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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대초록 Jan 06. 2022

2021년에 꾸준히 했고
2022년 계속할 것들

요가, 달리기, 글쓰기, 원서 읽기 


딱히 신년이라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고 한 달 정리 일지를 쓰면서 그달을 정리하고 다음 달의 마음가짐을 잡아 보는 편인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에는 2021년 정리도 할 겸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을 다잡아볼까 한다. 



일단, 2021년에 꾸준히 했고 2022년에도 계속해 나갈 것들. 



 요가 


스페인에 와서 좋은 요가 선생님을 만났고 그 덕에 거의 2년간 쉬지 않고 요가를 수련할 수 있었다. 요가하면서 슬럼프 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또 슬럼프라 쓰기도 민망하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평소와는 달랐다. 


숩타쿠루마사나를 하고 생긴 흉골 쪽 불편함은 처음에는 특정 동작을 할 때만 나타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을 열거나 몸을 숙이는 모든 동작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동작을 하면 불편해질 걸 아니까 하기도 전부터 몸이 움츠러들었다. 


올여름 한국에 갔을 때 병원에 가서 물어보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운동하다가 흔히 생기는 일이며 다른 방법은 없고 불편함을 주는 동작을 안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요가를 그만둬야 한다는 말인가.  스페인에 돌아와서 마페와 상담하니 자기가 잘 아는 테라피스트이자 접골사를 한번 만나 보라고 했다.


아늑한  마사지숍 같은 느낌의 스튜디오에 가서 현재 내 증상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90분 동안 머리부터 목 어째 홍골까지 도수치료와 마사지의 중간 정도 수준의 도수치료(?)를 받았다. 


접골사라고 하길래 우두둑하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뼈를 맞춰놓거나 할까 봐 걱정했는데. 치료를 받으면서 나의 통증 혹은 불편함이 내가 생각한 흉골 중앙이 아니라 흉골 좌측이라는 것과 왼쪽 목부터 어깨까지가 상당히 굳어있다는 걸 발견했는데, 치료사의 말로는 목과 어깨의 간장이 흉골 불편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치료가 끝나고 목과 어깨의 긴장을 푸는 운동을 몇 가지 배워서 나왔다.


결과적으로 수련할 때 증상은 여전했으나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이전에는 뭐 때문에 아픈지 몰라서 무서웠다면 이제는 정확하지는 않아도 큰일 날 문제는 아니란 걸 아니까 그냥 이 불편하을 받아들이게 됐달까. 


아무튼, 처음만큼은 덜 신경 쓰면서 요가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옛날만큼 과감하게 몸을 쓰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분명 할 수 있었던 동작들도 예전만큼 만들지를 못하고, 똑같은 수련을 해도 더 빨리 지치고 피곤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마페의 수업이 원래 매우 빡세기는 하지만 최근에 강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이게 요가인지 아크로바틱인지 알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이것도 피로감에 한몫하고 있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아사나들을 연습하는데 할 때마다 이건 대체 왜 해야 하는 것인가, 이런 걸 하는 게 요가인가 이런 의심하는 마음이 자꾸 드는 것이다. 


새로 들어온 수강생들 중에서 빡센 운동을 하다가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걸 마페가 의식해서 수업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는 호흡과 명상에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는데 요즘에는 아사나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나만 이런 걸 느끼나  싶어 도이나에게 이야기해 보았는데 도이나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아닌가. 


이러다 보니 이게 요가가 맞나, 수련을 나오면 개운하지 않고, 가기 싫어지고가 무한 반복되는 것이다. 한동안 마페와 수련을 좀 쉬며 하타요가를 해 볼까 싶어서 하타 요가원을 찾아보았지만 선택지 자체도 별로 없을뿐더러 위치와 시간도 안 맞고, 그럼 아예 요가를 좀 쉴까.... 


요가원 수업이 없는 크리스마스 신년 연휴 동안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결론은 수련 시간을 줄일지언정 일단은 그만두지는 말자는 것. 지금까지 본 마페가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일단은 도이나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서 마페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다. 




 달리기


2021년 시도한 것들 중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달리기. 3월에 이사한 후 집 근처에 있는 해변공원에서 런데이 8주 훈련 프로그램으로 달리기를 시작했고 8주 후 30분 쉬지 않고 뛰는 걸 성공한 후에는 4~5킬로미터씩 꾸준히 달렸다. 그러다가 11월 초 한 번 달리고는 춥다는 이유로 두 달간 쉬었지....



 이제 새해가 되었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여는 러닝을 했다. 두 달 만에 뛰는 거라서 몸이 따라줄까 걱정은 됐지만 그냥 목표 5킬로미터를 설정해 놓고 뛰었다. 의외로 매우 좋은 컨디션으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좋은 걸 그동안 왜 쉬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올해는 다시 마음잡고 일주일에 두세 번 5킬로미터씩 뛰어볼 생각. 




✅ 글쓰기


작년에는 좀 더 본격적이고 진지하게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려면 마감이라는 강제성이 있어야 도움이 될 것 같아 에세이 쓰기 온라인 모임에 참여했다. 모임장이 매주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주면 참가자들이 거기에 대해 A2 두 장 이내의 글을 써서 제출하고, 다른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은 후 익명으로 감상을 남겨주는 방식이었다. 


블로그나 브런치에도 글을 올리기는 하지만 잘 다듬지 않은 채로 올리는 때가 많고 또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으니 구체적인 감상을 얻기도 어려웠더 터라 일주일에 잘 다듬은 글을 한 편씩 완성하고, 여러 사람들의 감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유익했다. 


가끔 아무리 생각해도 쓸 게 없는 주제를 받을 때도 있고 시간에 쫓겨서 완성하지 못했던 적도 있지만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글감을 모임 덕분에 완성하 게 된 것들이 있어 도움이 되었다. 완성한 것들 중 블로그에도 몇 편 올렸는데 그중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이것. 


https://brunch.co.kr/@tropicalheart/97


한국에 있을 때 자주 다니던 카페의 사장님을 보며 머릿속으로만 하던 생각을 드디어 정리해서 꺼내 놓을 수 있어서 후련했다.


첫 책을 만든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두 번째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계속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 있는 독자들이 읽을 책을 만들어 한국에서 팔아야 하는데  나도 디자인해 줄 동생도 둘 다 해외에 있다 보니 선뜻 행동으로 옮겨지지가 않았다. 마음만 있다면 복잡할지언정 안 되는 일은 아니니까, 올해는 어떻게든 책 작업에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고 박차를 좀 가해 볼 생각이다. 



✅ 원서 읽기 


2020년에 비해서 2021년은 독서량이 확 줄었다. 설정해 놓은 목표 도서량인 월 다섯 권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다. 한국에 갔던 8월은 심지어 한 권도 읽지 않았고. 그래도 하나 잘 한 게 있다면 원서 읽는 습관을 조금씩 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페인어 


- El Coronel No Tiene Quien Le Escriba(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스페인어를 공부하면서 얇은 스페인어 책이나 그림책은 몇 권 읽었지만 텍스트만 있는 두꺼운 책 한 권을 온전히 끝내본 적은 없었다. 지난 5월, 한국에 있을 때와 스페인 도착한 초반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었던 선생님 베아트리스에게 B2 레벨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스페인어 원서 읽기 모임을 진행할 건데 참여해 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다. 베아트리스가 워낙 준비성이 철저하고 수업도 깔끔하게 잘 해서 믿고 같이하겠다고 했다. 


같이 읽을 책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처음 읽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이 이 작가의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이었다. 처음 접해보는 이 마술적 사실주의의 세계에 흠뻑 빠져서 라틴 아메리카 문화에 관심이 생겼고, 그게 콜롬비아를 여행하고 이후 코스타리카에 사는 걸로까지 이어지게 된 거나 마찬가지. 이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작가의 책을 원서로 읽게 되다니. 



원서는 총 48쪽으로 짧은 편이었고 일주일에 12페이지를 일고 4주간 완성하는 걸로 진행됐다. 한국어로 일주일에 열두 쪽이면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스페인어로, 그것도 문학 작품을 스페인어로 읽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묘사와 비유로 가득한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단락이



'그는 자신만만하고 순진한 기대감에 부풀어 화덕 옆에 앉아 커피가 끓기를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창자 속에서 버섯과 약한 나리꽃이 피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창자 속에서 버섯과 나리꽃이 피어나는 느낌이라니, 와.... 한국어로 읽어도 곱씹게 되는 이 느낌을 스페인어로 이해하기 위해서 얼마나 사전을 찾았는지,,, 초반에 너무 진도가 더뎌서 고생했고 막판에는 그냥 이해 안 되는대로 모르는 대로 그냥 막 나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에서 만나서 베아트리스가 준비한 책에서 알면 좋을 표현이나 문화적 배경을 보고 함께 이야기해 볼 질문들로  소그룹으로 나누어서 토론을 했다. 여섯 명 정도가 모임에 참여했는데 혼자였다면 이 책을 읽을 엄두조차 못 내고 끝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중에 학생들과 독서모임을 하게 된다면 참고하고 싶을 만큼 수업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영어 


모두 킨들 전자책으로 읽은 것들. 



- Pachinki(파친코), 이민진


2021년 제일 먼저 읽은 영어 원서는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이다. 한국에 있을 때 당시 언어  교환을 하던 뉴질랜드 친구가 추천해 줘서 알게 된 책이다. 종이책으로는 무려 두 권짜리라 이렇게 두꺼운 책을 원서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과연 완독이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다가 빠르고 흡입력 있는 내용 전개에 나중에는 원서라는 자각도 없이 빠져들었다. 


2019년에 출근 길마다 읽다가 딱 반까지 읽고 멈춘 걸 다시 읽기 시작해서 작년 1월에 끝냈다. 재일 동포에 관한 이야기인데 두껍기는 하지만 워낙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있다. 한국어로도 번역 출간된 작품. 



- Free Food for Millionares(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이민진


이걸 읽고 이민진 작가의 첫 소설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도 읽기 시작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자전적인 이야기인데 이 전에 읽은 작품 때문에 기대치가 너무 커서인지 생각했던 느낌과 조금 달랐고 잘 읽히지 않아서 1/5까지 읽고 그만둠. 하지만 지금 다시 읽으면 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도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시작하고 달리기 관련된 에세이들을 여러 권 읽었다. 달리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가는 아무래도 무라카미 하루키 아니겠나, 하루키의 달리기 에세이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시 읽고 싶어서 찾아보았지만 전자책으로 없어서 아쉬운 대로 영어로 변역된 전자책을 사서 읽었다. 언제나 하루키 에세이를 읽으면 당장 나가서 달리고 싶고, 재즈를 듣고 싶고, 위스키를 마시고 싶어지는 ㅋㅋ  나중에 스페인어 번역본으로 읽어도 공부가 많이 될 듯하다. 



- Eat Pray Love(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그다음 읽은 책은 영화로 더 많이 알려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원작인 동명의 에세이. 책은 안 읽었지만 영화로 본 적이 있어서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 어떤 개념에 대해서 장황하게 실명하는 부분은 어휘가 어렵기도 하고 지루해서 읽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발리 여행 부분에서 영화에서는 그저 아름답게 끝난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인도네이사인 테라피스트 친구에게 모금으로 집 살 돈을 후원하는 이야기의 자세한 뒷이야기가 나와 있어서 그 부분이 흥미진진했다. 





- CarrotLand, 조슈아 캐럿


유튜버 영국 남자 조쉬의 자전적인 에세이. 런던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한국 소개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조쉬의 채널을 활동 초기부터 지켜 왔고 늘 그의 행보에 관심이 있어서(작년에 코로나 사건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읽어보았다. 개인적으로 중국에서 국제 학교에 다녔을 때 한국 친구들과의 경험과 한국 교환학생 때의 경험이 궁금했는데 그 부분은 아주 간단하게만 지나가서 조금 아쉬웠다. 



- Born a Crime, 트레버 노아


추천받아서 지금 읽고 있는 책.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극단적인 차별주의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있었던 시기, 백인과 흑인의 결혼은 불법이었고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출생부터 범법자로 태어난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잘 몰랐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 현실에 대해 생생하게 알 수 있고 그렇게 어려운 어휘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서 원서 초심자에게도 좋을 듯하다. 





미완독


- Liquid Jade(차의 세계사), 베아트리스 호헤네거


작년 초반 한창 차에 빠져 있을 때 읽고 싶었던 책인데 한국어 번역본 전자책이 없어서 그럼 원서로 읽어보자며 영어 전자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역사 이야기라 어려운 단어도 많고 두꺼워서 진짜 시간이 오래 걸렸다. 1/3까지 읽고 지쳐서 아직까지 쉬고 있는 상태. 원서 읽는 게 조금 더 편해지면 다시 시도해 볼 생각. 









앞에서 말한 스페인어 원서 읽기 모임에서 만난 다독가인 중국 분은 가능하면 책은 원서로 읽는다고 했다. 중국어로 쓰인 책은 중국어로, 영어로 쓰인 책은 영어로, 스페인어로 쓰인 책은 스페인어로 읽는다고. 그분과의 대화에서 꽤나 자극을 받아서  좀 더 적극적으로 원서를 읽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걸로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보다는 읽고 싶은 재미있는 책을 작가가 쓴 그대로 읽어 보겠다는 마음으로 원서를 읽고 있다. 번역본을 읽는 것보다 당연히 시간도 오래 걸리고 품도 많이 들지만 외국어를 배워서 가장 멋지고 가치있게 쓸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독서가 아닐까. 그래서 모르는 단어들이 나와 답답하고 시간이 들어도 어떤 언어로든 읽는 것 자체를 즐겨 보려고 한다.  


언젠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스페인어 원서로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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