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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스트 Jul 20. 2018

회색빛의 그녀

우울증의 또 다른 말, 제발 나를 좀 봐주세요

제가 만난 20대 여성 내담자는 대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우울증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고 대인관계를 모두 단절한 채 인터넷 중독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허리를 숙이다 못해 굽어 보이는 자세와 질끈 묶은 머리, 화장기가 하나도 없는 마른 얼굴. 창밖에는 햇살에 흠뻑 취해있는 봄꽃들이 저마다의 빛깔을 뽐내고 있었는데 그녀의 빛깔은 누가 다 빼앗아갔는지, 회색과 같았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살다 간 자신이 정말 죽어버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제발, 나를 좀 봐주세요.





그녀의 절박함과 깊은 우울, 고독. 그것들이 뒤엉켜 마치 저를 잠식시켜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그녀와 1년 반 정도 상담을 했습니다. 때때로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울기도 하고 기염을 토하듯 화를 내기도 하였으며 스스로를 자책한 채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그녀가 상담실에서 보여준 모습은 달랐지만, 그녀가 저에게 말하는 메시지는 항상 같았습니다. 

“제발, 나를 좀 봐주세요.” 




우울의 반대는 생기, 활력


저는 그녀의 깊은 우울과 고독 밑에는 그녀를 진정으로 돌봐주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원망, 분노, 슬픔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녀의 심리적 엄마 역할을 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머리를 염색하거나 화장을 하는 등 자신을 보살피고 가꾸는 시도를 하였으며 상담 말미에는 학교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상담이 성공적이었는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할 수 없지만, 저는 내담자와 제가 최선을 다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녀와의 상담을 통해서 우울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생기, 활력이라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각자의 빛깔을 갖고 있는 우리





저는 상담이 끝난 이후에도 그녀가 끊임없이 자신의 빛깔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냥 시들기에는 아까운, 너무 어여쁜 꽃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빛깔을 갖고 있는 우리 모두가 우울에 잠식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목이 마를 때는 물을 마시고 추울 때는 옷깃을 더 여미듯이, 내가 지치고 힘들다면 이를 알아채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당신 주위에 있으니까요.






심리상담 메신저 트로스트입니다. 

우리는 건강한 마음이 행복한 삶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모두가 늦지 않은 때에 마음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https://bit.ly/2JYiW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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