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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대초록 Mar 28. 2020

스페인에서 비건으로 살기

스페인의 비건 식품들




격리 생활의 장점을 굳이 하나 꼽아 보자면, 완전한 비건 생활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채식을 시작할 때부터 나의 방향성은 '비건 지향'이었다. '비건 지향'이라 함은 페스코라고 해서 생선, 달걀, 유제품을 주식으로 삼겠다는 뜻이 아니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능하면 비건으로 먹겠다는 마음가짐이다. 3년 좀 넘게 채식하는 동안 내 냉장고에 동물성 식품이 들어있었던 적은 없다. 페스코와 락토를 거쳐  지금은 비건에 더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일행과 외식할 때다.


일행이 비채식인이어도 비건 음식에 관심이 많을 경우는 문제없이 비건 전문 식당에 가면 된다.  하지만 타파스 바나 정통 스페인 요리를 하는 곳에 가는 경우 비건 옵션이란 감자튀김이나 고추 튀김처럼 충분한 영양소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 결국 비건으로 먹어도 불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거나, 유제품이 포함된 양식을 먹고 마는 것이다.


학교에는 보통 도시락을 싸 가는데 가끔 그러지 못할 경우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뷔페식인 학생식당에서 비건식으로 먹는 것이 가능하지만 렌틸콩 수프와 샐러드가 다인지라 한 시간 뒤면 금방 배가 꺼지고, 그마저도 먹을 시간이 없을 경우는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베이커리.


나의 비건 식생활은 눈앞에 있는 촉촉하고 풍미 가득한 크루아상과 케이크 앞에서 번번이 무너지곤 했다. 누가 내 코앞에서 고기를 먹든 생선을 먹든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지만, 베이커리는 정말이지, 먹고 싶다. 혼자 먹는 상대방이 얄미워 죽을 만큼.


그렇다고 빵이 없으면 못 사는 것도, 엄청나게 탐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눈앞에 있을 때 먹고 싶다는 것이니,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기로 했다. 정말 먹고 싶을 때는 먹자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카페에서 커피와 곁들여 먹었다. (물론 카페에 비건 옵션이 있으면 비건으로 먹는다)


아무튼, 이런 이유에서 비건을 지향하지만 완전한 비건으로 살지는 못했는데, 외출할 일 없으니 외식할 일도 없고, 카페에서 베이커리의 유혹에 넘어갈 일 없으니 이제야 온전한 비건 생활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기념하여 오늘은 현재 집에 있는 비건 식료품들을 한번 소개해 드려볼까 합니다.




한국 전통 요리에 유제품이 들어갈 일은 거의 없으니(달걀은 종종 있지만) 채수만 잘 내면 충분히 비건식을 만들 수 있지만, 서양 요리는 피자, 파스타 등등 치즈가 들어가는 음식이 많아서 대체 식품이 잘 발달되어 있는 듯하다.


스페인 슈퍼마켓에는 비건을 위한 대체 식품이 꽤 많은 편이라 장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것들은 지금 집에 있는 것들.



 아몬드유


스페인에서는 식물성 우유를 구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고 종류도 두유, 아몬드유, 라이스유, 오트, 코코 등등 매우 다양하다. 값은 우유보다야 비싸지만 값도 브랜드에 따라 1유로 후반 2유로 초반대로 부담스럽지 않다. 내가 주로 마시는 건 Mercadona에 파는 이 브랜드 아몬드유.




비건 모짜렐라 치즈


이건 주로 비건 식료품점에서 구입하는 것. Violife라고 하는 이 브랜드가 대체 유제품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일반 치즈처럼 꾸덕꾸덕하게 녹지는 않지만, 코코넛 향이 치즈와는 다른 풍미를 준다. 볶음밥이나 파스타에 올려도, 피자를 만들 때 올려도 매우 유용해서 집에 항상 떨어지지 않고 쟁여두는 아이템. 이 브랜드에서 나온 크림치즈도 훌륭하다.




소이 요구르트


대체유로 만든 요구르트는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건 비건 식료품점에서 산 것. 이 브랜드는 아직 안 먹어봐서 어떤지는 모르겠다. 요구르트의 경우 코코넛으로 만든 건 향이 너무 진해 내 취향은 아니었고, 소이가 제일 무난한 듯. 종종 아침에 딸이가 블루베이 위에 올려서 먹는다.  




비건 마요네즈


이건 El Corte Inglés 백화점 식품관에서 산 것.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다른 브랜드의 비건 마요네즈를 살 수 있는 듯하다. 사서 몇 번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일반 마요네즈와 큰 맛의 차이는 못 느꼈음.





채수 큐브


한국 요리에서 채수를 낼 때는 다시마, 표고버섯, 파뿌리가 기본인데 서양 채수는 아래 그림에서처럼 양파, 당근, 샐러리가 기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을 끓일 때 이걸 넣으면 한국스럽지 않은 오묘한 향이 납니다 ㅋㅋ  수프를 끓일 때 꼭 필요하지요. 큐브 형태가 아니아도 일반 슈퍼마켓에서 채수 팩을 쉽게 볼 수 있다.





뉴트리셔널 이스트


한국에서는 좀처럼 구하기 힘들었던 뉴트리셔널 이스트는 비건 식료품점에서 구함. 영양 효모라는 뜻의 뉴트리셔널 이스트는 비타민 B12를 포함한 각종 영양소가 풍부히 들어가 있고, 치즈 같은 꾸릿꾸릿한 풍미가 있어서  치즈가 들어가는 음식에 대체품으로 쓰기 좋다. 서양 비건 요리 레시피 보다 보면 뉴트리셔널 이스트가 자주 등장한다. 나는 국가비 유뷰트에 나오는 비건 맥앤 치즈 만들 때와 비건 크림 파스타 만들 때 사용했다.




https://youtu.be/A-XGTCByCoU




비건 스테이크


고기를 먹을 때도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편은 아니어서, 채식을 한다고 밀고기 같은 고기 대체품을 굳이 찾아 먹지는 않는다. 얼마 전 일반 슈퍼마켓에 곡류, 콩, 버섯 등으로 만든 스테이크가 있는 걸 보고 신기해서 사 봤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아 비건 식료품점에서 다른 종류로 사 봤다.




비건 쿠키


글루텐 프리인 비건 쿠키. 집에서 커피랑 곁들여 먹으려고 샀다.




이 외에도 슈퍼마켓에서 두부나 후무스, 비건 햄, 비건 아이스크림 종류도 쉽게 살 수 있다.


지금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스페인어 선생님이 비건이라서 여러가지 정보를 많이 얻는다. 아래는 메르카도나에서 살 수 있는 비건 식품 목록.


https://superveggie.es/productos-veganos-mercadona/


선생님 말에 의하면 슈퍼마켓 중에는 독일계인 Lidle이 비건 식품 종류가 제일 많고 저렴하다고 한다. 아래는 리들에서 살 수 있는 비건 식품 목록들.


https://www.veganoporaccidentespain.com/lista/productos-veganos-lidl/



스페인에서 채식하는 분들이 이 글을 볼 지는 모르겠찌만, 채식하지 않더라도 만약 스페인에 계시다면 한국에서는 쉽게 사기 힘든 것들이니 한번 드셔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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