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란현 작가 Jun 23. 2023

더 혼나는 건 혜택이다

학생들은 과학실 다녀왔습니다. 짚신벌레, 해캄 현미경 고배율로 관찰하는 역할을 서로 바꾸었나 봅니다. 짚신벌레 고배율 맞추어야 하는 A은 해캄으로 바꾸고 싶었고 해캄 고배율 설정해야 하는 B는 바꾸기 싫었다는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A와 같은 모둠원이었던 C와의 대화가 서로 상반되었습니다. A는 C가 먼저 짚신벌레랑 해캄 바꾸라고 했다 하고 C는 선생님 설명 듣고 있는데 A가 C에게 역할 바꾸어도 되는지 물어봤다는군요. 해캄 고배율 맞추는 역할을 한 B는 바꾸기 싫다고 했지만 A가 현미경에 해캄을 올리는 바람에 B는 짚신벌레를 맡게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해요.


복잡하지요? 여기까지 이해 못 하셔도 괜찮습니다. A, B, C 친구 세 명의 말은 겹치는 내용 없이 각자의 주장만 있을 뿐이었거든요.


A는 B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역할 바꾼 것에 대해 이해되기 쉽게 제가 설명? 을 해주어야 했고요. 

B는 그렇다고 해서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담임인 저에게 한 마디 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잔소리?를 하더라도 바뀌지 않는 태도가 있었습니다. A는 C 때문에, B는  A 때문에 다른 사람 탓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 부분은 아이들이 어려서 그럴 수도 있고요, 제가 평소 모습과 다르게 단호하게 얘기했거든요. 그래서 더 억울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오늘 있었던 과학실 실험 이야기를 꺼내면서 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결정의 주체는 나 자신이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 때문에 내가 행동을 실수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우리의 태도를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둘째, 크고 작은 상황이 닥치더라도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됩니다. 같은 상황이지만 다르게 보고 "혼나는 건 혜택이다"라고 긍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일어난 일도 한발 물러 서서 보면 억울한 일이 아니라 내가 책임질 일이고 나의 발전에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지금 주어진 저의 스케줄은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제가 선택한 것이지요. 그런데 일정이 동시에 닥치다 보니 추진할 에너지가 사라졌어요. 제가 선택했습니다. 제가 이겨내야 되지요.


과학실 실험은 현미경 고배율 조절을 잘하는지 연습해 보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무엇을 관찰할 것인가는 그리 중요하진 않습니다. 고배율 조절을 한 후에는 모둠원 모두가 짚신벌레도 보고 해캄도 관찰해야 하니까요. 

화를 낼 수도 있고 친구와 다툴 수도 있습니다. 이후 자기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발전할 계기로 삼으면 되겠습니다. 학생들은 아직 어립니다. 어쩌면 화가 날 때 화를 터트리는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학생이니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안아주었습니다. 혼을 냈는데 학생들과 가까워진 이 느낌은 뭘까요.


교사, 작가, 코치, 대학원생인 제가 해야 할 일 앞에서 감정을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겠지요. 결정의 주체는 저입니다. 그리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어린아이들 덕분에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역시 저는 아이들 앞에서 잔소리를 해야 힘이 나나 봅니다. 


https://blog.naver.com/true1211/223132635483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이 전부인 것처럼" 학생에게 선한 영향 주는 특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