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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대초록 Nov 13. 2019

드디어 마음에 드는
요가원을 찾았다

스페인에서 요가하기 2


드디어 수련을 이어갈 요가원을 만났다.


말라가 도착하자마자 요가원을 검색했다.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을 하는 곳은 딱 하나 있었지만 시간이 안 맞고, 하타 요가 하는 곳은 너무 멀고, 위치 괜찮은 곳은 프로그램이 마음에 안 들고, 아쉬탕가 가이드 수련하는 곳에서 시범 수업을 들어봤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 입맛에 딱 맞는 곳이 없어서 잠시 손을 놨다. 대신 일부러 집 정중앙에 요가 매트를 펴 놨다. 눈에서 걸리적거리면 좀 하겠지 싶어서. 매트가 발이나 눈에 채이면 10분이라도 하게는 되더라. 그러다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싶어 검색 후 아쉬탕가 수련을 오래 해 왔고 빈야사 멀티 레벨 딱 하나만 수업하는 선생님이 운영하는 요가원이 눈에 띄어 페이스북으로 문의 했다. 선생님 Mafe가 아주 친절하고 따뜻하게 답을 줬고 당장 다음날 가겠다고 약속을 잡았다.


요가원까지는 집에서 도보 20분. 첫날이라 일찍 가 있으려 했는데 근처에서 길을 헤매 정시에 도착했다. 지도상으로 맞게 왔는데 간판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건물 앞에 서 있던 아저씨가 내 매트를 보고 여기 맞다며 4층으로 가란다. 굳게 단힌 문 앞에서 살짝 긴장한 채 벨을 누르니 문이 열렸다.


"너 Dana지? 어서 와"


하며 마페가 반갑게 포옹했다.


요가원은 작은 살롱과 수련실로 분리되어 있었고 수련실 안은 이미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한 시간 반 동안 마페의 수업은 힘 있고 명확하고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강도도 딱 좋았다. 에너지가 넘치고 그걸 남들에게 기꺼이 나눠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특히 그런 사람을 선생으로 만나는 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직감적으로 마페가 그런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한국에서 좋은 선생님들과 열정 있는 수련생 분들과 함께 수련한 덕인지 스페인에서 두 번의 첫 수업 다 무난히 잘 따라갈 수 있었던 게 신기했다. 달리는 내 체력이 문제지. 옆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지난 수련의 결과로 얻어진 거라고 생각하니 그 시간에 다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수업 중 다리를 앞뒤로 찢은 채 전굴 하는 자세가 있었다. 나는 다리 찢기를 매우 어려워하고(앞뒤는 그나마 낫지만 좌우는 직각밖에 안된다)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해 두 번째 옵션으로 준 비둘기 자세로 전굴을 하고 있으니 마페가 다가와


다나, 너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유연해. 다리 한번 펴 봐.



라고 한다. 안 될 것 같았는데 어라? 펴졌다. 반대편은 처음부터 다리를 폈다. 전굴할 때 매우 힘들었지만 마페가 편하기 위해서 만드는 자세가 아니니 불편한 채로 좀 머물러 있어 보라 한다.


동안 나는 뻣뻣하다고, 유연성이 없다고 습관처럼 말하고 다녔다. 처음의 나는 그랬을지언정 요가를 하면서 몸이 많이 열리고 부드러워졌고, 아직 아주 유연하지는 않지만 뻣뻣하다고 할 수도 없을 텐데 여전히 내가 나를 보는 눈은 처음 모습에만 머물러 있었나 보다.


나는 이 정도밖에 못 한다고 한계선을 스스로 그어놓지 말고 조금씩 더 시도해봐야겠다.


오늘 수업을 들어보고 별로면 10유로 시범 수업으로 계산하고, 마음에 들면 주 3일 한 달 치 등록하려고 했는데 나와서 바로 한 달치 등록했다. 요가원에서 나와 보니 이사 전 묵었던 에어비앤비와 매우 가까웠다. 조금만 일찍 여기를 알았다면 그때부터 수련을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잠시 후회가 들어왔지만, 모든 것엔 다 때가 있다고, 그땐 그 나름대로 여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흘려보낸다.


해결하지 못해서 마음에 턱 걸려 있는 일이 몇 개 있었다.


요가 수업을 포함해서, 스페인어 선생님 찾기, 그리고 친구.


한국에서 마리차아사나D가 안 돼서 늘 끙끙거리던 내게 나의 최애 선생님이 말했다. 급할 거 하나도 없다고, 나중에 몸이 열리고 쉽게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때 왜 그렇게 조바심 냈을까 하는 날이 올 거라고. 요가원도 때가 되니까 맞는 곳에 찾아온 것처럼. 나머지 둘도 때가 되면 좋은 사람과 연이 닿겠지. 급할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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