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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Oct 06. 2023

사는 게 글쓰기입니다

3시 조퇴해야 한다. 집에 갔다가 병원에 가기 위해서다. 대각선으로 가면 병원에 빨리 갈 텐데. 3시 10분에 교실을 나섰다. 출근 가방도, 그림책도 집에 두고 병원 쪽으로 걸어갔다. 3시 35분 도착. 초음파실 앞에 내 이름이 보인다. 백*현. 

베개를 치운 침대에 누웠다. 간호사는 나에게 남방 단추를 하나 더 풀라고 했다. 아기 턱받이처럼 수건도 둘러주었다. 잠시 후 의사가 가까이 와서 초음파 기구를 내 목에 갖다 댄다. 의사 팔은 내 가슴 위에 올려져 있다. 왼쪽, 오른쪽 여러 번 젤을 문지르면서 초음파 기계로 사진을 찍는다.

내과로 이동해서 기다린다. 결과 대기에 내 이름이 적혀 있다. 진료실 들어오라는 말을 듣고 들어가니 의사 표정이 평소와 다르게 진지하다. '무슨 문제가 있나?'

"왼쪽 혹이 7밀리미터였는데 8밀리미터가 되었네요."

측정자가 다르면 1밀리미터는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의사는 말했다. 매년 초음파 검사를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커지는 이유는 뭔가요?"

처음으로 의사에게 질문을 했다. 작가로서 조금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직 변화가 있으면 커지는데 지금은 검사할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1년에 한 번 정기검진! 기억해야 한다. 

1월과 8월, 신학기 시작하기 전 검진을 하는 편이다. 8월에는 폐결핵 확인을 위해 엑스레이 촬영을 했었다. 내년 1월이면 위암 포함 종합 건강검진을 받는다. 

검진하는 이유 두 가지 있다. 

건강하다는 소리 듣고 신학기 맞이하기 위해서이고 나의 결과 변화도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 건강을 위해 정기검진을 챙기지만 마음 건강은 어떻게 검진을 해야 할까. 마음 건강의 변화는 어떻게 비교해 볼 수 있을까.

방법은, 단연코 독서와 글쓰기다.

독서만으로는 검진 기록이 저장되지 않는다. 검진까지만 가능하다. 읽고 써둔 게 있어야 검진 증거도 남는다. 또한 기록을 정기적으로 읽어야 건강의 변화 과정도 비교할 수 있다. 

과거보다는 마음도 강해지고 건강해졌다고 주치의에게 듣고 싶다. 마음 주치의는 '나'다. 독서와 글쓰기로 건강을 돌볼 수 있다는 점. 이렇게 오늘 내 마음 진단 결과를 남겨본다.

병원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마음 건강 이야기한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작가로 살면서 기승전 독서와 글쓰기로 연결 짓는 중이다.

그동안 책쓰기 수업 들으면서 적어둔 300편 가까운 나의 기록을 간간이 읽는다. 처음엔 책쓰기 수업 내용 위주로 요약하다가 점점 내 이야기를 덧붙이는 습관이 생겼다. 이 기록은 마음에 대한 검진 결과 지다. 

셋째 낳은 후부터 갑상선 초음파를 보기 시작했다. 매년 보면서도 초음파 비용이 아까워서 2년에 한 번 올까 생각한 적도 있다. 이번에 다녀오면서 걱정하지 않는 모습, 경험하는 일상을 글로 쓰려는 자세 덕분에 작가라서 다행이구나 생각했다.

늘 생각이 많다.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나의 이야기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 주고 싶다. 

책쓰기 공부, 더 벌 수 없을까 하는 고민 때문에 시작했다. 남들 편하게 사는데 나만 계속 바쁜가 싶어서 가끔 우울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괜찮다. 더 벌고 싶은 마음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읽고 쓰는 삶이 나를 변화게 만든 것은 확실하다. 

나에게 일어난 상황을 한 걸음 물러나서 관찰한다. 그리고 쓴다. 쓰는 시간의 몰입 덕분에 감정도 차분해진다. 차분한 감정은 몸 건강에도 영향을 주리라 생각한다.

내 삶에서는 독서와 글쓰기가 답이다.

사는 게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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