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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un 11. 2024

모두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모두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 그리고 나의 기록이 나를 인정해 줄 것이다

8시 30분 집을 나섰다. 5분 거리 학교에 출근해서 다행이다. 평소에 희윤이가 늦잠을 자서 내가 출근시간 겨우 맞추어 학교 간다며 투덜거렸다. 오늘 아침엔 혼자 학교 가는데도 마음만큼 일찍 출근하지는 못했다. 

희윤이는 담임 선생님한테 급식 때마다 이가 아프다고 했었다. 이번 토요일 치과 예약이 되어있었지만 오늘 오전에 지각하기로 하고 아빠랑 치과에 갔다.

출근하자마자 나보다 조금 일찍 온 우리 반 아이들이 복도에 나온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달려온다. 담임인 나를 반겨주는 모습에 고맙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담임 선생님 출근 시간 턱걸이한 거 옆 반 교장실에 소문내는 기분이 들어서다. 그런데 오늘은 마음이 편안하다. 교장선생님 출장이시다. 나보다 먼저 오신 도움실 선생님이 복도에 서 계신다. 나로서는 감사한 일이다.

1교시 체육관에 가기 위해 무엇을 안내해야 할지 교과서를 살폈다. 재능 틔움 프로젝트를 위해 줄넘기 넘는 개수를 세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교과서를 보니 가운데에 있었던 대문 놀이를 안 했다는 것 알아챘다. 대문 놀이하는 방법 영상으로 보여준 후 안전 잔소리도 했다. 뛰어도 안 되고 너무 천천히 걸어도 친구들과 부딪힐 수 있다는 점. 다행히 우리 반 아이들은 나 닮아서? 차분하다.

2교시와 3교시는 사계절 교실 라이브, 작가와의 만남 생중계 방송을 시청했다. <내 친구 ㅇㅅㅎ> 김지영 작가가 우리 반 학생 질문을 뽑아서 읽어주었다. 질문 뽑힐 확률이 1퍼센트라도 될까? 질문의 주인공이 기특하다. 내일 <여자, 매력적인 엄마 되는 법> 내 책을 사인해서 선물하리라 마음먹었다. 엄마 드리라고 해야겠다. 교실 라이브 방송을 듣고 있는 1학년 세 개 학급을 교감 선생님이 복도에서 살짝 보고 가신다. 교감선생님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하시길래 내년엔 내가 전교생 전체 신청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스스로 일을 만드는구나.

급식을 먹은 후 4교시 시작하는데 교감 선생님이 교육 활동을 위해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어찌나 감사한지. 아이들에게 그대로 읽어주었다.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교감 선생님 처음 뵙는다.

아이들 4교시와 5교시엔 재미나게 활동하고자 빙고 놀이랑 플레이 콘으로 탐사선 만들기를 진행했다. 오늘은 국어와 수학 수업을 안 했다고 좋단다. 1학년 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공부가 힘든가 이해는 되지 않지만 오늘은 노는 날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이들 집에 보낸 후 잠시 교탁에 엎드려 쉬고 싶었는데 창문 한쪽이 밖에서 훤히 보이게 되어 있다. A3 크기 학사달력으로 유리를 가려보았다. 잠시 일어선 덕분에 피로는 달아났다. 다시 업무를 챙겨본다.

퇴근 시간이 되었다. 초고를 끄적였다. 한 편씩 꾸준히 채워보리라 마음먹는다. 창원 책쓰기 특강도 다시 공지한다. 서평 쓰기 특강은 단체 문자를 보내보았다. 백작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이언트 작가 한 명이 내게 전화를 했다. 이은대 사부님 건강에 대해 물으셨다. 1년 만에 통화라 반가웠다. 주변에 책 쓰고 싶은 지인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공저 참여해서 출간한 작가님 한 분의 전화도 들어와 있었다. 통화를 시도했고 목소리를 들었다. 책을 쓰고 나니 좋다는 말 연속으로 말씀하신다. 나도 고맙다고 마음 전했다. 작가님 덕분에 저도 책을 선물할 수 있었다고. 공저 참여 후 연락하고 살지는 않지만 안부 전화를 먼저 해 주셔서 코치로서 기뻤다. 사람 챙기는 일이 내가 할 일이구나 다시 느낀다.

발령 동기 친구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며칠 전 인스타 댓글로 책 쓰자고 말한 적 있었기에. 오늘 통화는 굳이 책쓰기 강의 얘긴 안 하려고 했다. 안부만 묻고 아기는 많이 컸는지 소식 들을 참이었다. 발령 동기라서 끈끈한데 친구가 결혼한 이후 상호 연락을 못하고 살았다. 친구가 먼저 책쓰기  강의 얘길 묻는다. 그래서 평생회원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가장 좋은 거 너한테 먼저 주고 싶다고. 친구는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인사치레일 수도 있는 말이지만 나로서는 고마웠다. 평생무료재수강에 놀랐다. 그러면 너는 평생 강의를 해야 하는 거냐고.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인 친구.

"란현 너, 열정 하나는 대단하다!"

당장 합류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한배를 탈 거라는 느낌이 온다.

업무, 일, 육아, 인간관계까지 챙기는 나, 모두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 그리고 내 기록이 나를 인정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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