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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Nov 23. 2023

나를 위해 일한다

내 책상이 없었다. 거실 공부방 책상 남는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내 컴퓨터도 없었다. 거실에 있던 조립한 컴퓨터에 자리가 비면 학교에서 가져온 일을 하거나 블로그에 짧은 메모를 했었다. 불편하지는 않았다. 막내가 어렸으니 책상이나 컴퓨터 사용할 일 거의 없었다. 

거실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다 보니 방에 컴퓨터를 한 대 더 조립할까 생각했다. 방에 컴퓨터가 있으면 거실 남편 공부방 회원이 머무는 동안 방구석에서 내가 일할 수 있다. 그 당시 스마트폰 화면에 블루투스 키보드 연결하여 책 속 문장을 베껴 썼었다. 내 모습을 보던 남편이 노트북 필요한지 물었다.

나를 위해 노트북을 사게 될 거라고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있으면 편리하겠다고 말했다. 노트북 구입이 자기 계발 시작이었다. 공공 도서관에서 하는 무료특강도 자주 들었고 책쓰기 무료특강도 신청하게 되었다. 노트북 구입, 책쓰기 강의 신청, 초고 작성 등. 

책쓰기 무료특강 듣고 <자이언트 북 컨설팅>에 등록한지 만 3년 되었다. 개인 저서 1권, 공저 8권, 전자책 2권, 학생 문집 4권을 낸 작가다. 그때 구매한 노트북으로 오늘도 블로그를 쓰고 있다.

노트북은 거치대 위에 올라가 있다. 선물 받은 무지갯빛 키보드 덕분에 거치대도 활용한다. 노트북과 키보드 작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다. 책 쓰고 강의 듣던 내가 지난 4월부터 책쓰기 강의도 한다. 강의 시작하면서 스케줄표는 빈 공간 이 없다. 

낮 시간 동안은 학교에서 일한다. 퇴근 후 작가와 강사로 일과를 시작한다. 막내 다섯 살까지는 퇴근 후 육아 출근이란 표현도 자주 사용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작가 삶을 공식 업무로 여긴다. 

세 자매와 남편은 내가 퇴근하면 안방에 들어오지 않는다. 엄마인 내가 작가이자 라이팅 코치로 몰입하는 것을 잘 안다. 방에 책상도 컴퓨터도 없었던 직장맘이었던 나는 지금, 안방을 혼자 차지한 후 가운데 넓은 책상 두 개를 붙여서 사용하고 있다. 글 쓰는 공간이자 강의실이다.

스케줄표, 스마트폰, 커피, 읽을 책을 올려둔 내 책상에 오늘은 특별히 수강생 목차 한 장을 인쇄해서 펼쳐놓았다. [글빛백작] 수강생 1호 작가님이 오늘 초고 완성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초고 완성했을 때보다 더 마음이 꽉 찬 것 같다. 이런 게 코치로서의 행복인가 보다. 할 일은 점점 많아져 스케줄표에 빈 공간이 없다. 내년 2월까지 메모해 둘 정도다. 적을 일이 늘어나는 게 더 흥이 난다. 나를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 덕분이다. 

퇴고 안내를 위해 이현주 코치랑 통화할 예정이다. 사무실로 변신한 내 방에서, 3년 전에 구입한 노트북을 활용하여 회의를 한다. 

책상이 없었던 그때, 남을 위해 살았다. 나 혼자 쓰는 내방 사무실이 있는 지금, 나를 위해 일한다.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268510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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