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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정 Jul 21. 2019

건강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  

한의학으로 보는 몸과 마음

“건강히 잘 지내시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해”


저는 안부를 물을 때, 헤어지는 인사를 할 때 건강과 행복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앞선 글에서 행복에 대해 살펴봤는데, 이번엔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건강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우리에게 건강이란


「Health is a dynamic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spiritu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

"건강이란 육체적, 정신적, 영적 및 사회적으로 완전히 행복한 역동적 상태이며, 단순히 질병이나 병약함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건강에 대한 정의입니다.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겠는데 그 의미가 썩 와 닿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사전적 정의는 우리 삶과 밀착해 있지 않기에 좀 더 현실적인 언어로 재정의할 필요를 느낍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이게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죠. 제가 볼 때는 이 문장이 건강의 생활밀착형 정의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우리는 그것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그게 마음처럼 안될 때 힘들고 속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게 잘 먹고 잘 사는 걸까’라는 물음이 또 이어집니다. 막연한 질문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건 막연한 답일 뿐입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이 거대한 아젠다(agenda)를,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손질하고 대략적인 방향성을 잡는 게 이번 글의 목적입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건강이라 본다면, 우리 인생이라는 게 결국 건강함을 획득하고 유지하고, 또는 되찾는 그런 여정이란 생각도 듭니다.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받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란 우스갯소리도 있는 만큼,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며 산다는 거지요.


생로병사의 여정에서 건강은 때로 찾아오고, 떠난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인간인 티토노스와 사랑에 빠졌다. 티토노스와 영원히 함께 살고 싶었던 에오스는 신들의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청했다. 티토노스가 자신처럼 불사(不死)의 몸을 갖게 해 달라고. 제우스는 청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에오스는 깜빡하고 불로(不老)의 몸으로 만들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고, 티토노스는 점점 늙어갔다. 늙어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티토노스는 결국 소리만 내는 매미가 되었다.


어렸을 때는 건강이 늘 곁에 있을 거라 여깁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건강은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존재로 바뀌죠. 티토노스의 이야기는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며 살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해 줍니다. 특히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위 물음의 무게는 가볍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건강이라는 개념을 크게 둘로 나눠 보면 육체의 건강, 그리고 마음의 건강이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이 둘을 분명히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건강이라고 할 때는 육체의 건강을 가리킵니다.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말을 주로 언제 할까요? 살이 쪘거나 피곤하거나 몸이 붓거나 소화가 안되거나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거나, 이럴 때 우리는 건강이 안 좋다고 이야기하죠. 그래서 헬스장을 등록하고, 식단을 조절하고, 몸에 좋다는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을 사 먹고, 금연, 금주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건강을 관리합니다. 그렇게 해서 예전보다 피로감이 덜하고 입맛도 좋아지면 우리는 건강해졌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육체의 건강에 대한 관심에 비해 마음의 건강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땐 내과나 이비인후과에  가고, 외상으로 다쳤을 때는 정형외과를 찾습니다. 피부에 이상 증상이 생기면 피부과에 갑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언제 갈까요? 바로 내 마음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만 가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볼 점은, 마음의 건강이란 것이 밖으로 드러날 때는 신체 증상으로 표현된다는 점입니다. 걸핏하면 편두통이 생기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빠지고, 땀이 많이 나고, 어지럽고, 다리에 힘이 빠지고. 이렇게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몸이 불편해지면, 그제야 '마음 때문인가?' 하며 마음 건강을 점검해 보게 됩니다.


몸 건강과 마음 건강은 어떤 관계일까요?


<동의보감>엔 당시에 인체를 바라보았던 인체관이 나와 있다


한의학에서 인체를 보는 관점 중 심신일여(心身一如)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육체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도 하나입니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사실은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우리 몸의 구성요소는 무엇이고 그것들이 어떻게 작동해서 생명현상을 발현하는지 서술해 놓았습니다. 인체는 정(精)·기(氣)·신(神)이라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여기서 정은 우리 몸을 이루는 근본적인 물질에 해당하고, 기는 여러 생명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힘의 작용을 말하고, 신은 기의 작용을 통해 드러나는 생명현상의 발현을 지칭하는데 정신적인 부분도 신에 속합니다. 신은 기를 조절하고 기는 정을 다스립니다. 신에 의해 조절되는 기의 흐름이 원활하면 사람은 타고난 생명력으로 몸을 건강히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의 흐름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인 신이 건강해야겠죠.


그리고 한의학에서는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 즉 기쁨, 분노, 걱정, 생각, 슬픔, 두려움, 놀람의 감정이 인체에 주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경험하는 것들입니다. 걱정이 많으면 잠이 안 오고, 화가 나면 혈압이 오르고, 고민을 많이 하다 보면 위통이 생기고, 긴장하면 뒷골이 당기고 어깨가 뻐근했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기억해야 할 점은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도 건강해지고 마음이 건강해지면 몸도 건강해질 수 있고, 몸 건강을 생각하는 만큼 마음 건강도 신경써서 돌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하나로 통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마음건강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는 낮지 않습니다. 힐링(healing)이라는 말은 제가 어렸을 때는 존재하지 않던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힐링을 봐도 힐링이 안 될 만큼 곳곳에서 많이 소비되는 상품이 되었죠. 소확행, 워라벨, 웰빙, 가심비 같은 말들도 마찬가지로 마음 건강과 맥을 같이 합니다.


바빠질수록 마음은 더 관심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흐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의 건강을 잘 돌보며 사는 게 오늘날 모두에게 참 중요한 일이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음 건강을 지키고자, 되찾고자 기꺼이 돈과 시간을 쓰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모두들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무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마음 건강에 대한 담론.

앞으로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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