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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zMong Jul 27. 2020

숨결이 바람 될 때

When breath becomes air

숨결이 바람 될 때 (When breath become air)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책을 읽다가 감명 깊었거나, 공감되었던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그녀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치명적인 부정맥을 정확히 짚어냈다. 갑작스럽게 뭉클해진 루시는 울기 시작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연습용 심전도가 누구의 것이든, 그 환자는 살아남지 못할 운명이었다. 그 페이지 위의 구불구불한 선들은 단순한 선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심실세동이 악화되어 결국 심장 수축이 멈출지도 모르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고, 사람을 눈물짓게 만들 수도 있었다.

   

심전도 예시 [위키피디아에서 인용]


  저는 아직 심전도를 보고 울어본 적은 없지만, 심전도를 보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낀 적은 있었습니다. 


  심전도는 심장의 전도계를 따라다니는 전기신호를 기록한 그래프입니다. 심장에는 전기신호를 만들어 내는 부위가 있는데, 만들어진 신호는 파도타기를 하듯이 이동하게 됩니다. 이 전기신호가 이동하는 길을 전도계라고 합니다. 전기신호가 이동하는 동시에 신호를 따라 심장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이 수축합니다.


 이 전기 신호의 패턴을 분석해 보면, 심장이 잘 뛰고 있는지 이상하게 뛰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전도를 해석하면, 그 심전도의 주인(환자)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전도를 시행할 당시에 두근거림을 느꼈을지, 의식을 잃었을지, 쥐어짜는 것 같은 극심한 가슴 통증을 느끼지는 않았을지 그 상황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면, 현재 증상이 앞으로 변해갈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장이 더 이상 박동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받야 합니다. 소생술의 성공 여부에 따라 심전도의 주인은 다시 살아날 수도 있고,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인용한 문단의 마지막에는 '심실세동이 악화되어 결국 심장 수축이 멈출지도 모르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고, 사람을 눈물짓게 만들 수도 있었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심실세동은 심장이 멎기 전에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리듬입니다. 가상의 환자, 연습용 심전도라고 하더라도 금방이라도 정지할 것 같은 심전도를 보게 되면 위에서 나왔던 '루시' 선생님도 그랬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조차도,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되고, 그런 상황과 관련된 여러 감정들을 다시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위에 인용한 문단의 내용을 읽으면서 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근무했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곳은 돌발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죽음이 가까이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 계시는 환자분의 심전도는 분단위, 초단위로도 다른 패턴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상태가 나빠진다면, 더 이상 회복될 수가 없기에, 더 절박했었습니다. 긴장감과 절박함을 가지고 최선의 치료를 한다 하더라도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올 수는 없어서 좌절도 많이 했었습니다.


  저는 아직 심전도를 보면서 울어본 적은 없지만, 아직도 심전도를 보면 심정이 복잡해질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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