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너 진짜 마음에 안 들어
당신은 사랑스러워요, 우리의 잠자리도 푸르답니다
(아가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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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결혼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재혼한다.
나에게 난생처음 사랑이라는 걸 가르쳐 준,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하면 눈앞에 불꽃이 터진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사람이 이제 2년이 넘는 연애 끝에 결혼을 한다. 네 번째 손가락이 유난히 번쩍거리는 그녀의 사진 위에 한 문장이 적혀있다.
‘I said YES!'
나의 나비 날개가 달린 천사.
무리하게 다정해서 기어코 내 머릿속에 불꽃놀이가 열리게 했던 개구쟁이 여신이 영원히 끝없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의 감자 같은 반려, 레오와 함께.
이렇게 그녀를 생각하다 보면 언젠가 쿠알라룸푸르에서 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언니는 그때도 나에게 키스를 허락해 줄까? 다시 언니와 키스를 하게 되면 그때는 바람이 아니라 외도일 텐데.
이렇게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살아가다 보면 그녀의 전남편과 엄마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그녀의 아들도 만나게 될까? 언니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어있는 반지를 준 레오 녀셕도 한번 더 만나게 될까?
오늘 출장을 끝내고 경주로 오는 길은 편안했다. 엄마가 차 안에서 침 떨어지는 줄 모르고 잠들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평화는 잠이다. 침묵이다. 매일 언니가 베는 베개 옆자리엔 누가 있을까 상상하며 질투했던 나날들 사이에도 평화가 있었다. 이제 그 옆은 나도 알고 그녀도 알고 서로 시기하는 그 녀석이 남은 평생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잠든 언니의 얼굴은 끝없이 사랑스럽겠지. 나는 두 번 다시 그 옆자리에 누워볼 기회가 없겠지. 내 자리를 앗아간 만큼 무한한 사랑이 그녀를 감싸고 있기를. 지지 않을 만큼의 애정이 그녀를 에두르고 있기를. 언니는 사랑스럽다. 그녀는 좋은 남자와 재혼을 한다.
당신은 사랑스러워요.
항상 빛이 나니까 그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더라도 따사로울 테지요. 항상 보고 싶지만 노력해서 조금 덜 사랑하도록 해보겠습니다. 늘 그대를 생각만 해도 행복하게 해 주어서 감사했어요. 앞으로 손가락 발가락 다 합쳐도 셀 수 없을 만큼 행복하고 찬란해지기를, 옆에 있는 놈만큼은 못하겠지만 저도 당신의 무궁한 빛남을 바란다는 것도 알아주시기를.
지구 어딘가에는 무작정 그대가 많이 웃는 것을 보고 싶은 사람이 그 작자를 빼고라도 한 명쯤은 더 있다는 걸 알아주시기를.
당신은 너무 다정하니까 굳이 더 구구절절하지 않아도 괜히 제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비날개가 달린 천사님, 끝없이 행복하세요. 나 없이 푸르른 잠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