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데 왜 다들 맛있다고 할까 — 닭강정의 진실

사람들은 왜 맛없는 음식을 맛있다고 말할까

by 참울타리

미국의 한국 음식점에는 언제나 2퍼센트의 그리움이 남아 있다.

재료도, 공기도, 함께 먹던 사람들도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한국 음식의 진짜 맛’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누군가에겐 어머니의 손맛이 기준이고,

누군가에겐 서울 골목 분식집의 향이 그리움의 기준일 것이다.


나는 30대 초반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에는 나만의 기준과 감정이 있다.

때로는 그 맛이 그리워 직접 만들어 보지만,

언제나 어딘가 2퍼센트 부족한 느낌이 남는다.

그 ‘조금의 부족함’이 어쩌면 내가 이민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지인이 카카오톡으로 소식을 전해왔다.

한인 사회에서 꽤 알려진 레스토랑이

사이드 메뉴를 예약 판매한다는 공지였다.

그 레스토랑은 한때 내 주말의 위로였다.

이제는 발길이 뜸하지만,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향이 떠올랐다.

지인이 “사이드 메뉴가 꽤 괜찮다”고 해서 나도 한 번 눈여겨보기로 했다.

익숙한 이름, 믿을 만한 평.

그런 조합은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며칠 동안 오픈채팅방을 눈팅하던 중,

마침 젠슨 황의 ‘깐부치킨’ CEO 회동이 화제가 되던 때였다.

그 여파인지, 채팅창에는 유난히 치킨 이야기가 많았다.

사장님이 “이번 주는 닭강정을 합니다”라고 글을 올리자

댓글은 금세 예약 요청으로 가득 찼다.

그 열기에 휩쓸려 나도 한 통을 주문했다.


그런데 막상 받아본 닭강정은 예상과 달랐다.

윤기 흐르는 겉모습과 달리, 한입 베어무는 순간

닭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양념은 달고 짰지만 그 냄새는 지워지지 않았다.

‘아, 이건 아닌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도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맛있다.”

그 말은 릴레이처럼 번졌다.

심지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금세 닭강정 찬양으로 도배됐다.

“역시 믿고 먹는 레스토랑이네요.”

“양념이 예술이에요.”

“이번 주에도 꼭 해주세요!”


그 말들은 진심이라기보다,

서로에게 안심을 주는 주문 같았다.

나는 잠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내가 먹은 그 닭강정과 저들의 닭강정이

같은 음식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아마도 그들은 닭강정의 맛이 아니라,

‘함께 맛있다고 말하는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맛있다는 말이 꼭 미각의 표현일 필요는 없다.

그건 때로는 공감의 언어, 예의의 방패, 분위기의 윤활유가 된다.


오픈채팅방의 누군가는 지금도,

닭내 나는 그 닭강정을 맛있다고 찬양하고 있다.


결국 ‘맛’이란 혀끝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 완성되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이민자로서 내가 배운 또 하나의 맛이었다.


나는 조용히 그 오픈 채팅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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