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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Aug 17. 2023

승진에 대하여

인사철이다. 3월 1일 자로 이동이 가장 많지만 9월 1일 자 중간 발령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엔 축하할 소식이 들인다. 2008년 동 학년 선배였던 선생님이 교장 발령이 났다. 세월만큼 애쓴 모습 잘 알고 있다. 코로나 시절 교감으로 나와 함께 했던 선배이다.

교사로서 승진에 대한 생각은 2016년부터 접었다. 셋째 때문에 승진을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승진을 포기하기 위해 셋째를 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승진 점수 계산할 줄도 모르는 나, 벽지 점수가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갈 가능성이 없는 나.


교사로서 승진은 축하할 일이고 나는 승진 가능성이 없고. 이렇게 애매할 때마다 책 속 한 구절 찾아본다.

"내가 가는 길이 사람을 얻으면서도 갈 수 있는 일인지에 귀를 기울여본다. 교직 경력 14년 차에 내가 찾은 기준은 이것 하나다. 사람을 얻을 수 있은 일인가? 나 역시도 승진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사회적 관점의 승진과는 조금 다르다. 나만의 승진 제도가 있다. 그 기준은 성실하게 매일 매 순간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의 삶이다."

"각자의 삶에서 가치 있는 승진을 만들기 바란다. 그것이 가슴 뛰는 삶을 가져올 것이라 확신하다."

《교사가 성장하면 수업도 성장한다》 24-25쪽 김진수, 행복한미래


나도 승진 점수 만들어야겠다. 교사로서 그리고 작가와 코치로서 말이다.

교사로서 학생들을 읽고 쓰게 만들면 승진 점수를 부여해야겠다.

며칠 전 동네 걷다가 만난 신*운 어머니는 나 덕분에 딸이 공부 잘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딸의 공부 나만 영향 주었을 리는 없겠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길 가다가 나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해 준 점이다. 고마운 일이다. 모른 척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텐데 반가워해주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리고 '선생님 덕분'이라는 말씀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공부를 위해 책을 읽힌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공부에도 영향을 주었다면 미소 지을 일이다.

현재 우리 반은 여름방학 보내고 있다. 아침 일찍 하루할 일 6가지 메모해서 오픈 채팅방에 올린다. 하루씩 지나갈수록 참여율이 떨어지고 있다. 강제성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 다른 친구들 하는 모습 지켜보기라도 할 것 같다. 매일 읽은 책 제목과 한 줄 문장도 올린다. 같은 책만 3주째 올리는 친구도 있다. 그러면 어때서. 괜찮다. 숙제를 위한 숙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에 마음 쓰고 있는 아이들이라 감사하다.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과정에 나도 승진 점수를 부여해야겠다.


작가와 코치로서도 승진 점수 계산해 볼까?

자이언트에서 공저 다섯 권 계약했다. 책을 내는 실적이 작가로서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독자를 만날 준비를 매 순간하고 있는 모습에 스스로 점수를 줘야겠다. 책쓰기 무료특강도 이어가고 있다. 신청자가 많거나 적거나 그저 내가 준비시간과 강의 시간을 점점 좋아하고 있다는 점도 점수에 넣어도 될 것 같다. 코치이자 강사로 살아갈 것이라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김해독서교육지원단 기회를 가졌고 라이팅 코치의 삶도 시작되었다. 이러한 모습도 교실 교육에도 녹아들 듯하다.


교사로서 교장으로 재직하는 것도 성공이지만 교사와 강사로 학생과 수강생 가까이 있는 모습도 '조금 다른' 성공이라고 생각해야겠다.



https://blog.naver.com/true1211/22318597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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