 한강, 김영하 같은 한국 작가의 책도 눈에 띈다. 프로히트 덕분에 알게 된 서점이니 프로히트 책을 열심히 찾다 결국 한국에 ‘문화 속의 불쾌’로 번역되어 있는 책의 영문판 한 권을 발견했다.  


1919년 실비아 리치가 파리에 원조 Shakespear & Company를 오픈한 지 100년이 지났다. 지금은 오늘 방문한 빈 말고도 베를린, 뉴욕, 프라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비슷한 이름 혹은 똑같은 이름 (이 중 파리 서점의 지점은 한 군데도 없다)의 독립서점이 있다. 뚜렷한 운영 철학을 가진 하나의 독립서점이 전 세계의 이렇게 많은 서점들에 영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구매한 책에 야무지게 도장까지 받고 서점을 나선다. 


빈 Shakespear & Company의 입구빈 Shakespear & Company의 입구


오늘 저녁은 Shakespear & Company에서 불과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채식 전문 식당으로 정했다. 빈에 두 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Veggiezz(베지즈)는 음료부터 주요리, 디저트까지 모든 메뉴가 100% 비건인 음식점이다. 세이탄(대체육) 패티를 사용한 버거부터 랩(각종 야채와 두부, 세이탄, 팔라펠 등을 토르티야로 감싼 메뉴), 샐러드 볼까지 채식전문식당의 기본적인 메뉴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엔 우리도 테라스 자리에 앉아 비건카레랩, 후무스와 팔라펠이 푸짐하게 들어간 볼을 시켜 본다.    


채식 전문 식당 Vegiezz의 테라스 좌석 - 빈의 채식 식당들은 늘 만석인 듯하다채식 전문 식당 Vegiezz의 테라스 좌석 - 빈의 채식 식당들은 늘 만석인 듯하다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주문한 듯한 고구마튀김이 별미다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주문한 듯한 고구마튀김이 별미다


10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빈의 구도심 링 안, 링 밖을 넘나들며 미술관, 박물관, 공원, 책방, 채식식당까지 꼼꼼히 둘러보았다. 제국의 흥망성쇠, 세계대전의 시작, 나치 점령과 부역 등 결코 밝지만은 않은 근대 유럽의 역사를 살아낸 빈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유럽의 여러 도시들 중에서도 가장 부유하고 풍족한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빈의 어느 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신문걸이- 이 중 읽고 싶은 것을 골라 자리에서 보면 된다빈의 어느 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신문걸이- 이 중 읽고 싶은 것을 골라 자리에서 보면 된다



빈의 수많은 카페와 공원에서 눈에 띈 것은 종이책,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인데, 특히 청소년 청년 중년 노년할 것 없이 모두 핸드폰이 아니라 종이책이나 신문 하나를 옆구리에 끼고 공원에 와서 일광욕을 하며 독서를 하는 모습은 이 도시 홀로 인터넷의 시대를 비껴간 듯한 인상을 주었다. 


시대의 요구와 흐름에 응답하면서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온 문화 덕분일까? 더 이상 화려한 제국은 아니지만 국민 개개인의 생활수준은 높은 오스트리아의 저력에 대해 생각하며 이제 현대 유럽의 중심, 독일 베를린으로 가본다.  








                                                                                                                                            글 김숲, 사진 Hajin


서점

이름 Shakespear & Company 

위치 Sterngasse 2, 1010 빈 오스트리아  

책방 주요 큐레이션 영어서적 전문점, 소설, 에세이, 역사 등  

식당

이름 Veggiezz

위치 Salzgries 9, 1010  빈 오스트리아 

식사 주요 메뉴 및 가격대 비건 커리랩, 비건 팔라펠 볼 모두 13.9유로 (고구마 튀김 1.9유로)

주요 장소들과의 거리 슈테판성당 도보 6분, 앙커우어 인형시계 도보 3분, 프로이트 박물관 도보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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