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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Nov 05. 2023

바이러스와 월요병

월요병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월요일에는 업무에 집중이 안 될 때가 자주 있습니다. 학생들 하교 시킨 후 교실에 앉아 업무를 살펴야 하는데 순발력이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제가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노트북과 여벌옷 등을 가지고 셋째 병실에 갔습니다. 남편과 교대한 후 정확하게 48시간 셋째와 함께 있었습니다. 1박에 19만 원 하는 병실에 있었으니 딸의 빠른 회복도 바랐고요, 저 역시 1인실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도 보게 되었습니다. 

셋째 희윤이는 리노바이러스였습니다. 열 체크는 간호사 선생님이 알아서 해주시니 저는 밥 세끼 먹이고 약 챙기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화장실 갈 때 링거 줄 챙겨주고 씻기는 일까지 하면 딸아이가 TV도 보고 폰 게임도 했습니다.

병실에서 대학원 강의도 한 시간 들을 정도였으니 그동안 아이 셋 입원할 때마다 간호한 경험 중에 가장 수월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은 병원이지요. 1인실 공간이 좁다 보니 희윤이가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노트북을 올려둔 뽀로로 책상과 부딪칩니다. 또한 온돌형 입원실이라 바닥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 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밤에 잠을 푹 자지 못했고요, 간호사 체온 체크하러 올 때마다 깼습니다. 링거로 인해 화장실도 두 시간마다 오가는 것 같고요.

남편에게 5시 교대해달라고 했더니 6시에 왔습니다. 집안 정리하고 왔다고 하니 고맙지요. 집에 오자마자 평소 습관대로 줌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 듣고 나니 월요병이라는 키워드가 생각나네요.

병원에 있다가 일요일 저녁에 집에 왔더니 월요일에 무사히 출근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더라고요. 딸아이가 더 많이 아프다면 출근도 못했겠지요. 만약 월요병을 느끼고 있다면 가족 모두 평화롭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노트북으로 병실에서 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돌쟁이 입원했을 때보다 수월했고요, 내일 퇴원할 수 있어서 더 감사하지요. 열이 어느 정도 잡혔는데요. 오늘 밤 열이 오르지 않는다면 무사히 집에 옵니다. 하루라도 빨리 오는 게 병실료도 줄일 수 있고요, 저도 월요일부터 조퇴하지 않아도 됩니다.

딸들이 아플 때마다 자책했습니다. 잘 먹이지 못했다는 미안함. 계절성 바이러스를 제가 어떻게 막을 수는 없겠지요. 독감이나 코로나도 경험해 본 희윤이가 리노바이러스도 겪습니다. 담임 선생님도 처음 들어본 것 같습니다. 저도 알아보니 출석인정도 되는 녀석이더군요.

어쨌든 월요병 없는 월요일 기대합니다. 출근하고 싶게 만들어준, 리노바이러스. 다른 사람에게는 찾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246535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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