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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May 12. 2024

노래하는 백란현 작가

매일 노래합니다. 주중에는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일요일에는 찬양팀으로서 노래합니다.

교실에서 노래하는 이유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입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수업 중. 언제든지 틈만 나면 노래를 틉니다. 노래 덕분에 뛰어다녔던 아이들도, 친구와 다투던 아이도 멈춥니다. 수업 중 노래를 함께 부를 땐, 공부 부담(1학년 과목당 40분 집중은 싶지 않지요)을 잠시 줄여주고자 노래 들려줍니다. 교회에서 노래하는 이유는 찬양팀 소속으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팀에 들어가지 않아도 함께 대중 속에도 노래해도 됩니다. 평소엔 마이크 들고 노래할 기회가 없지요. 리더가 찬양을 이끌 때, 옆에서 음정을 보조하는 마음으로 함께 합니다. 

노래마다 가사가 예쁩니다. 제한된 박자 속에서 어떻게 이렇게 작사를 했는지 놀랍니다. 

아이들에게 들려줄 땐 가사도 좋아야 되지만 노래가 신나면 선곡을 하는 편입니다. 동요 중에는 개나리 창작 동요 "화를 참는 법"이란 곡이 있습니다. 

"화를 낼 줄 모르면 바보이지만 화를 내지 않으면 현명한 사람" 이 가사를 부를수록 저의 감정이 조절되는 것 같았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일단 멈춰요. 기다리세요. 시간을 주세요. 화를 참아요." 저에게 필요한 가사구나 싶습니다.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 곡 중에서 매주 바꾸지 않고 부르는 두 곡이 있습니다. "온 맘 다해"와 "기대"입니다. "온 맘 다해 사랑합니다" 이 부분을 교회 음악으로 해석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보는 기회로 생각할 때 있습니다. 나는 과연 '온 맘 다해' 사랑하고 있는가, 물어보기도 하고요. 매주 같은 가사를 부르면서 저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생각하지요. 조건 없이 사랑하겠다고요. 

"사랑과 선행으로 서로를 격려해. 따스함으로 보듬어가리."는 "기대" 곡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유독 "사랑" 글자 들어간 가사에 꽂히게 됩니다. 왜냐하면 '닥치고 글쓰기' 할 때 장례식 추모사에 대해 글을 쓴 적 있었거든요. 추모사에 "사랑이 많은 란현"만 있으면 된다고 했던 게 사랑이란 말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가사를 통해 바쁜 삶 가운데 멈춰서 심호흡도 하고 내가 바쁘게 사는 이유도 생각해 봅니다. 사람 챙기기 위해서 살아가는 거더라고요. 

언제까지 노래할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목소리도 늙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부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래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싶었던 적 있었습니다. 결혼식 축가도 불렀었고요. 지금은 그만큼의 실력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좋아서 부릅니다. 

노래가 시간과 공간에 가사를 쓰는 행위라면, 작가로서는 삶을 종이에 담아야겠지요. 노래 대신 글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 주는 길을 택했습니다. 길을 정하고 나니 음악에 대한 아쉬움도 사라졌습니다. 간간이 다녔던 플루트 레슨도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교회에서 부르는 음악은 저보다 신앙생활 성실히 하고 목소리도 훌륭한 사람이 나타나면 저는 물러나야 합니다. 청년과 청소년에게 찬양팀 기회를 줘야 되겠지요. 지금은 성실하게 찬양팀 할 후배가 나타날 때까지 임시직으로 서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겐사이> 63쪽에는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알아보는 것은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작가가 되기 전이었다면 노래와 음악으로 연결했을 텐데요. 

작가가 되고 나니 노래도, 음악도, 학창 시절 관악부, 합창부 등의 경험도 다 소환할 수 있더라고요. 

"자신의 삶에서 글감을 알아보는 것은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동시에 만나는 것과 같다." -백란현-

지금을 살아가려 합니다. 노래할 땐 가사에 집중하고 글을 쓸 땐 오늘을 떠올립니다. 노래하면서 느낀 감정도 글에 담아냅니다. 

오늘 찬양하면서 느낀 점은 하나였습니다. 글쓰기 강의를 듣고 책도 쓰다 보니 제 표정이 밝아졌다는 점, 노래 중 표정과 기쁜 마음이 저절로 표현되었습니다. 남들의 평가 말고요. 제 느낌입니다.

잠시 후 피아노 치며 한 곡 불러보렵니다. 잘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니까요. 저는 노래하는 백란현 작가입니다.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44260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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