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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삶을 팔며, 그래도 오늘을 산다

병원에서, 그리고 회사 앞에서 떠올린 생각

by 참울타리

오늘, 변호사 친구를 만나러 삼성화재 본사 앞에 섰다.

회색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게이트를 드나들었다.

그들의 걸음에는 익숙한 단념이 묻어 있었다.

마치 스스로를 회사라는 감옥에 수감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런데 문득,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내 자신이 겹쳐졌다.

병원이라는 또 다른 감옥 안에서

나 역시 생명을 다루고, 그 대가로 생계를 이어간다.

결국, 살기 위해 삶을 팔아야 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일은 다음 삶을 위한 판매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살아가는 일 그 자체에 집중하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의미를 잃지 않으려는 하루하루.

그것이, 아마도 내가 스스로 이 감옥을 택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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