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세미 락다운 10일째.
2021년 05월 25일 싱가포르 세미 락다운 10일째.
마리나 베이 샌즈의 다리 하나가 잘렸다.
2주 만에 조깅을 나와 보는 풍경이다. 전처럼 화려한 야경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우울할 건 또 뭐람. 늘 휘황하게 번쩍거리던 다리 세 개 중 맨 왼쪽이 온통 꺼멓다. 락다운으로 객실 일부를 전면 폐쇄한 모양인데 영락없이 다리 하나가 뭉텅 잘려나간 꼴이다. 살다가 마리나 베이 야경을 보면서 조깅도 해보고, 다리 하나가 없어진 마리나 베이 샌즈도 보게 되는구나. 인생이란.
백화점이나 가게 안을 들여다봐도 사람이 드문드문해 영업 중인지도 모를 마당에 초저녁의 마리나 베이는 운동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누군가는 웃통을 벗고 조깅을 하고 누군가는 무리 지어 사이클을 달리고. 좁은 길목에선 잘만하면 어깨도 부딪힐 기세다. 싱가포르의 락다운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구나. 온몸이 땀에 젖도록 달리고서야 느낀다. 이 열흘 동안에도 사람들이 살아있었다는 것을.
2021년 1월 27일부터 싱가포르에 있었던 3개월 동안 나는 3km 거리의 마리나 베이 공원 한 바퀴를 20분 만에 뛰는 인간이 되었다. 근래 어지간히도 막다뤘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 기능을 해주는 몸이 다행스럽다.
인간이 사흘 동안 곡기를 끊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종아리 뒤 근육과 삼두근이 가장 먼저 시큰거린다는 것을 알았다. 직립보행을 할 때 저혈압 환자처럼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매스껍다는 것도.
많은 일이 있었는데 시간은 그렇게 많이 지나지 않았다. 가게의 기상천외함에 나의 홧병까지 얹어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내려갔다 온 나의 열흘.
2주 동안의 자가격리 동안 호텔 방만 돌아다녔던 내 발은 다시 근무를 시작할 때 일주일을 앓았다. 모든 것은 시간이 걸린다. 싱가포르의 거지 같은 어느 코리안 바에서 일했던 나의 경험도 언젠가는 덤덤하게 글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돌아오는 6월 4일, 나는 한국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