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끝나지 않은 질문들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이어지는 우울의 여러 얼굴들.
당신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겉으로 밝아 보여도
우울한 사람이 있나요?
우울증의 특징은 우울함을 호소하기보다 무기력함 등 비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우울증이 걸렸지만 코미디를 보면 웃기도 하고 친구들과 있을 때는 밝은 표정을 보입니다. 우울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주변 사람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두드러지는 것은 수행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일의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좌절하고 자신감을 잃게 되고 결국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제 친구가 우울증인 거 같은데 어떻게 하면 친구에게 힘을 줄 수 있을까요?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가까이 계시는 분들이 ‘난 항상 너의 곁에 있다, 네가 힘들 때 정말 도와주고 싶으니, 절대 부담 갖지 말고 언제든 이야기해라’라는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 친구와 싸운 후 집에 돌아가서 엄마에게 속상했던 감정을 말하거나 안겨 울어본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한참을 울고 나면 속상함이 가라앉고 '엄마는 내 편이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짐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엄마의 존재를 심리적 안전 기지(secure base)라고 부릅니다. 성인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힘들 때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생각은 성인이 된 후에도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들에 무너지지 않게 받쳐주는 큰 힘이 됩니다.
또한 '자신이 영원히 회복될 수 없을 것이다.'라는 무망감(hopelessness) 역시 우울증 환자분들을 괴롭히는 증상 중 하나입니다. 이로 인해 객관적으로는 증상이 호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분들도 생겨나고요. 그럴 때 “지금 많이 힘들겠지만 우울증은 분명 좋아지는 병이야. 내가 보기엔 이런 부분은 분명히 좋아졌어.”등의 이야기를 통해 격려를 해주시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너무 노골적이거나 과도한 표현은 피해야 합니다. 평소와 지나치게 다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더욱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힘든 일에 대해 토로할 때는 충분히 감정을 쏟아낼 수 있도록 공감해 주시고, 해결책은 직접 제시하기보다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상생활이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 우울증이 심할 때나 자살과 관련된 행동을 보인다면 보다 직접적으로, 강력하게 치료를 권유하셔야 합니다. 가족들에게 알리는 것 역시 이러한 상황에선 해야만 하겠죠. 치료를 망설이는 분에겐 같이 가주겠다고 말을 꺼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을까요?
친구나 가족이 힘들어하고 우울해할 때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위로 또는 조언의 말들이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 이런 말들은 상대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그저 별다른 느낌 없이 지나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우울증에 빠진 사람에게는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위로와 조언의 말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정신의학 및 신경학과 교수인 아담 캐플린 박사에 따르면,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게 서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편이 낫다고 합니다. 또,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에게 대수롭지 않게 던진 위로의 말이 그들의 결점이나 나약함을 더욱 부각하는 독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중앙일보(2017.12.19.)에 실린 글을 통해 소개할까 합니다.
"힘내"
우리가 흔히 누군가를 위로할 때 쉽게 하는 말은 “힘내”다. 사실 “힘내”라는 말은 문제가 없습니다. 위로와 함께 응원이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이미 힘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의 동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그런 환자에게 ‘힘내’라는 말은 우울증을 부각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존 홉킨스 대학교 정신의학 및 신경학 교수인 캐플린 박사는 “상대가 힘을 낼 수 있는 입장이었다면 벌써 기운을 차렸을 것”입니다. 비슷한 말이지만 ‘힘들었겠다’ 정도의 호응을 해주는 것이 더 도움된다”라고 말합니다.
"네가 감정을 다스려야지"
우울증의 환자들은 이미 스스로 우울한 감정을 통제할 수 없어 우울증에 빠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우울증 환자에게 “네가 너 자신을 스스로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조언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상대방의 우울증을 과소평가하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됩니다. 도리어 그런 말을 들으면 자존감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우울증에 빠진 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이며 불면증 등으로 이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딱히 도움이 되는 말을 하긴 어렵지만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는 조언이 도움되지 않습니다.
"가족을 생각해"
“네 아이를 생각해”,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를 생각해” 등의 말들 역시 우울증 환자를 더 우울하게 만듭니다. 조언을 건네는 사람은 우울해 보이는 지인의 삶의 동력을 찾아주기 위해 가족을 거론했겠지만, 그런 의도와 달리 우울증 환자는 자신을 책망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자신을 책망한다고 생각하진 않더라도, 이 말로 인해 자신을 더 책망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그 어느 사회보다 생존과 여러 문제에 있어서 가족 단위의 유대가 강하기에 상대방은 이미 자신의 우울증이 가족에게 미치는 안 좋은 영향을 고려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자신과 맞지 않는 선택을 하면서 우울증이 심화됐을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네가 생각하기에 달렸어”라는 말입니다. 캐플린 박사는 “우울증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지적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어’ 등의 말은 우울증을 과소평가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그런 훈련이 삶에 도움을 줍니다. 다시 언급하지만 우울증 환자에게 그런 말은 구호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조언은 우울증 환자에게 소용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심정인지 알아"
만일 당신이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그것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면 우울증 환자와 서로 공감하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면 그저 들어주는 편이 낫습니가. 단지 “자신도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그 경험을 공유해서 상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합니다. 또, 그런 경우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만큼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아서는 안 됩니다.
"너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있는 사람도 있어"
이 말은 우울증 환자뿐 아니라, 가벼운 우울감을 겪는 사람에게도 해서는 안 되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얻는 에너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도 오래가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강화하는 말은, 반대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더 좋은 환경에 있는 사람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우울증 환자에게는 “말보다 행동이 더 큰 위로가 된다”라고 말합니다. 주위에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위로의 말을 건네게 되겠지만, “그렇구나, 힘들었겠다” 이상의 말 대부분은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그저 함께 있어 주고 상대가 겪는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차라리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 메신저 트로스트입니다.
우리는 건강한 마음이 행복한 삶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모두가 늦지 않은 때에 마음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