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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Mar 21. 2024

내 아이의 학교생활에 덤덤해야 합니다

막내와 같은 학교에 다닙니다. 점심시간과 수업 마치는 시간에 자주 보입니다. 가급적 멀리서 보려고 합니다. 담임선생님을 신뢰하니까요. 

어제는 친구 한 명을 교실에 데려다주는 걸 보았습니다. 집에서는 마냥 아기처럼 어리광을 부리더니 학교에서는 친구를 토닥이더군요. 배려가 필요한 친구를 손잡고 가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오늘은 등굣길에 같은 학원에 다니는 오빠를 피하는 것 같더라고요. 무슨 일인지 물었는데 오후에 제 교실에 와서 말하겠다고 합니다. 

5교시까지 하고 학생들 집에 보낸 지 10분 후 저희 반에 막둥이가 들어옵니다. 어제 챙기던 친구는 어떻게 했는지 물으니 친구가 가야 하는 교실에 데려다주고 다시 제 교실로 왔다고 해요.

본인에게 맡겨진 책임은 다하는 모습에 안심했지요.

오빠를 피하게 된 이유는 학원에서 서로 친한 사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놀린다는군요. 얼굴도 툭 친 적 있다고 합니다. 학원 선생님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하니 다음에 그런 일이 있다면 엄마에게 꼭 말해달라고 부탁했지요. 그리고 등굣길에 굳이 숨거나 피할 필요는 없다고 일러두었습니다.

저는 신입생을 맡고 있는 담임입니다. 학교에 갖 들어왔으니 부모님 마음속엔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많으리라 예상합니다. 폭력은 절대 불가하지만 친구끼리 말다툼도 있고 교실에서 부딪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도 없이 걸어 다니도록 지도하지만 사고는 한순간입니다. 우유 먹이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속도 차가 있기 때문에 우유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우유부터 다 비운 후 1교시 수업을 시작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여기저기 우유를 쏟을 겁니다.

급식도 잘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은 급식소에서 수다를 떱니다. 밥은 뒷전입니다. 먹게 안내하고 야채는 한 번이라도 맛을 보라고 권합니다. 억지로 먹일 수는 없습니다. 급식 먹기 어려우면 배 아프다고 말해버립니다. 배가 아프니 식판을 정리하라고 하면 정리 후에는 달려갑니다. 배도 금방 나았다고 하고요.

아이들을 학교에서 지도하다 보면 저의 관점과 아이들이 가정에 전달하는 언어에 차이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내 아이의 학교생활에 덤덤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내 아이의 말을 믿어주되 아이가 표현하는 말에는 과장과 축소가 다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의 말에 그렇구나 받아만 주시고 실제 내용은 재확인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막내딸이 제게 말한 내용이 이번 주에 일어난 일은 아니기 때문에 지켜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말투에는 "계속"이라는 단어도 붙습니다. 두 번 불편했다면 상대 아이가 계속 괴롭혔다고 말합니다. 함께 밀었는데 상대가 더 세게 밀었다고 합니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아이의 하는 말에 호응만 해주되 섣불리 사건화해서 조사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엄마의 공감만으로도 마음이 좋아지기도 하니까요. 

둘째, 교우관계는 전적으로 아이에게 맡겨야 합니다. 부모가 나서서 교우관계를 어찌해주기 어렵습니다. 영유아 시기에는 부모의 친분이 자녀의 절친 관계를 좌우했을지 몰라도 초등학교 시기에는 아이들 성향대로 교우관계가 이루어집니다. 교실에서는 이름도 외우고, 자리도 바꿔주며, 짝과 함께 하는 활동도 합니다. 남자와 여자끼리 앉았다가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로 짝을 바꾸어 주기도 하지요. 쉬는 시간에 비행기 접기나 색칠하기, 함께 도서관 가기 등으로 친해집니다. 1학년이라 둘이 놀아라라고 살짝 붙여 주기도 합니다만 결국 우정은 아이들 몫입니다. 교우관계가 염려가 되는 경우 학용품을 조금 넉넉하게 챙겨주세요. 우리 교실의 경우 색종이를 가져와서 함께 종이를 접더라고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부모가 아이 일거수일투족을 다 챙길 수 없다는 점 받아들여야 합니다. 언제까지 전부다 챙길 수 있겠습니까? 부모의 손이 닿지 않는 학교 안에서, 내 아이가 잘 할까 염려하시는 일은 부모 에너지 낭비입니다. 만약, 학교 적응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 담임이 먼저 연락을 드립니다. 저는 1학년을 맡고 있으므로 한두 번 빈도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적응 문제는 돕는 마음으로 안내하며 토닥여 주고 있습니다. 제가 유심히 보는 점은 학생들의 '말하기'입니다. 표현이 잘되지 않는 경우 친구관계 형성이 어렵더라고요. 복도에서 아이를 지켜보는 일은 의미 없습니다. 이제는 전적으로 아이에게 맡기고 걱정스러운 부분은 담임과 상의해야겠지요.

복도에서 염려해서 지켜보는 학부모님한테 저는 "어머니 가시면 잘합니다."라고 말씀드린 적도 있습니다.

내 아이 학교생활 시작, 감동이지요. 태어났던 순간도 생생한테 벌써 1학년입니다. 유치원과 1학년은 교육 환경의 차이가 큽니다. 책상과 의자를 사용해야 하고 수업 시간도 정해져 있습니다. "교사"의 스타일도 다르지요.

"학교에서는 어느 선까지 가정에 통보하시나요?"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말씀드렸지요. 교사마다 다르지만 다쳐서 병원 가야 하면 전화드린다고요.

내 아이 학교생활 걱정하지 마시고 선생님과 대화 나누세요. 그러나 3월은 가급적 피해 주시고요. 

아이만 적응하는 기간은 아닙니다. 교사도 적응이 필요합니다. 학급 안에서 서로 맞추어 가는 중입니다.

학부모님 여유를 가지세요!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38888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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