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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Oct 04. 2023

작가니까요

병원 다녀왔습니다. 셋째 낳은 후 매년 1회 8월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호르몬 문제는 아니고 혹의 모양이나 크기, 개수 변화에 대하여 정기점진을 합니다.


오늘은 칼퇴근을 하고 서둘러 종합병원에 갔습니다.

8월에 시간을 내어 병원에 다녀왔어야 했는데 한 달이 더 지났습니다. 대학원 수업과 쌍방향 수업 등. 몇 시간 여유 있게 놀았던 기억은 없습니다. 그래도 몸 챙기는 일은 우선순위로 해야 하는데 반성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병원에 갔더니 독감 예방 접종 안내도 붙어있고요. 벌써 날짜가 그리되었습니다.

번호표를 뽑고 번호 세 개 지나고 나니 저를 부릅니다. 생년월일과 휴대폰 뒷자리를 확인합니다. 내과에 가겠다고 했더니 무엇 때문에 가냐고 다시 묻습니다. 갑상선 초음파 하겠다고 했더니 지난번 진료와 같은 목적이냐고 되묻습니다. 오늘따라 질문이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연휴 마친 후 학교 출근을 한 저로서는 목소리도 크게 나오지 않더라고요.  


내과 앞 의자에 앉았습니다. 생각보다 환자가 많지는 않네요. 접수 대기 첫 줄에 제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혹시라도 오늘 온 김에 초음파까지 하면 좋겠다 생각했지요. 그렇지 않다면 다시 병원을 와야 합니다.


"오늘 초음파 할 수 있나요?"

"기다려 보세요. 과장님 오더 나와야 알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의사는 간호사에게 영상의학과 전화 걸어보게 지시했습니다. 5시 가까이 된 오늘은 검사는 안 되네요. 다시 와야 하니 빨리 수납하고 병원 밖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오후에 되는 날짜 말해달라고 했더니 "몇 시 정확하게 해주셔야 물어볼 수 있지요."라고 간호사가 말합니다.

아차! 간호사가 마치 작가 같습니다. 금요일 오후 4시 되는지 물었고 예약 잡았습니다. 저랑 이야기 나누는 동안에도 간호사 전화벨이 울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도로 말하고 수납하러 가는데 오늘은 제가 말 덧붙여 보았습니다.

"선생님 많이 바쁘시네요. 수고하세요."

습니다.


더 미루지 않고 오늘이라도 병원에 오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일주일 미룬 것이 한 달이 되었고 몇 달 금방 지나갈 겁니다. 매년 본 초음파에는 아직까지 건강상 문제는 없었습니다. 개수가 하나씩 늘어나는 일이 있어서 관찰 중입니다. 1년에 한 번은 무조건 검진을 받라는 의사 말을 신뢰니다.


30분도 머물지 않았던 병원 방문으로 세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라이팅 코치 백작은 일상에서 작가로 살아갑니다. 흔히 가는 병원이지요. 상세히 기록해 본 적도 없습니다.  작년에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어떤 기분을 느꼈고 병원에서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기록이 없습니다. 간호사와의 분주한 대화 장면에서도 저는 관찰하는 작가가 되었지요.

둘째, 분주하지만 중요한 일 먼저 해야 합니다. 제 삶에서 건강을 챙겨야 할 때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건강검진 이번 말고도 늘 해야 되는 일입니다. 늦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1월 또는 8월엔 건강검진을 하는 편입니다. 학기 중에 수업 마치고 조퇴해도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만 건강검진은 미리 해두면 학기 시작할 때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에 서두르는 편입니다. 한 달 늦어지면서 9월 내내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간간이 들었습니다.

셋째, 책 살 땐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점 다시 알았습니다. 그리고 매달 서울 올라가는 SRT 교통비는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검사비 결제는 손 떨렸습니다.  초음파 검사비는 건강을 지키는 일입니다. 청구하면 보험금도 나오지만 결제를 하면서 12만 원 넘는 돈이 빠져나가니 병원비에 적응이 되지 않더라고요. 1년 전 가계부를 봤더니 초음파 비용이 4만 원 올랐습니다. 책을 사거나 병원을 갈 때 지출에 마음 쓰지 않는 가계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소소한 삶입니다. 오늘을 남기고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 작가니까요.



https://blog.naver.com/true1211/22322745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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