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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Mar 20. 2024

아이들도, 전문가의 "괜찮다"라는 말 한마디를 원한다.

조퇴했습니다. 병원에 들렀습니다. 산부인과 국가 암 검진입니다. 매년 2월에 검진받았습니다만 올해는 놓쳤습니다. 간 김에 초음파도 보게 되었지요. 4년 전쯤 1센티미터 가랑 용종이 있다고 했었습니다. 건강 염려증이라고나 할까요? 가끔 확인하러 가야 되는데 생각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를 확인하더니 "괜찮습니다. 이상 없습니다."라고 합니다. 희한합니다. 같은 의사 선생님이셨는데 오늘은 진단이 다릅니다.

전문가 말에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복통이 가끔 있습니다. 그러면 늘 용종 때문인가 생각했었지요. 2년 전에는 복통인데 산부인과에 와서 검사할 정도로 용종 신경 쓰고 살았습니다. 걱정 사라졌습니다.


신입생들과 3월 3주 차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목이 건강하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지요. 고학년 가르칠 때보다 세 배는 말을 더 하는 것 같습니다. 산부인과에서 나오는 길에 눈에 보이는 병원에 들렀습니다. 처음 가본 곳입니다. 이비인후과는 없어서 내과에 접수하고 기다렸습니다. 체온과 혈압도 확인합니다. 목은 아픈데 다른 곳은 이상이 없었지요. 젊어 보이는 의사 선생님이 증상을 묻습니다. 목을 확인하네요.

"목이 부었습니다. 기침, 가래는 없나요?", "주사 맞고 가실래요?"

주사도 맞고 약도 받아옵니다. 해열 진통 소염제가 포함되었습니다. 전문가 처방에 환자가 되었습니다. 가벼운 목감기니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전문가 말에 괜찮기도 하고 나을 거란 기대도 가집니다. 혼자 짐작하는 것보다는 권위 있고 경험 많은 의사 선생님 말을 들으면 마음 가볍습니다.


열아홉 명 어린이들 중에서 몇 명의 친구들이 자주 자기 이야기를 꺼냅니다. 손가락에 피가 났던 친구들은 밴드를 달라 하고요, 배가 아프다는 친구들은 보건실에 다녀옵니다. 응급환자가 아닌 것 같은데 보건실을 가겠다고 먼저 얘기할 때 있습니다. 유심히 살펴봐야겠지만 배가 아프다는 범위가 넓어서 잠시 기다려보자고 말해줍니다. 우유를 마신 후 배 아프다는 학생이 생기더라고요. 잠시 후에 표정 밝은 걸 보면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어린이들도 어른들에게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 싶나 봅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괜찮다고 토닥여주길 바라지요. 1학년이라서 시시콜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꺼냅니다.


한 명씩 대꾸해 주려니 목 아파지지만, 나에게 먼저 말을 하지 않았던 학생들이 마음에 걸립니다. 골고루 들어주고 대답을 해주는 역할이 담임으로서, 공감 전문가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 몸 건강은 의사 전문가에게 우리 반 마음 건강은 제가 챙길 수 있어야겠지요. 분주합니다. 신경이 쓰입니다. 어느 부분까지 이야기 들어줘야 하는지, 공감해야 하는지 결정이 쉽지 않습니다.


학부모와 통화하고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학생들과 수업을 마친 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통화 후에 마음도 편하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학부모는 내 아이를 담임에게 맡겼을 때 안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염려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제도 전화하고 싶으셨을 텐데 하루 기다렸고, 담임 수업 마칠 시간까지 배려했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학부모에게 메시지를 다시 보내면서 속상하셨을 마음도 헤아려보았습니다.


저는 작가이라 라이팅 코치입니다. 들어주고 공감한 결과를 글에 담습니다. 공감 전문가가 되어야겠습니다. 아이들은 "괜찮다"라는 말을 원합니다. 아이들이 괜찮으면 부모도 마음 놓이겠지요. 전문가답게 면밀히 챙겨 보리라 마음먹습니다. 


https://blog.naver.com/writingcoach7/223389207182

https://blog.naver.com/writingcoach7/22338964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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