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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대초록 Nov 15. 2019

스페인에서 요가하며  유연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스페인에서 요가하기 3


요가원을 다니기 시작하며 일상에 중심이 잡혔다. 새로운 생활 환경으로 살짝씩 흔들리던 생활에 요가가 중심추처럼 놓이며 생활이 견고해졌다. 요가 시작한 지 3주, 체력이 돌아오고 일상이 안정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스페인에서 수련하는 요가원. 선생님 바로 앞에 펼친 내 매트.

                                       

첫 수업 다음 날은 곡소리 날 정도의 근육통을 앓았다. 요가원의 수업은 빈야사 멀티 레벨 단 하나. 아쉬탕가 요기인 선생님 마페는 아쉬탕가를 기반으로 빈야사 플로우를 짜고 그 강도가 매우 세다. 한국이었다면 감히 시도하려고 엄두도 못 냈을 아사나를 턱턱 준다. 그리고 그걸 무려 한 시간 반 동안 한다. 요가를 한 달 반 쉬었을 뿐인데도 팔다리를 들기 어려울 정도였고 후유증이 일주일은 갔다.


첫 시간에는 차투랑가 단다아사나 할 때 무릎 안 대고 30퍼센트밖에 못 했는데 두 번째 수업에서는 50퍼센트, 세 번재 수업은 70퍼센트, 네 번째 수업부터는 수업 전체를 다 무릎 안 짚고 차투랑가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땀을 일 리터는 족히 흘렸다 싶을 만큼 힘들어도 이제 다음날 근육통도 없다.


한국에서 다니던요가원에서 선생님이 나는 어깨를 열어내는 연습과 후굴 연습이 많이 필요하니 아쉬탕가도 좋지만 빈야사 수업을 들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확실히 어깨를 연다, 혹은 코어를 잡는다, 이런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빈야사를 이어나가는 수업을 하니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이 열리는 게 보인다.



                                         

얼마 전에는 쉬르사아사나(머리서기)를 할 때 벽 앞에 서서 하고 있으니 마페가 다가와 말했다.



"다나, 이제 벽 없이 해도 되지 않을까? 방금 자세는 완벽했어."

"벽 없이는 아직 좀 무서워서요."

"그럼 벽에서 좀 더 떨어져서 연습해 봐."



쉬르사아사나를 할 수는 있지만 아직 두 다리를 동시에 스르르 올리지는 못하고, 벽 없이 했다가 몇 번 구른 적이 있어서 벽 없이는 하는 건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자세가 완벽했다고?




                                 

놀라운 소리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수업 시간 마페가 한 수련생을 지목하더니 다리를 벽 쪽으로 하고 다운독 자세를 만들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다리를 올려 벽에 붙이고 팔을 편 채 벽으로 조금씩 걸어가게 했다. 다리는 더 벽에 붙이고 팔은 벽 가까이 다가가니 이런 핸드스탠드 준비 자세가 만들어졌다.(바로 시켰는데 어떻게 이걸 하지?) 그리고 다들 벽에 다가가서 이걸 연습하게 했다.



                




                                          

하아.... 옛날 같으면 말도 안 돼 하고 말았겠지만 이제는 시도는 해 본다. 그래서 벽으로 다가가서 다리는 어떻게 벽으로 올렸지만 팔을 편 채 벽으로 걸어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허리가 꺾일까 봐 무섭고 팔에 체중이 실려 부들부들 떨린다. 마페가 또 다가와


"다나! 너 우리보다 더 유연하잖아. 여기까지는 더 걸어갈 수 있어!"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내가 유연하다고?


일단 이 자세가 유연함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제쳐 두고, 수업에서 동양인은 나 하나뿐이니 우리라 함은 나를 제외한 스페인 사람들일 것인데, 지금 저걸 얼추 만들어내고 있는 당신들보다 내가 유연하다니.


지금까지 수업에서 곁눈질한 결과 스페인 수련생들과 내가 편하게 만들 수 있는 아사나가 확실히 다르기는 하다. 이 근육질의 스페인 언니들은 바카아사나를 다 한다. 이거 못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바카아사나 변형 자세도 시키면 얼추 만들어낸다. 암발란스가 필요한 아사나들은 거의 다 잘한다. 쉬르사아사나, 다 한다. 쉬르사아사나 한 채로 다리도 돌린다. 즉 힘이 매우 좋다.




                    


바카아사나, 까마귀 자세



              

에카 파다 바카아사나

                


파르스바 바카아사나

                  


근육질의 언니들은 이런 것들을 척척 하죠


                                                                

반면 다운독할 때 다리를 잘 못 펴고, 웃타나아사나도 다리를 편 사럼 못 봤다. 다 접고 안아서 무릎을 안아서 가슴에 댄다.



               


웃타아아사나



                                        

아르다 밧다 파드모따나아사나할 때는 내려갈 수 있는 사람이 나와 다른 한 사람뿐이었다. 이게 안 되니 당연히 아르다 밧다 파스치모따나아사나도 안 되고. 균형 잡는 모든 동작도. 그러니 그들보다 상대적으로 이런 동작을 할 수 있는 내가 유연하다고 여겨지는 건가?

             


아르다 밧다 파드모따나아사나



아르다 밧다 파스치모따나아사나

                               

물론 오래 수련하신 분들은 힘도 좋고 유연성도 좋아 모두 다 하신다. 한국에서도 사람마다 체형에 따라 몸의 상태에 따라 서로 되고 안 되는 아사나가 다른 걸 봐왔지만 여기에 오니 그게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거 같다. 수업에 단 한 명뿐인 동양인인 내 몸도 선생님에게 새로운 연구 대상일까.



마페가 수업 시간에 내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은


"Dana, poquito más!"

다나, 조금 더!


더 할 수 있으니까 더 열고 더 숙이고 더 내밀고 더 집어넣으란다. 내가 유연하다고 더 할 수 있다고 믿어주니 더 해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저는 즐겁게 수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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