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란현 작가 May 05. 2024

좋은 추억, 사랑하는 사람 모두 글에 담아

소중히 간직하는 오늘이 되기를

정규과정 강의 준비하다가 어릴 적 제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6형제 중 넷째였던 아빠가 저를 예뻐했던 장면 사진을 찾아보았는데 보이질 않네요. 부산 어린이 대공원에 놀러 갔던 사진은 찾았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쯤이었어요. 


더 어릴 적, 아마도 세 살, 네 살이었을 겁니다. 입술을 다쳐서 꿰맨 적 있습니다. 유아 장난감 말 타다가 앞으로 넘어지면서 이로 아랫입술을 깨물어서 다친 겁니다. 아직도 제 아랫입술에 흉터가 남아 있고요. 바퀴 달린 유아용 말을 타고 아빠랑 놀았다고 해요. 말 타고 노는 제가 예뻐서 아빠는 저를 데리고 나가 동네 한 바퀴 돌았다는 얘긴 엄마한테 들었었고요. 

제가 기억나는 것은 다친 후 피가 나니, 침을 뱉었던 기억과 누워 있었고, 엄마가 요구르트를 주셨던 장면이 조각처럼 기억납니다. 세 살 때 장난감 말 위에 앉아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는데요. 아마 이 모습과 입술 다친 것이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강아지를 좋아해서 마당에서 뛰어놀았던 기억, 엄마가 사진을 많이 찍어주셨던 장면, 옆집 쌍둥이와 함께 꽃밭에서 놀았던 날들. 특히, 유아기에 엄마, 아빠 사랑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 이렇게 나이 먹었는지, 사진 속 저보다 어린 엄마, 아빠는 지금 노년의 시기를 지내고 있고요.

공저를 쓸 때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부모님의 삶이 녹록지 않았고 여파는 저에게도 이어졌으니까요. 이은대 사부님 강의를 들을 때도 저의 어린 시절 떠올리기도 했지만, 강의를 하기 위해 PPT 수정하면서 제 삶에서 소중한 순간을 되짚어 보게 됩니다.

아빠 닮은 입술, 흉터를 볼 때마다 아빠가 저를 예뻐해서 데리고 놀았던 과정이 상상됩니다. 

부산 어린이 대공원 다녀온 날은 어려운 형편에 저와 동생을 생각해서 나들이 갔을 거고요. 매 순간 찍었던 엄마표 제 사진은 40년 가까이 제 옆에 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힘들었던 일들만 기억에 남았습니다. 돈 없고, 부모님 다투었던 날들, 공부해서 빨리 독립하고 싶었던 고등학교 시절 등.

강의 준비하면서 다시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추억을 글로 붙들어놓자고. 지금 경험하는 일도 블로그에 간직해야겠다고. 

어제 둘째 생일이었습니다. 해마다 축하 노래 부르던 장면을 촬영합니다. 아이들 커가는 모습이 순간이더라고요. 블로그 포스팅엔 아이들 생일 장면도 가득하지요. 우리글에는 가족이 포함됩니다. 작가 삶 덕분에 나뿐만 아니라 나와 연결된 사람들도 챙길 수 있습니다.

어린이날. 작년에도 비가 왔었습니다. 2018년 막내가 19개월이었을 때 어린이날엔 봉하 마을 다녀왔고요. 글 덕분에 과거 어린이날도 기억합니다.

좋은 추억, 사랑하는 사람 모두 글에 담아 소중히 간직하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운동과 잠, 편안한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