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는 가벼워서 날아가기라도 하지!
언제부터였을까요, 아침에 눈을 뜨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회사 가기 싫다'였습니다. 출근길을 준비하면서 머릿속에 온통 한 단어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또 막상 회사에 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일을 하고 동기와 웃으며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일시적인 현상이구나, 괜한 걱정을 했네' 하며 자리에 앉는 순간, 뇌가 멈춘 듯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변했습니다. 당장 오후에 부장님을 대동한 전사 미팅이 있고 외부에서 중요한 클라이언트가 방문한다고 그랬는데, 분명 그랬는데....
그리고 혼돈의 퇴근길에 문득 유해진 아저씨가 나온 한 카드 광고가 생각났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다 소진해버린 연료통을 버리지 못하고 들고 다니는, 쓸모없는 자동차가 된 느낌이 이런 걸까요?
잠들기 전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맞춰졌습니다.
어쩐지 며칠 전부터 다른 부서 썸남이 날 보는 눈빛부터 측은했습니다. 마치 생기라고 찾아볼 수 없는 쇠약해진 미물로 보는듯한 그런 기분? 아, 그땐 만성 감기와 두통, 알 수 없는 피로감에 시달리던 때 이니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부모님에게도 짜증이 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승진이 보장된 좋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부장님의 신임을 어깨에 얹고 야근과 특근을 몰아서 하던 자랑스러운 나였는데. 그랬었는데....
무기력함은 점점 나를 잡아 삼켰습니다. 학생 때 하고 끝일 거라고 생각한 '목적 없이 가방만 들고 회사에 출근하기'를 내가 이 나이를 먹고 하다니! 출근해서도 반나절 이상은 멍하니 앉아있다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수십 번.
보다 못한 동기가 말하길. "너 사춘기처럼 왜 이래? 너도 번아웃인가 뭔가 그거 아냐?"
도저히 이렇게는 안될 것 같아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만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가지 증상을 듣던 상담 선생님도 제 동기와 같은 증상을 말했습니다.
대체 그놈의 번아웃 증후군이 뭐길래!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프로이덴 버거가 <상담가들의 소진(Burnout of Staffs)>이라는 논문에서 약물 중독자들을 상담하는 전문가들의 무기력함을 설명하기 위해 ‘소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번아웃 증후군은 다 불타서 없어진다(burn out)고 해서 소진(消盡) 증후군, 연소(燃燒) 증후군, 탈진(脫盡)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현대 사회는 참 많은 병을 만들어냅니다. 탈진 증후군이나 연소 증후군을 뜻하는 신조어로, 어떤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모두 불타버린 연료와 같이 무기력해진다고 하여 '번아웃' 이란 명칭이 붙었습니다. 심각한 경우에는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일이 실현되지 않을 때나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로가 극도로 쌓이면서 발생되기도 합니다.
즉, 일과 삶에 보람을 느끼고 충실감에 넘쳐 신나게 일하던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건 그 보람을 잃고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현상을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번아웃, 무기력함, 극복할 수 없나요?
혼자 고민하지 말고 지인이나 멘토, 심리상담 전문가를 두어 상담을 하기
취미활동, 운동 등 능동적인 휴식 시간을 갖기
되도록 정해진 업무 시간 내에 일을 해결, 퇴근 후에는 집으로 일을 가져가지 않기
완벽주의자, 책임감이 강해 자신이 맡은 일은 끝까지 하려고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나타나기 쉽습니다. 단순히 무기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면장애, 우울증, 대인 관계 악화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강박관념과 완벽한 책임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 긴 나라입니다.(2016년 기준)
기업에서도 근로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여 개인의 삶의 질이 높아지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또한 개인이 차츰 무기력함과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증상이 심해지고 노력으로 나아지지 않는다면 제일 좋은 건 전문가와 상담입니다. 그러한 증상이 몸에 나타나는 즉시 뛰어 나가길 바랍니다.
이번 주말에는 시원한 카페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컬러링 북을 색칠하고 다 타버려 까매진 나 자신도 예쁘게 칠해줄 생각입니다.
다시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작은 행복부터 천천히 느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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