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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대초록 Dec 05. 2020

스페인에서 채식하면
뭐 먹고 살아요?

하몽과 해산물의 나라에서 채식하기- 비건 타파스와 스페인 음식

미식의 나라 스페인.


하몽, 빠에야, 이베리코 돼지, 각종 해산물 타파스 등 유명한 스페인 음식을 떠올리면 하나같이 고기나 해산물이 들어가는데 스페인에서 채식을 하면 대체 뭘 먹고살까?


채식 3년 10개월에 접어드는 비건 지향 채식인으로 스페인에서 살면서 외식할 때 어떤 것들을 먹을 수 있는지 정리해 보았다. 




타파스 & 스페인 음식



빠따따스 브라바스(Patatas bravas)와 아티초크 구이(Plancha de alcachofa)


일반 타파스 바에서 비간 옵션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새우가 들어가는 아티초크 구이가 있는데 새우를 빼고 만들어주시겠다고 했다. 스페인에서는 메뉴에 없더라도 요청하면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으니 꼭 주문할 때 물어보면 좋다. 


유럽에서 자주 볼 식재료인 아티초크는 슈퍼마켓에서 병조림으로도 흔히 볼 수 있다. 제품으로 먹어봤을 때 니맛도 내맛도 아닌 밍밍한 게 영 내 입맛엔 아니다 싶었는데, 이날 먹은 건 그 생각을 한 걸 취소하고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았다. 


이때 먹은 안티초크가 너무 인상적이라 후에 다른 타파스 바에서 안티초크를 주문했더니 눈 앞에서 통조림을 따서 접시에 담아주는 게 아닌가. 맛이야 말할 것도 없고 손님 앞에서 통조림을 음식을 내는 당당함에 할 말을 잃었다. 


튀긴 감자에 매운 토마토소스인 브라바스 소스를 올려 먹는 빠따따스 브라바스도 제일 만만한 채식 타파스. 


빠따따스 브라바스(Patatas bravas)와 아티초크 구이(Plancha de alcachofa)



빠에야(Paella)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인 빠에야에는 고기나 해산물이 들어간다. 하지만 잘 찾으면 비건 빠에야가 있는 집도 종종 찾을 수 있다. 문제는 보통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해서 혼자 가서 먹기는 힘들다는 것. 채식하는 친구 혹은 채식 음식에 거부감이 없는 친구와 있을 때 먹을 수 있다.   





꿀을 곁들인 가지 튀김( Berenjena con miel)


언듯 보면 감자나 고구마튀김처럼 보이는 이것은 가지를 튀긴 것입니다. 이름은 꿀을 곁들인 가지이지만 보통은 비정제 원당 시럽과 함께 나온다. 꿀과 함께 나온다고 하면 빼고 먹으면 되니가 비건이 먹을 수 있는 훌륭한 타파스이다. 보통은 tapa(작은 접시)로는 잘 없고 racion(큰 접시)으로만 주문되는 경우가 많다. 



꿀을 곁들인 가지 튀김( Berenjena con miel)




양송이 구이(champiñones a la plancha)


양송이 구이도 언제나 좋은 비건 타파스. 양송이 꼭지를 따고 구우면 달콤한 육즙이 고이는데 아무 간을 하지 않고 먹어도 정말 맛있다. 이게 바로 자연의 맛. 위에 하몽을 뿌려주는 곳도 있으니 주문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시금치 크로켓(Croqueta de espinaca)


안에 고기를 채운 크로켓은 스페인 사람들이 정말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 가끔 시금치나 버섯으로 만든 크로켓을 만날 수 있다. 





파프리카 튀김 핀초스


미식의 도시 산세바스티안 여행 중 사전 조사 없이 유명한 핀초스 바에 들어갔다. 혹시 비건 옵션 있냐고 물어보고 얻어걸린 타파스. 바게트 빵 위에 채소로 속을 채운 파프리카 튀김이 올라간다. 식욕을 돋구는 비주얼은 아니지만 굉장히 맛있었다. 흔한 음식은 아닌지 다른 타파스 바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다. 아쉬워.






가스파초(Gaspacho)


토마토와 몇 가지 채소에 식초와 올리브유를 넣고 갈아서 만드는 가스파초는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여름에 먹는 차가운 수프이다. 집집마다 레시피가 달라서 어떤 곳에서 먹느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몇 번 시도했던 가스파초는 죄다 시큼한 맛이 강해 내 입맛에는 맞지 않다고 단정했는데 올여름 말라가의 한 타파스 바에서 가스파초를 먹어본 뒤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 제철에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그런지 이 집이 잘해서 그런지 이렇게 달콤하고 크리미할 수가! 뭐든 음식의 맛을 최대치로 느끼려면 제철에 먹어야 한다는 결론. 





비건 오징어튀김(Calamares veganos)


채식으로 먹은 것들 소개한다고 했는데 오징어가 나와서 놀라셨는지. 말리가의 비건 타파스 집에서 먹은 비건 깔라마리, 오징어튀김입니다. 모양 리얼하죠?


콩으로 만든 가공식품인데 신기하게도 바다의 풍미가 난다. 같이 갔던 비채식인도 만족하며 먹었다.


비건 오징어튀김(Calamares veganos)




비건 감바스 알 삘삘(Gambas al pilpil)


같은 곳에서 시킨 비건 감바스 알 삘삘.  이건 원래도 마늘 향 가득한 기름 맛으로 먹는 거니까 대체 새우를 써도 그럴듯했다. 

비건 감바스 알 삘삘(Gambas al pilpil)



채소 핀초스 (Pinxos con verduras)


마요르카 라 팔마에서 먹은 비건 핀초스. 운이 좋을 때는 일반 타파스 바에서 이렇게 훌륭한 비건 핀초스를 먹을 수 있다. 바게트 빵 위에 산처럼 쌓인 채소들의 향연! 

채소 핀초스 (Pinxos con verduras)



비건 스시 튀김(Sushi de verduras en tempura con salsa de boletus)


세비야에서 먹은 채소 스시 튀김.  접시가 나오자마자 꺅 소리가 나왔다. 이것은 김말이 튀김이 아닌가!!

(스시라고 하기 싫어서) 김밥을 튀긴 다음 Salsa de boletus라고 하는 버섯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였는데, 우와- 하나씩 사라지는 게 속상할 정도의 맛이었다.

비건 스시 튀김(Sushi de verduras en tempura con salsa de boletus)





채식, 비건 전문 식당에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페인 식당에나 타파스 바에서 채식 옵션을 살펴보고 주문할 수도 있고 채식, 비건 전문 식당에 가서 먹을 수도 있다. 스페인이 유럽에서 가장 체식하기 좋은 나라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어디서든 비건 식당을 찾을 수 있다. 큰 도시로 갈수록 더욱 많이 볼 수 있고.


그런 곳에 가면 창의적이고 다양한 비건 채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말라가 비건 식당에서 먹은 오니기리 샌드위치



세계 음식 식당에서 


스페인에 살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한국에서 비건으로 먹기 힘든 음식들을 의외로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거다. 이를테면 라멘 같은 것. 웬만한 일식집에 비건 메뉴가 꼭 한두 개는 있다. 일식집뿐만 아니라 태국 음식점, 베트남 음식점, 중국 식당 등 특정 나라 음식을 주로 하는 대부분의 식당이 그렇다. 



비건 라멘


일본과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도 가까운 한국에는 일본 사람도 인정하는 라멘 맛집에 많이 있지만 그런 곳에서 비건 라멘을 찾기란 불가능했다. 비건 전문점에서 그것도 메뉴에 있어야지만 먹을 수 있었다. 고기를 먹을 때 정말 좋아했던 음식이라 채식을 한 이후로는 잊고 살아야 했던 라멘을 스페인에서 의외로 쉽게 먹을 수 있다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미소 베이스에 튀긴 두부가 들어가는 미소 라멘



비건 타코


나는 인생 타코를 멕시코가 아니라 스페인에서 맛봤다. 말라가의 한 멕시코 음식 테이크아웃점에서 먹은 타코는 고기 먹던 시절 멕시코에서 먹은 것 포함, 지금까지 먹은 타코 중에 최고였다. 비건 타코 메뉴가 버섯, 시금치, 선인장 이렇게 무려 세 종류가 되는데 하나같이 정말 맛있다. 버섯만 볶았는데, 시금치만 볶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깊고 풍부한 맛이 날까. 무엇보다 직접 만든 또르띠야가 매우 훌륭하다. 



버섯 타코와 시금치 타코


멕시코 식당에 가면 꼭 한 두 개는 비건 타코가 있다. 




말라가의 아르헨티나 사람이 하는 엠빠나다 집 Viste Empanadas Argentinas. 비건 엠빠나다는 버섯과 시금치 두 종류 있다. 




비건 세비체


페루 식당에서 먹은 비건 세비체. 세비체를 비건으로 먹을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구운 채소와 코코넛에 라임을 듬북 뿌려서 새콤한 맛을 낸다. 


비건 세비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중국 식당에서도 오리지널 비건 메뉴를 먹을 수 있다. 



비건 마파두부


한식집보다 더 자주 가는 중국집에서 매콤한 맛이 당기면 마파두부를 먹는다. 한국에서는 비건 옵션 있는 중국집 가면 비건 짜장, 짬뽕 먹기 바빴으니 마파두부를 굳이 시켜본 적이 없어 마파두부의 매력을 여기에서 처음 알았다. 


마파두부



비건 가지 덮밥


짧고 오동통한 스페인 가지 아니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늘씬한 보라색 가지로 만드는 가지 덮밥 또한 나의 사랑. 


가지 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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