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세미 락다운 2021
싱가포르에 락다운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이 일방적이고 단호하게, 모든 음식 판매점은 영업을 전면으로 중지하고 배달과 포장만 가능하다는 고지가 내려왔다. 2인 이상 집합 금지에 요식과 관련 없는 카페 등은 방문이 가능하다고 적혀있지만 막상 길거리에 문을 연 가게가 얼마나 있을지는 침대에 처박혀 있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늘부터다. 2021년 5월 16일, 일요일부터 2021년 6월 13일까지 나는 근무를 할 수 없다. 기묘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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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를 포장하러 집 밖을 나간 정오의 기록.
락다운 첫날, 일요일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거리에 사람이 눈에 띄게 적다. 2인 초과 집합 금지는 늘 집 앞에 시끄러웠던 공사 소리도 뚝 멎게 만들었다. 굴삭기와 드릴 소리 없는 평화로운 아침이 낯설다.
한인과 일식 레스토랑만 즐비한 거리는 무서울 만큼 조용하다. 날이 밝고 예뻐 더욱이 초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불 꺼지고 칙칙한 음식점 내부에 무료한 표정의 점원들이 앉아있다. 때로는 서성거린다. 온통 죽은 길목이다. 누가 가게 앞을 기웃거리기만 해도 먼저 문을 열고 나온다. 숨이 꼴깍 넘어가는 서비스업 종사자와 자영업자들의 시간.
한국에서 3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영업시간이 조종될 때도, 실내 취식이 금지될 때도 가장 먼저 ‘어쩔 수 없이’ 잘려나가는 아르바이트 생. 어디에 서러움을 토로할 것도 없는, 나이 많고 무능한 아르바이트 생. 내 절망에 매몰되느라 정규직들의 사정에는 고개를 돌릴 틈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싱가포르의 어느 바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던 와중에 다시 락다운을 맞았다.
락다운은 오늘 시작했는데, 내일 오후 4시에 나는 출근을 한다. 사장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게에서 안주 메뉴라도 포장/배달을 진행할 건지, 문을 아예 닫고 나 역시 한 달 동안 휴직을 하는 건지, 급여나 근무 시간은 어떻게 해결되는 건지 아무것도 생각해 놓은 게 없단다. 월요일 이후 한 달간의 일정을 월요일에 출근해서 들어야 한다니. 이런 데가 내 직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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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다운 일기를 쓸 것이다.
한 달 동안 틈틈이, 그날그날 느끼는 내 생각과 감정을 적어야겠다. 이상한 곳에서 일하다가 그것조차도 못하게 된 나. 한 달 동안 월세 80만 원짜리 집에 갇히게 된 나. 죽어버린 거리, 죽어가는 가게에서 락다운이 한 달 만으로 끝나기를 바라며 숨 졸이는 나.
한 달이다. 한 달로 끝나지 않으면 한국과도 다를 바 없는 이 상황에 더 이상 타지에서 버틸 이유가 없다.
당장 내일 사장에게 무슨 얘기를 들을지도 걱정이다.
공용 샤워실에 공용 화장실, 공용 주방이지만 월세는 90만 원을 웃도는 이 집의 유지비는. 식비는. 관리비는.
또 한국에서는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세 군데나 들어와서 머리가 아프다. 꼭 이렇게 해외에 발이 묶여 있을 때에만 러브콜이 넘쳐나고 그래. 한국에서 마음고생을 짤짤 할 때에는 아무도 불러주지 않더니. 차라리 한국을 떠나는 게 나을 것 같아 여기까지 왔는데.
전염병과 서비스직은 상극이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대규모의 재앙이 개인에게 개인에게 몰아닥친다. 이 정도의 재난에 사람 목숨 하나가 어떻게 버틸 수 있는지 의아할 정도다.
살려주세요.
그냥 살아있는 거예요. 일도 하고 숨도 쉬고 몸 뚱아리 하나 건사하면서 살아있는 건데.
그게 참 막막해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