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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Feb 23. 2024

신학기, 걱정 대신 믿어 주세요.

교실 청소를 하다가 막내가 하교하는 모습을 살짝 지켜봤습니다. 희윤이를 위해 근무지를 옮겼습니다. 창밖에 아이들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시계를 보니 희윤이가 피아노 학원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태권도 학원 선생님이 데리고 갔다가 같은 건물 피아노 학원에 갈 수 있게 해줍니다. 


둘째 희진이는 방학 동안 아빠와 수학 예습을 합니다. 가르쳐 달라고 조르더군요. 거실에선 공부가 한창입니다. 저는 괜히 나서서 방해를 해보곤 합니다. 아빠 힘들다고 나중에 공부하라고요. 잠시 후엔 영어 자습서도 사달라고 하네요. 철이 들었나 봅니다. 2년간 다니던 합창을 그만둬서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걸까요.


첫째 희수는 주말마다 문예 창작 과외를 받고 있습니다. 몇 달 전까지 다니던 검도학원도 스스로 알아보더니 문예 창작 과외 선생님도 정보를 찾아서 제게 알려줍니다. 최근엔 친구와 함께 음식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더니 경험을 쌓겠다며 부모 동의서를 내밉니다. 용돈을 더 주겠다고 시간을 아껴 글을 쓰라고 했더니 친구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걱정도 되지만 일주일에 두 번, 친구와 함께라고 하니 동의해 줍니다. 


친구가 연락 왔습니다. 딸의 담임 선생님이 누구인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막내 담임 선생님이 누구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같은 학교에 있는데도 말입니다. 내 딸한테 무심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요. 저는 어느 선생님을 만나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도 교사니까요. '나'반과 '라'반이 헷갈려 어제와 오늘의 담임 정보가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문제 될 것 없습니다. 친구에게 담임 성함을 잘못 알려준 게 미안했습니다. 


저도 첫째 학교 보냈을 땐 친구처럼 2월 말,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했습니다. 지금은 궁금해할 시간이 없습니다. 하루하루 교사로서 주어진 일정과 작가로서 해내야 하는 일에 몰입합니다. 


저는 저의 일을 하고 세 자매는 자기만의 삶에서 하루를 채워갑니다. 


신학기 우리 아이들이 걱정되십니까? 걱정하는 모습 자녀에게 들키지 마십시오. 아이는 부모가 믿어주는 만큼 잘할 것입니다. 


그러면 부모로서 걱정하는 마음은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제안해 봅니다.


첫째, 부모는 자녀의 학교생활에 일일이 관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합니다. 학교 안에서는 담임교사가 자녀의 보호자가 됩니다. 학교 안에서 자녀의 생활에 일일이 챙겨주지 못하므로 교사와 상의하거나 자녀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알려줘야 합니다.

제가 9년 전 1학년을 맡았을 때 학급 밴드를 운영한 적 있습니다. 활동사진을 밴드에 올렸더니 실시간 댓글이 달리더군요. 아이가 추워 보이니 잠바를 입으라고 전해달라는 겁니다. 추우면 아이가 입는 것입니다. 엄마가 챙길 수 없는 일이지요. 

작년에 맡았던 학생은 몸이 약한 편입니다. 어머니가 제게 자주 부탁했지요. 잠바를 입게 해달라, 마스크를 쓰고 있게 말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연락받고 챙길 부분은 챙기지만 학생 스스로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둘째, 부모는 부모의 일상에 집중해야 합니다. 학교를 보낸 후 안절부절못하면 부모의 하루는 허무하지 않을까요? 업무가 쌓여 있다 보니 같은 학교에 있어도 아이 근처에 가볼 시간도 없을뿐더러 담당 선생님이 지도하는데 방해될까 싶어 가볼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저의 일터에서 일하고 딸은 딸의 삶을 살아갑니다.

첫째와 둘째가 초등학생일 때도 잠시 같은 학교에 근무했습니다. 그러나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키웠습니다. 심지어 제가 들리는 공간에서 딸의 친구가 제 딸에게 말했습니다.

"아까 상담실 가서 무슨 얘기 했어?" 저는 하나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딸의 학교생활 일부일 뿐이니까요. 저는 근무하는 시간에는 저의 일에 집중합니다.


첫째와 둘째 방법으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셋째, 글쓰기를 추천합니다. 제가 작가이자 라이팅 코치라서 기승전 글쓰기이긴 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습니다. 마음 그대로 글에 담아 걱정하는 마음을 글에 맡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다시 읽어보시면 시간이 흐른 만큼 일부는 해결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친구가 담임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언급했었는데요, 오늘 저녁 식사 시간에 막내에게 새 담임 선생님이 남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무서운 분인지 아닌지가 가장 궁금한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1학년 때 선생님께 세 번 혼났다고 말하네요. 무슨 일로 혼났냐고 하니 이유를 말하더군요.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대화하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웃으면서 꼭 안아줬습니다.


저도 세 아이 키우는 부모이지만 신학기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를 신뢰합니다. 일상에서 선택과 책임을 가르치거든요. 믿어주는 든든한 부모가 있다는 점 내 아이에겐 에너지가 될 겁니다.


큰딸이 어느 날 편지를 준 적  있습니다.

"엄마가 믿어주는 것 잘 알아요."

"엄마는 성장이 보여요."


부모와 자녀도 인간관계의 일부분입니다. 자녀의 신학기 걱정하는 대신 응원하려고 합니다. 신학기 힘내세요!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350478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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